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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재의 緬甸 통신③ 미얀마 양곤의 살인적 부동산 가격?

미얀마 양곤의 물가를 알아보자 (2) 눈 높이 조금 낮추면 숨통 트인다

미얀마 양곤의 물가를 알아보자 (2) 

 

 

1. 소속 집단에 따른 물가 차이

 

전체적인 소비재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무엇일까?

 

가장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부동산' 비용과 '인건비'가 아닐까 싶다. 주위에서 흔히 보이는 자영업 비용 구조를 생각해보면 쉬운데, 운영비의 가장 높은 비중을 종업원의 임금과 공간 임대료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재료비나 세금 및 공과금 부담이 없는 것 아니겠지만 이 비율은 전세계 어디를 가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동남아시아 사회의 물가에는 한국에서 고려되지 않는 한 가지가 추가로 고려되어야 하는데 바로 자신이 속한 민족 커뮤니티다. 

 

19세기와 20세기 동남아사회를 연구한 서구학자들이 빼놓지 않고 기술하는 특징이 바로 '다원사회(Plural society)' 라는 개념이다. 여러 민족이 서로 섞이지 않고 그들만의 독자적인 사회를 구성해 나간다는 개념인데, 한국에서는 '다문화 사회'로 번역되곤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쓰는 '다문화'가 일종의 인종-민족-문화적인 측면이 강조된 개념이라면, 애당초 '다원사회'가 제기된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쉽게 설명하면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 따라 경제적인 활동의 형식과 구조가 달라진다는 얘기다. 같은 제품이라도 민족과 인종에 따라 유통구조가 다르고 자연스레 가격도 달라진다. 

 

이것은 강력한 중앙정부를 가지고 단일한 경제체제를 갖고 있는 동북아 사람에게는 조금 낯선 현상일 수 있다. 애당초 시장가격이란 대략 소비자에게 작은 차이는 있더라도 대체적인 일관성이나 논리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전통적 사회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싱가포르와 같은 현대적인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로 작용되는 현상이기도 하다. 말레이계나 인도계 중국계가 누리는 생활물가가 각자 다르다는 말이고, 심하게는 중국계 안에서도 출신 지역과 쓰는 언어에 따라서도 경제네트워크가 달라지는 경우도 쉽게 발견된다.

 

2. 미얀마는 땅값이 인건비를 압도하는 사회

 

미얀마 부동산 물가를 설명하기에 앞서 '다원사회'에 대해 먼저 설명한 이유는, 현지물가를 규정할만한 뚜렷한 기준점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미얀마의 부동산 가격에 대해 요약하면 "살인적이다"라고 정리할 수 있다. 특히 미얀마의 1인당 국민소득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대개 20~30대 평균적인 직장인이 받는 월급이 400달러(약 48만 4600 원)를 넘기가 쉽지 않다. 고졸학력이라면 200달러(약 24만 2300 원) 미만이 거의 대다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럼에도 부동산 가격은 서울 및 부산과 엇비슷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점은 최근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편이다. 2011년 개혁개방을 본격화한 직후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것이 시내 부동산 가격이었다. 양곤 시내 200평 단독주택의 경우가 30억~50억원을 넘나드는 경우가 흔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2015년 아웅산 수치 정부가 출범한 직후 급격한 경기침체가 찾아오면서 부동산 가격도 상당한 조정을 받았다. 현재 외국인이 살 수 있는 30평대 콘도의 가격은 2억에서 5억원대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미얀마의 부동산 가격이 살인적인 첫 번째 이유는, 외국인이 합법적으로 살 수 있는 부동산의 물량이 각종 제약으로 인해 턱없이 적기 때문이고(동남아 국가들은 오랜 서구식민 경험 탓에 부동산을 외국인에게 절대 쉽게 팔거나 개발권을 허가하지 않는다), 두 번째는 지나치게 오랜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난 탓에 경제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지나치게 컸던 탓이다.   

 

그렇다면 일반적인 렌트 비용은 어떨까? 

 

대략 한국인이 기대하는 해외현지의 부동산 렌트비용이 있기 마련이다. 집의 위치와 연식에 따른 내부 상태, 콘도인지 아파트인지에 따른 부대시설도 고려해서 1~2룸의 경우 50만~100만 원 내외, 가족이 살만한 2~3룸이 경우 200만~300만 원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미얀마 양곤의 경우는 이보다 폭이 훨씬 높아서 10만 원부터 400만~500만 원까지 훨씬 폭이 넓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여기서 적용되는 것이 바로 "다원사회"론에 따라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 따라 거주비용이 결정된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버마 현지 사람들이 속하는 커뮤니티에 살 수 있다면 거주비용이 월 20만~40만원이면 가능할 수도 있고, 한국이나 미국 사람들이 사는 커뮤니티에서 살면서 아이들을 국제학교를 보내야 하면 월 200만~300만원 하는 고급 콘도에서 살아야 한다는 얘기다.  

 

 

3. 양곤의 물가는 1세계와 2세계 3세계가 뒤섞인 복합사회

 

외국인이 사는 고급 콘도의 렌트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 턱없이 비싸지만 그렇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조금만 눈 높이를 낮추고 현지인에게 가까이 다가갈 용기만 있다면 부동산 물가는 한국의 1/4 아니 1/10까지도 낮춰질 수 있는 곳이 바로 미얀마인 셈이다.

 

외국인이 주로 사는 고급 콘도와 달리 현지인이 사는 오래된 아파트나 소규모 빌라의 경우는 3000천~5000만 원이면 살 수 있는 물건이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일부 장기거주자들은 현지인 명의를 빌려 이런 부동산에 투자를 하는 경우도 왕왕 발생한다. 그러나 이 같은 편법적인 투자는 법적인 보호를 받기가 어렵다.

 

종합적으로 정리하면 미얀마 양곤의 물가는 서울과 비교하면 60~70% 선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아무리 아껴서도 줄일 수 없는 마지노 선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공공요금과 교통비가 낮고 전기료가 싸다고는 하지만 외국인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여러 부대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특히 "통역비용"이 초반에는 절대적으로 많이 들 수밖에 없다. 한국어가 가능한 인재는 어느 사회나 그리 많지 않은 법이다. 

 

이마저도 본인이 영어가 가능하다면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존재한다고 본다. 이리저리 살펴봐도 미얀마는 무척이나 독특한 사회 경제시스템을 갖춘 사회라고 생각된다.

 

정호재는?


기자 출신으로 현재 싱가포르와 미얀마에서 아시아학을 공부하며 현지 시장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태국의 탁신,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캄보디아의 삼랑시 등 동남아 대표 정치인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관련 책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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