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딩크의 도전은 끝나지 않는다”
동남아 변방이었던 베트남 축구를 일류로 업그레이드했던 ‘쌀딩크’ 신화를 쓴 박항서 감독(67)이 태국에서 또 하나의 위대한 도전을 시작한다.
박항서 감독의 소속사 디제이매니지먼트는 5월 25일, “현재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월드컵 단장으로 활동 중인 박항서 감독이 태국 2부 리그의 칸차나부리 Power FC 공식 감독으로 부임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현재 맡고 있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월드컵 단장으로서의 책무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 칸차나부리 FC 부임 시점을 7월 월드컵 일정 이후로 합의했다.
■ 베트남-한국서 ‘우승-승격 전문가’, ‘박항서 매직’ 태국서 다시 한번!
박항서는 명실상부 아세안 축구 역사상 최고의 지도자다. 특히 2017년 취임해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면서 한국 월드컵 4강신화의 ‘히딩크’에 비유해 ‘쌀딩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 ‘베트남 영웅’이 세운 기록도 전후무후 대기록이었다. AFF챔피언십(아세안컵, 스즈키컵, 2018) 우승, AFC U-23 챔피언십(2018) 준우승을 이뤄냈다. 2018 아시안게임 4강, 2019 아시안컵 8강, SEA 게임 2회 연속 금메달, 그리고 베트남 역사상 최초의 FIFA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진출....
AFF챔피언십은 ‘동남아의 월드컵’으로 불릴 만큼 아세아축구연맹(AFF)이 주관하는 지역 최고 권위의 대회다. 박항서 감독은 2018년 이 대회서 10년만에 베트남의 우승을 이끌면서 그야말로 ‘영웅’으로 등극하며 ‘박항서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 우승은 베트남 국민들에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줬다. 2018년은 베트남이 10년간 평균 경제성장률 6~7%를 기록하는 시기였다. 베트남이 GDP 4000달러로 진입하는 시기였다.
어떤 평론가는 “진정한 ‘박항서 매직’은 축구 성적보다도 고속성장으로 인한 노동문제, 도시와 농촌, 빈부갈등 등 부작용과 문제가 터져올 시기에 ‘승리’의 감격으로 베트남 국민을 하나로 묶어냈다는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축구가 ‘국기’이지만 자력으로 인도차이나 밖으로 나가지 못한 ‘변방’ 베트남 국민들의 갈증을 해소해주었다. 베트남은 일류팀으로 우뚝 섰다. 베트남은 아세안 국가 중 FIFA 랭킹 100위권에 가장 긴 기간을 유지한 국가로 남아 있다.
그는 또한 한국 무대에서도 상주 상무를 이끌고 K리그2 우승 및 두 차례 승격을 이뤄낸 베테랑 지도자다.
그는 2023년 1월 베트남 감독직을 사임한 이후 수많은 국가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았다. 박 감독이 고심 끝에 선택한 건 태국행이다. 태국 무대는 아직 한국인 지도자가 완전히 뿌리내려 성공한 사례가 드문 시장이다.
일본 무대를 거치지 않고, 순수 한국 축구 철학을 가진 지도자가 태국 시장에서 정면으로 승부를 보는 첫 사례다. 그리고 그가 67세 축구 인생 후반전에서 선택한 도전이어서 축구계에서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 2023년의 약속...‘신흥강호’ 노리는 칸차나부리 FC서 희망 쏘아올리다
박항서 감독의 태국행에는 오래된 약속이 담겨 있다. 박 감독은 베트남 대표팀 감독직을 내려놓은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국과 베트남에서 감독은 더 이상 맡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그 자리를 후배 지도자들에게 온전히 물려주겠다는 선언이었다. 현재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김상식 감독이 그 바통을 이어받아 베트남 축구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태국행은 그 약속을 지키는 일환이다. 박 감독는 아직 아무도 개척하지 못한 태국 무대로 향했다. 박항서 감독이 지휘봉을 잡게 된 칸차나부리 Power FC는 2024-25 시즌 2부 리그 승격에 성공하며 가파르게 성장했으나, 2025-26 시즌 아쉽게 강등을 경험했다.
구단의 비전은 단기 성과에 머물지 않는다. 현재 태국 내 TOP5 수준으로 평가받는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칸차나부리 FC는 박항서 감독 부임과 함께 ▲1년 만의 재승격 ▲향후 5년 내 태국 최상위권 구단 도약 ▲부리람 유나이티드와 경쟁 가능한 전력 구축 ▲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 및 아시아 경쟁력 확보라는 명확한 로드맵을 구축하고 실행 단계에 돌입했다.
팀은 발 빠르게 다음 시즌을 준비 중이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대표팀 핵심 수비수로 나서 그리스전과 나이지리아전에서 한 골씩 넣으며 당시 허정무호의 16강 진출에 공헌한 이정수 코치가 감독 대행 역할을 수행하며 선수단의 약 70% 이상 구성을 마치고 새로운 체제로의 안정적인 전환을 준비해왔다.
박 감독은 부임 후 한국 축구의 선진 시스템인 식사 및 영양 관리, 체력 강화, 비디오 분석, 데이터 기반 운영 등을 태국 무대에 본격적으로 접목할 계획이다.
구단 측은 박항서 감독의 부임이 성적 향상은 물론, 태국의 대표 관광도시 칸차나부리를 아세안 축구 팬들에게 알리는 홍보효과로도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 베트남과의 인연은 계속… ‘히딩크-박지성’ 같은 아세안 축구의 가교 역할
베트남 축구계에서 외국인 최초로 베트남 2급 노동훈장을 받기도 한 그의 태국행은 베트남 축구와의 이별을 의미하지 않는다. 박 감독은 칸차나부리 FC를 이끌며 베트남 전지훈련 추진, 유소년 교류, 유망주 해외 진출 프로젝트 등을 통해 베트남 축구 발전에도 지속적으로 기여할 예정이다.
과거 거스 히딩크 감독이 PSV 에인트호번에서 박지성과 이영표를 발굴해 유럽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던 것처럼, 박항서 감독 역시 재능 있는 베트남 및 아세안 선수들의 해외 무대 진출을 돕는 든든한 디딤돌 역할을 자처할 예정이다.
박항서 감독은 에이전시를 통해 “그동안 베트남을 비롯해 여러 국가에서 제안이 있었지만, 태국행을 선택한 이유는 분명하다. 아직 아무도 완전히 성공하지 못한 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칸차나부리 FC가 제시한 장기적인 비전과 축구에 대한 진정성이 제 도전 정신을 다시 깨웠다. 한국 축구를 대표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태국과 베트남, 나아가 아세안 축구를 연결하는 리더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항서 감독의 칸차나부리 FC 공식 취임식 및 향후 세부 일정은 추후 공개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