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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아세안+3 공중보건 협력 "선택이 아닌 필수"

한-아세안센터, 아세안+3 협력의 역사와 특히 공중보건 협력 사례 눈길

 

한-아세안센터, 아세안+3 협력의 역사와 특히 공중보건 협력 사례 리포트 눈길

 

지난해 말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이 처음 보고된 이후 100일이 지난 지금, 코로나19 사태는 4월 9일 현재 인류의 약 140만 명이 감염되고 8만 명 이상이 사망하는 지구적 보건 재난이 되었다.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되고 상점들이 문을 닫으면서 직장을 잃는 사람들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의 실업자 수가 2,500만 명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하고, 세계무역기구(WTO)는 전 세계 무역이 13~32% 급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유례없는 보건 안보와 경제 위기를 동시에 맞이한 국제사회는 공동 대응을 위한 협력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3월 16일에는 G7 정상들이 모여 화상회의를 개최하였고, 열흘 뒤에는 한국의 제안으로 G20 화상 정상회의가 열렸다. 글로벌 협력을 보완하는 지역 차원의 협력도 추진 중이다. 아세안과 한국, 중국, 일본, 즉, 아세안+3 정상들은 다음주 코로나19 대책을 논의하는 화상 정상회의를 개최한다고 한다.

 

이 중에서도 아세안+3 정상회의가 눈길을 끈다. 지난 1997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시작된 아세안+3 협력 체제는 이후 다양한 영역에서의 실질 협력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꾸준히 마련해왔다.

 

코로나19로 다시 한 번 역내 위기가 찾아온 지금, 아세안+3가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아세안센터가 아세안+3 협력의 역사와 특히 공중보건 협력 사례를 정리했다.

 

■ 동아시아 금융위기 강타, 1997년 12월 최초 아세안+3 정상회의

 

1990년대 동아시아는 냉전체제 종식에 따른 공산권의 세계 경제 편입을 바탕으로 자유무역체제 확산, 상호 교역, 투자 확대 등 역내 국가의 빠른 경제성장과 상호 의존이 심화하였다. 한편, 역내 활발한 국가 간 교류에도 지역 차원의 다자협력은 당초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를 경험하면서 동아시아 지역협력의 중요성이 두드러졌다.

 

급속으로 성장하던 동아시아 지역을 강타한 금융위기는 역내 국가 간의 긴밀성이 이미 지역공동체에 접어들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초국가적 문제를 대처하기 위한 역내 국가 간 협력과 공동대응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그해 아세안 의장국 말레이시아의 제안으로 1997년 12월, 최초의 아세안+3 정상회의가 개최되었다. 아세안+3 체제는 연례 정상회의와 분야별 각료 및 고위급 회의를 통해 외교·안보, 경제, 사회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역내 국가 간의 실질 협력의 기반을 마련해 왔다.

 

아세안+3 협력은 주로 금융,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배경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가 주권을 중요시하는 동아시아 국가의 특성상 정치·안보 분야에서의 협력보다 공동 상생과 발전을 도모하는 경제협력이 보다 용이했기 때문이다. 우선 역내 금융 안정을 위해 아세안과 한·중·일 3개국을 모두 연계한 양자 통화스와프 플랫폼(CMI)을 마련하였고, 이후 동 이니셔티브의 다자화(CMIM) 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지역 통화기금에 상당히 근접한 통화 협력 기틀을 마련하였다.

 

또한 역내 기업들의 자본 조달을 보다 원활하게 하기 위한 아시아 채권시장 이니셔티브(ABMI)를 추진해오는가 하면, 2011년에는 1997년과 같은 금융위기의 재발을 예방하기 위한 역내 경제 동향 분석을 전담하는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를 설립하였다. 무역 분야에서 한·중·일 3국은 각각 아세안과 FTA(일본은 CEPA)를 체결하였고, 지난해에는 아세안+3에 더하여 호주와 뉴질랜드가 참여하는 메가 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문안이 타결된바 있다.

 

금융, 경제 분야에서의 실질협력의 경험은 점차 환경, 노동, 문화, 재난구호 등 비전통안보와 사회문화 분야로 확대되었고, 보건 분야에서도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 “AIDS-사스 등 보건장관 회의, 아세안+3 보건 협력, 선택이 아닌 필수”

 

아세안+3의 보건 협력은 2001년 정상회의에서 후천면역결핍증후군(HIV/AIDS)에 대한 공동 대응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어 2003년 초, 사스(SARS)가 역내 여러 국가에서 창궐하며 그해 4월과 6월에 사스 대응을 위한 아세안+3 특별 보건장관 회의가 개최되어 유행성 질환에 대한 공동대응을 강조하였다.

 

2004년부터는 아세안+3 보건장관 회의가 정례화 되어 지금까지 격년 단위로 개최되고 있다. 또한, 2009년 신종플루(H1N1), 2014년 서아프리카 지역의 에볼라(Ebola), 2015년 메르스(MERS) 확산 사태 등 유행성 감염병 위협이 발생할 때마다 아세안+3 보건장관들은 특별회의를 가졌고, 필요시 화상회의를 열어 실질적인 대응책을 모색하기도 했다. 지난 4월 7일, 아세안+3 보건장관들은 특별 화상회의를 개최해 코로나19에 대한 대처 경험 공유를 비롯한 공동 대응책을 상의했다.

 

보건 분야에 대한 협력은 아세안+3 정상 간에도 논의되어왔다. 2018년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아세안+3 정상회의는 항생제 내성(AMR) 문제에 공동 대응하는 보건 분야 협력 성명을 채택하였고, 작년 11월 방콕에서 열린 제22차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도 아세안+3 정상들은 공중보건의 위협에 대한 예방, 탐지 및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을 다짐하였다.

 

2019 글로벌보건안보지수(GHS Index)에 따르면, 보건안보의 6개 항목(예방, 조기탐지 및 보고, 신속대응, 보건제도, 국제규범 준수, 위협적 환경)을 기준으로 조사한 총 195개 국가 중 6개의 아세안+3 국가가 상위 30개국(태국(6위), 한국(9위), 말레이시아(18위), 일본(21위), 싱가포르(24위), 인도네시아(30위))에 위치하고 있다.

 

55위까지 범위를 넓히면 베트남(50위), 중국(51위), 필리핀(53위)까지 총 9개국이 포함된다. 태국은 예방(3위), 신속대응(5위), 보건제도(2위)에서, 한국은 조기탐지(5위)와 신속대응(6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고, 인도네시아도 국가능력 개선과 국제규범 준수(7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역차원의 감영병 예방 및 대응 협력을 추진하기에 상당히 좋은 환경이다.

 

 

코로나19를 비롯하여 최근 20여 년 동안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 신형 유행성 질환 대부분이 동아시아 국가에서 발생하거나 유행했다. 그러므로 아세안+3 체제의 보건 협력은 동아시아 지역의 유행성 질환 예방과 종식을 위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개최된 G7 외교장관 화상회의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명칭을 두고 주요국 간 의견이 충돌하면서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못하고 폐막하였다. 이어진 G20 정상회의에서는 다행히 국제공조에 대한 회원국의 의지를 확인하는 성명이 채택되었다. 내주 개최되는 아세안+3 화상 정상회의에서는 그간 협력 경험을 토대로 코로나19 치료약 개발에 관한 정보 공유와 의료물자 지원, 공동 방역 등 보다 실질적인 보건협력과, 아세안+3가 특히 많은 성과를 내 온 경제 분야에서 글로벌 공급체인 붕괴 방지 등 역내 교역 및 경제 회복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참고문헌:

Global Health Security Index (NIS, Johns Hopkins Center for Health Security)

Jayant Menon, Global leadership is flagging. Can ASEAN or ASEAN+3 step up? (ISEAS Yusof-Ishak Institute)

조한승, 한국의 보건안보와 동아시아 보건협력 거버넌스의 필요성 (동북아 신흥안보 거버넌스, 사회평론아카데미)

배긍찬, 동아시아 지역협력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다 (한-아세안 외교 30년을 말하다,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

 

논문출처=한-아세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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