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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관의 태국이야기 14] 태국시장 '산업한류' 첫발은 '제값받기 리테일'부터!

탁월한 품질과 디자인 '한국 스타일' 대접 톡톡...진열과 가격도 업그레이드해야

[전창관의 태국이야기 14] 언젠가부터 방콕의 쇼핑몰 진열대에서 한국상품과 만나는 것이 무척이나 자연스러워졌다. 한국 국격을 받쳐주는 제품들이 탁월한 품질과 디자인에 힘입어 태국 쇼핑몰에서 눈에 띄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 까닭이다.

 

 

방콕 곳곳에 산재한 쇼핑 몰에는 ‘한국산(팔릿따판 컹까울리=ผลิตภัณฑ์ของเกาหลี)’과 ‘한국 품질(쿤나팝 컹까울리=คุณภาพของเกาหลี)'에 이어 ‘메이드 인 코리아’뿐만 아니라 현지에서 생산한 ‘한국스타일(สูตรต้นตำรับของเกาหลี=쑤웃 똔땀랍 컹까울리)’ 제품까지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태국에서는 먹는 농수산물과 바르는 화장품은 물론, 각종 가전제품과 휴대폰에 이르기까지 ‘한국 제품은 우수 상품’이라는 공식이 성립되고 있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필자가 처음 태국 땅에 발을 내디뎠던 1990년대 중반의 태국과는 영판 다른 세상이 됐다. 당시에는 방콕시내를 질주하는 허름한 시내버스에 붙은 대우자동차 로고만 봐도 신바람이 났다.

 

한인타운 수쿰윗 플라자 내의 한국인 전용 마트에 가야 겨우 살 수 있던 '신라면'이 현지의 대형 체인마트 유통인 탑스 슈퍼마켓에 진열된 것을 보고 기뻐하던 것이 언제였던가 싶을 지경이다.

 

 

언젠가부터 태국인들에게조차 존재감을 상실한 로빈슨 백화점 수쿰윗 매장에서 일본 브랜드들의 등쌀에 떠밀려 한쪽 구석에 겨우 놓여있던 한국산 전자제품의 엉성했던 진열판매 상황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도 이제는 그리 많지 않다.  

 

한류(韓流, KOREA WAVE)는 빌보드 1위에 오르는 방탄소년단과 드라마 '이태원클라쓰', 영화 '기생충'으로 대표되는 한국 대중문화 '열풍'을 가리킨다. 1990년대말부터 한국 대중문화인 드라마와 영화, 가요가  해외에서 인기를 얻자 '한류'라는 이름이 붙여지기 시작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한국 브랜드 상품 판매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한류’는 이렇게 대중문화 열풍에서 출발했지만 이제는 소위 'K'자가 붙어 한국산 화장품, 식품, 패션 등 각 분야로 퍼져나갔다. 이제 '한류'는 한국 국격의 상징이 됨과 동시에 '최고 상품'라는 이미지로 승화되어 한국산 제품의 해외판매 상승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류'라고 칭할 때, 'POP이나 드라마 등의 대중문화 한류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필자는 화장품, 패션, 식품 등의 해외 유통분야는 물론이고 전자-자동차 같은 우리나라 중추산업의 글로벌 시장진출 파워가 반영된 개념으로 확장된 '산업한류'라는 측면의 '한류'를 더 넓게 바라보고 싶다. 

 

산업한류는 '대중문화 코드의 연예·문화 한류'를 보다 큰 물결로 전파시켜 줄 수 있는 물질적 지속가능 성장동력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계인의 관광지'이자 '아세안의 디트로이트'라고 불리는 태국에서도 한국 산업한류는 이제는 당당히 선진 국가들의 제품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산업한류 제품들이 현지 유통채널 진열대에 폼나게 자리잡고 있다.  

 

반면, 방콕의 쇼핑센터 등의 유통채널 판매장에 나가보면, 산업한류 상품들의 제품력에 대비해 아직까지 상당 부분 뒤처진 리테일(retail, 小賣) 유통 부분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

 

다름 아닌, 산업한류 제품들의 리테일링 활성화의 기본구조인 ‘판매진열(Display)’과 ‘소비자 가격(Retail Price Positioning)’ 설정 부분이다.  사실, 이 두 가지 사안 중에서 ‘진열‘ 부분은 유통 현장 측면에서 볼 때, 상당 부분 공급자(Supplier)의 의도보다 유통 내 실판매업자(Reseller) 의지 측면이 주로 반영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렇지만 ‘소비자 가격’ 부분은 ‘공급자’가 직접 결정하거나 사전 검토한 가격 구조 명세(Price Scheme)에 대한 양자간 합의를 거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비자가격 설정은 해당 제품의 판매를 위한 제반 총 원가구조를 보여주는 역할도 하지만, ‘판매제품의 총체적 실판매 능력’이 반영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제품력(Product) + 브랜드(Brand) +고객관리능력(Customer Care)=실제 소비자 가격 포지셔닝'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산업한류의 태국시장 내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는 실판매 진열대의 소비자 가격을 볼 때, 이런 올바른 가격 산정 요소가 잘 반영되었다고 보기에는 많이 아쉬운 경우가 흔히 눈에 띈다.


실 판매대 위에 올라가 있는 각양각색의 산업한류 제품들의 소비자 가격이 현지 시장 내에서 적합한 포지셔닝을 통해 산정되었다기보다는 그저 ‘제조사 또는 공급사가 팔고 싶은 가격을 붙인 경우’와 ‘제품력과 마케팅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유통 단계별로 발생하는 마진율의 합산으로 억지춘향(?)처럼 책정된 사례'도 많은 실정이다.
 

소위 리테일 '제값받기(Right Retail Price Positioning)'라는 화두가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이 화두는 사실, 우리나라 굴지의 전자회사가 상시적으로 시장전략 수립 시 필두로 내세우던 마케팅 화두 중 하나인 '제값받기 전략'이라는 내용의 일부이기도 하다.

 

 “제값받기란, 그저 싼 가격을  무기로 경쟁하거나 원가 압박으로 인해 팔리지도 않을 높은 가격을 붙여 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가격을 받을 수 있는 제품력과 서비스를 창출해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해 나갈 수 있는 가격을 설정함으로써 자사의 이익을 남기며 시장에서 성장해 나가는 전략을 말한다.”- S전자

 


따라서, 제품의 개발, 구매, 제조, 판매, 마케팅, 관리와 운영에 대한 총체적 혁신이 연동되어지는 산업활동을 이어나가야 해당 판매제품의 소비자 가격을 합리적 수준으로 산정할 수 있는 것은 당연지사다.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른 적정이익률 확보로 시장내 가격경쟁력을 유지함과 동시에 새로운 마케팅 활동을 위한 자금력이 창출되는 선순환 과정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필자가 생각해본 태국 시장내 산업한류 제품의 '제값받기' 적합성 여부를 산정하기 위한 툴(Tool)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점유율과 가격 포지셔닝 측면에서 이겨야 시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타겟 브랜드 회사의 동일 또는 유사 스펙 경쟁상대 회사 제품 가격을 100%로 놓고, 자사의 제품 가격이 그에 비해 몇 %에 해당하는지를 주기적으로 조사해 분석한다.

 

②제품의 성능이나 품질 그리고 서비스 등에 대한 개선 노력을 집중해, 동일 스펙대의 신모델을 출시할 때 가격을 상향 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경쟁사와의 가격지수 갭을 메워나가거나 상대적 우위 확보를 시도한다.

 

③경쟁사가 가격인하 공세를 펴더라도 그에 대한 대응으로 추격인하하지 않아도 목표 판매량을 지속 유지할 수 있는 시장 내 입지확보가 되어있는지 여부를 가름한다. 이 과정에서 경쟁사 가격지수(%)와 자사 가격지수(%)를 비교분석해 가격 포지셔닝 우위를 확대해 나간다.

 


결국, '좋은 제품(Product)'을 '적절한 시기(Seasonality)'에 출시함으로써 계획 대비 '적합한 수준의 물류(Logistics) 재고비용이 소요될 수 있게 재고량을 관리해 나감과 동시에(Supply Chain Management)', '브랜드(Brand)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총체적 마케팅 작업을 수행해 내야 한다. 이런 측면이 고려된 제반 프로세스 추진 하에 합당한 '제값받기=(Right Price Positioning)' 작업이 이행될 수 있는 것이다.
 

 

성능이나 품질(맛)이 열악한 제품을 엉성하게 진열해 놓고 관리도 제대로 안하면서 가격만 높게 책정해 판매 기회를 놓친다든지,  반대로 진열상태는 양호해도 기본적인 제품력 자체에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자사 제품 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줄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진열대 선반위에 내던져 놓는다든지 하는 행태 등은 시장 내 제값을 받으려는 판매 전술에 크게 어긋나는 처사다.


태국시장에서 제품별로 개별적 브랜드력에 따른 진열도와 가격 파워 등에 있어 일정 부분 차이는 있겠지만, 이제는 화장품-식품-의류-자동차-전자제품 등을 망라한 각양각색의 산업한류 제품들이 방콕의 리테일 쇼핑센터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재태 한인들이 우리나라 산업한류제품을 언제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행복한(?) 느낌을 맛보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국가(World’s 10 biggest economies in 2020)로 발돋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국격상승이 제대로 반영된 각종 산업한류 제품의 제값받기 작업이 태국 땅에서 성공적으로 활짝 피어나길 기대해 본다.

 

전창관은?
 

18년간 삼성전자에서 글로벌 세일즈 & 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며 2회에 걸친 방콕현지 주재근무를 통해 가전과 무선통신 제품의 현지 마케팅을 총괄했다. 

 

한국외대 태국어학과를 졸업 후, 태국 빤야피왓대학교 대학원에서 ‘태국의 신유통 리테일 마케팅’을 논문 주제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태국학회 해외자문으로 활동 중이다. 아세안의 관문국가인 태국의 바른 이해를 위한 진실 담긴 현지 발신 기사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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