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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양수 교수 “30년 전 만났던 베트남, 문화 알면 더 즐겁다”

부산외국대학교 동남아학부 학부장 ‘베트남 문화의 즐거움’ 출간 시선집중

 

세계 커피 생산량-수출량 2위는 어딜까. 이제 잘 알려졌지만 바로 베트남이다. 한국이 수입하는 커피의 중량 기준으로 1/3이 베트남이다.

 

배양수(裵凉秀) 부산외국대학교 동남아학부 학부장이 베트남을 만난 것이 30년 전이다. 호찌민시 떤선녓 공항을 나와 본 풍경은 오늘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낙후된 모습이었다고 했다.

 

지금은 한국 젊은이들도 베트남 여행, 쌀국수 등 생활 속에서 베트남을 친근하게 느끼고 있고, 박항서 감독과 방탄소년단, 세계 생산량의 1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 휴대폰 베트남 공장 등을 통해 두 나라가 더 가까워졌다.

 

배양수 교수는 2년 전 책 ‘베트남 문화의 즐거움’을 펴냈다. 일반인이라도 쉽게 베트남을 좋아하게 되는 책으로 기획되었다. “세월은 흘렀지만, 베트남 문화는 30년 전 그대로 즐겁다”는 배 교수로부터 책 이야기, 베트남 인연 등을 들어봤다.

 

■ 책 ‘베트남 문화의 즐거움’ 새 주목 놀라....떤선녓 공항 도착 30년 흑백추억 새록

 

질문1. ‘베트남 문화의 즐거움’은 2년 전 출간되었다. 새삼 요즘 주목을 받고 있다. 책은 ‘입문자에게 충실한 안내서’라고 소개되었다. 베트남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백과사전’ 같다. 책은 어떻게 기획하게 되었나.

 

-우리 부산외대 베트남어과 1학년 과목 중에 ‘베트남학입문’이라는 과목이 있다. 이 교재를 만들기 위해서 이 책을 기획하게 되었다. 출판하는 과정에서 일반인들도 볼 수 있는 책으로 만들자는 제안이 있었다. 그래서 ‘베트남 문화의 즐거움’이라는 책으로 나오게 되었다.

 

지금도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베트남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처음에는 14장으로 기획했는데 너무 두꺼워서 내용을 줄여서 10장으로 만들었다. 문학과 역사, 경제부분을 많이 들어냈다(?).

 

질문2. 1988년 첫 베트남을 찾아갔을 때의 소감이 인상적이다. 그때와 현재 베트남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차이를 소개해달라.

 

 

- 제가 최초로 베트남을 방문한 것은 1988년 10월 19일이었다. 당시 방콕 주재 베트남 대사관에서 별지 비자를 받아서 호찌민시 떤선녓 공항에 도착했다. 그때의 호찌민시 거리는 오늘날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낙후되어 있었다.

 

거리나 도시의 모습은 흑백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주 컬러풀할 뿐만 아니라 즐비한 고층 빌딩들을 보고 있으면 30전 전의 모습이 상상이 안 될 정도다.

 

그러나 저는 그때도 실망보다는 희망을 보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베트남어를 전공한 내가 베트남에 왔으니 나는 반드시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었구... 지금 와서 보면 이룬 것도 없는데...하하하.

 

지난 30년 동안 베트남은 정말 많이 발전했고 국민들의 삶도 향상되었다. 제가 처음 만났을 때 자전거를 타던 신참 강사였던 분이 지금은 자가용을 타고 다니는 중견교수가 된 분도 여러 명 있다. 그것도 베트남이 발전한 것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 “베트남은 ‘동남아의 한국’...저개발 국가에서 취업할 나라로 인식 바뀌어”

 

질문3. 대학에서 베트남을 가르치는데 사회뿐만이 아니라 젊은이들도 베트남 여행, 쌀국수 등 생활 속에서 베트남을 친근하게 되었다. 대학가에서 3년 전과 많이 인식이 달라졌는지 소개해달라.

 

- 베트남은 1986년 말 ‘도이머이(개방)’를 선언한 후, 외국기업의 투자유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그리고 1990년 이후로 가시적인 경제발전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 기업들이 꾸준히 베트남에 진출하면서 베트남을 바라보는 한국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3년 전부터 다낭과의 직항로가 개설되면서 엄청난 수의 한국 관광객이 베트남을 찾았다. 이제는 베트남을 다녀온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그동안 베트남은 관광 인프라도 좋아졌다.

 

게다가 국내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해외취업으로 눈을 돌리던 청년들, 대학생들이 베트남을 찾게 되었다. 각 대학도 베트남으로 학생들을 진출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만들다보니 이제는 베트남을 이해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졌다. 지금은 ‘저개발 국가’라는 인식에서 ‘내가 취업할 나라’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한다.

 

질문4. 역시 베트남하면 한국에서는 ‘박항서’ ‘BTS’ ‘삼성전자’를 먼저 떠올린다. 여기에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고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 등이 있다. 교수님이 정리하는 베트남의 이미지는 뭔가? 한국인들의 이미지는?

 

-월드컵 본선에 한 번도 오르지 못한 나라인 베트남은 월드컵 전 경기를 생중계한다. 축구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때문에 베트남 축구를 한 단계 상승시킨 박항서 감독을 아주 좋아한다. ‘박항서 매직’과 더불어 한국인도 좋아하는 현상이 생긴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제가 생각하는 베트남 이미지는 ‘동남아의 한국’이라고 생각한다. 지리적으로 동남아에 속하지만 문화적으로 동아시아 문화에 가까운 나라다.

 

베트남 사람들이 생각하는 한국의 이미지는 ‘경제가 발전된 나라’, ‘노동의 강도가 높은 나라’, ‘드라마를 잘 만드는 나라’ 등이 아닐까 싶다. 한국인의 이미지도 그것과 연결지어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 안에 박항서, BTS, 삼성전자 등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 “경제중심 호치민은 남방문화, 정치중심 하노이는 유교문화 색채가 더 짙다”

 

질문5. 책 제목 ‘베트남 문화의 즐거움’의 키워드를 하나로 정리하면

 

- ‘베트남 사람에 대한 이해’라고 할 수 있다. 저는 정치, 경제, 역사, 사회, 문화, 문학 등 모든 것은 그 나라 사람을 알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질문6. 베트남은 북 하노이와 남 호치민의 남북의 대표적인 도시가 있다. 두 도시 문화적인 차이는?

 

- 참 재미있는 질문이다. 외국인은 물론 베트남 사람들도 두 지역의 차이에 대해서 여러 가지 말을 많이 한다. 포괄적으로 얘기하면 호치민은 남방문화의 색채가 강하고 하노이는 유교문화의 색채가 더 짙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한 예는 얼마든지 쉽게 찾을 수 있다. 우선 어투에서 그렇다. 하노이 어투는 상하관계를 분명히 하는 반면에 호치민 어투는 좀 더 자유분방하다.

 

질문7.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관광지 다낭을 비롯한 교수님이 강추하는 베트남 명소는?

 

- 베트남은 3000킬로미터가 넘는 해안선을 갖고 있다. 서북 산악지역은 높은 산이 종단하고 있다. 따라서 풍광이 아름다운 곳이 많이 있다.

 

우리가 자주 가지 않은 곳 중의 하나인데 중부 꽝빙성의 풍냐-께방 동굴이 유명하다. 이곳은 국립공원으로 세계자연유산으로도 지정되어 있다. 이곳에는 290여 개의 동굴이 있으며 총 연장길이 220킬로미터나 되고, 지질학적으로 아주 귀한 가치를 갖고 있다.

 

질문8. 베트남에서 좋아하는 음식이나 여행, 문화 등 교수님이 좋아하는 몇 가지만 소개해 달라.

 

- 베트남 음식을 잘 먹으려면 ‘자우텀’이라고 불리는 향초를 먹을 줄 알아야 한다. 한국 사람들이 흔히 고수라고 부르는 향초다. 이것을 먹을 줄 안다면 베트남의 거의 모든 음식을 즐길 수 있다. ‘퍼’와 ‘분짜’ 외에도 저는 ‘보뚱세오’라고 하는 쇠고기 숯불구이와 염소전골인 ‘러우제’도 좋아한다.

 

질문6. 베트남 문학기행은 어떻게 하면 되나?

 

- 가장 아쉬운 부분이 이 부분이다. 일단 베트남 문학작품을 한국어로 번역이 많이 되어 있지 않아서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 문학작품을 통해서 베트남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은 아주 좋은 접근 방법이다. 이것은 베트남어를 잘 아는 사람들만 직접 읽을 수 있기 때문에 대다수 한국 사람들은 접할 수 없다.

 

그러면 번역 작품을 봐야 하는데 실제로 번역 작품이 많지 않다. 앞으로 해결해야 할 분야의 중의 하나가 작품 번역이다. 1906년 이후 지금까지 약 40여 권의 베트남 작품이 번역되어 있다. 그것을 먼저 찾아서 읽어보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한-베 관계, 상대방의 문화를 존중하며 발전시켜야

 

질문7. 베트남의 유학생도 많아졌고, 국제 결혼도 늘고, 한국인 교민도 17만 명이 되었다. 좋은 뉴스가 대부분이지만 때로 갈등 요소도 커지고 있다. 현명하게 양국의 관계를 이끌어가려면?

 

- 아, 참 어려운 문제다. 시간이 갈수록, 교류가 많아질수록 갈등도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아주 기본적인 것이지만, 우선 상대방을 동등하게 여기는 것이 필요하다. 거기에다가 상대방의 문화를 존중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더 좋겠다. 그 바탕에서 교류가 이루어진다면 갈등은 줄어들 것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다낭에서 강제 격리된 사람이 올린 사진과 글 때문에 베트남 국민들이 많이 화를 냈던 일이 있었다. 자기들의 일상적인 아침 식사 중의 하나인 ‘바잉미’를 빵부스러기 정도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베트남인들이 화가 났다.

 

바로 상대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은 SNS(소셜네트워크)를 통해서 베트남에서 일어나는 일과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을 거의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을 자극하는 글에 대해서 즉각적인 반응이 올라오게 된다. 글을 쓰는 사람은 이런 점을 생각해서 부정확한 사실이나 국민감정을 자극할 수 있는 글은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질문8. 마지막으로 교수님이 생각하는 베트남을 이해하는 꿀팁 5개만 소개 부탁한다

 

- 아, 어려운 질문이다. 제 주관적인 생각을 말씀드리면, 장유유서, 불굴의 의지, 겸손, 손님접대, 다양성이다.

 

장유유서는 유교적인 예절을 표현한다. 불굴의 의지는 호찌민의 영도 하에 통일을 이룬 독립정신, 상대방을 존중하는 겸손한 태도와 손님을 지극 정성으로 접대하는 문화 그리고 54개 종족이 모여 사는 다양성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한국과 베트남 간에 관광과 유학, 무역 등 몇 년 사이에 인적 교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교역량으로보면 3위국가가 베트남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아직 베트남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 ‘베트남 문화의 즐거움’은 베트남에 대한 부족한 정보를 즐겁게 채울 수 있는 ‘즐거운’ 책이 될 것 같다.

 

 

지난해 23년의 역사를 가진 부산외국어대학교의 동남아지역원이 아세안연구원으로 개편됐다. 최근 급증하는 한-아세안 민관산학 교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아세안연구원장이기도 한 배양수 교수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 이유다.

 

배양수 교수 프로필

 

1988.02 한국외국어대학교 베트남어과 졸업

1994.10. 하노이 사범대학교 어문학과 석사(베트남 문학)

2001.02 하노이 사범대학교 어문학과 박사(베트남 어문학)

 

현 부산외국대학교 동남아학부 학부장

현 부산외국어대학교 특수외국어사업단장

현 부산외국어대학교 아세안연구원장

 

저역서: 베트남 문화의 즐거움(2018, 단독), 시인, 강을 건너다(2015), 미스 사이공(2009), 하얀 아오자이(2006), 정부음곡(2003), 베트남 베트남 사람들(2002), 춘향전(1994)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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