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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행] 섬과 섬을 잇는 다리들 '황홀경'...고군산섬잇길을 거닐다

한국 유일 5개섬 해상 트레킹, 가을날 군산 고군산섬잇길 1박 2일 트레킹

 

9년 공사 끝에 드디어 개통된 군산 바다 앞 '고군산섬잇길'을 걸었다.

 

올해 8월 8일 고군산군도 끝섬인 말도, 보농도, 명도, 광대도, 방축도까지 5개의 섬이 4개의 해상 인도교로 연결되었다. 배를 타지 않고 섬과 섬을 잇는 다리가 매혹적이었다. 바다 한가운데를 걷는 ‘해상 도보 트레킹로드’는 황홀 그 자체였다.

 

‘고군산섬잇길’은 2017년부터 군산시가 총사업비 465억 원을 투입해 시작해 올해 8월, 9년 공사 끝에 총 총 8.64km의 바다 위 하늘길을 개통했다. ‘바다 위 하늘 트레킹’을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명품 관광섬으로 탄생했다.

 

이 길은 방축도 → 광대도(제4교 83m) → 명도(제3교 555m) → 보농도(제2교 410m) → 말도(제1교 308m)로 총 연장 1,356미터로 5개 섬과 섬 사이를 걸어서 건널 수 있다. 

 

 

한국에서 손꼽히는 기암괴석을 품고 있는 해안절경, 천연기념물 습곡 구조, 각 섬이 품고 있는 자연경관과 지질 유산, 섬마을의 전설과 만나는 길은 파노라마 같은 1박 2일이었다. 


너른 바다 파도소리가 성성한 섬 안에서 하룻밤도 그렇고, 파란 하늘과 더 파란 옥빛바다 사이를 온전히 두 발로 직접 걸은 것은 행복이었다.

 

이 길은 기암-절벽-무인도-등대가 이어지며 완성된 길을 트레커가 다시 완성하는 길이다. 이국적인 비경에 숨을 멈추었고 가파른 경사길에 '억' 토해냈다. 옥빛으로 물들어가는 모든 순간이 여운이 된 섬여행이었다. (이 글의 트레킹 경로는 명도-보농도-말도 1박, 말도-보농도-명도-광대교-방축도 1박 2일 일정이다)

 

■ 1일 차: 선유도·장자도항에서 출발, 정감 어린 섬 속으로  풍덩

 

서울을 떠나 군산에 도착해 핫한 플레이스인 '한국 최초 빵집'으로 잘 알려진 ‘이성당’ 본점을 찾았다. 일본인이 처음 빵집을 열었고, 1945년 한국인이 새로 문을 연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었다. 단팥빵과 야채빵을 사기 위해 긴 줄이 이어졌다.

 

 

이어 심은하-한석규 주연 멜로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의 세트장인 ‘초원사진관’, 신흥동 일본식 2층 목조 가옥(구 히로쓰가옥)과 양조장 등을 찾았다. 이처럼 몇시간 근대 역사 유적과 레트로 감성의 골목에서 노닐었다. 전국에서 찾아온 젊은이와 가족여행객이 많았다.

 

 

새만금방조제와 도로가 연결된 신시도-무녀도-'명사십리해수욕장'으로 유명한 선유도 등 고군산연육교를 지나 장자도 선착장에 들어섰다. 차창 밖 푸른 서해와 붉은 기암괴석의 대비가 여행자를 환영해주었다.

 

장자도항 공용주차장(하루 최대 1만 2000원)에 승용차를 두고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포구를 벗어나며 살을 스치는 시원한 해풍이 트레커의 가슴을 탁 트이게 만들었다. 배웅해주는 갈매기떼와 중간중간 눈인사를 주고받은 길친구들이 정겨웠다.

 

 

하늘은 높고 공기엔 사이다맛이 나는 전형적인 한국 가을날씨였다. '저 멀리 바라보기만 했던 외곽의 섬을 직접 들어가 걷는다'는 생각에 절로 흥겨워졌다. 40여분 만에 코스 중 가운데 20여 가구가 거주하는 섬 ‘명도’ 선착장에서 내려 첫날 ‘고군산섬잇길’ 트레킹을 시작했다.

 

1차 목표는 숙소가 있는 말도였다. 코스 가운데 섬에서 끝섬으로 역류했다. 섬에 발을 디디자마자 모두 절로 탄성을 질렀다. 섬을 연결하는 4개의 다리를 건널 때 하늘과 바다는 하나였다. 코스 전체가 오르락 내리락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수평선과 하늘과 여행객은 모두 하나였다.

 

■ 말도식당에서 저녁, 숙소에서 여장풀고 천년송과 서해낙조에 넋을 잃다

 

명도선착장에서 구렁이전망대까지 30분, 거기서 제대로 탁 트인 서해바다를 봤다. 발 아래 보농교 그리고 저 멀리 말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섬이 바다 위에서 출렁거렸다. 아니다. 바다가 엄마처럼 섬을 품에 안고 있었다.

 

 

구렁이전망대에서 제2교와 보농도를 내려다보는 풍경은 고군산섬잇길의 최고의 전망으로 꼽혔다. 그렇다. 해안선과 겹치는 풍경은 극락 같은 느낌이었다. 인생샷을 찍을 만한 곳이었다. 

 

구렁이전망대를 내려와 가운데 두 개 기둥이 솟은 2교(사장교)를 건너 무인도인 보농도 정상, 드디어 '바다 위 하늘로 통하는' 고군산섬잇길 첫 다리를 걸어서 통과했다. 410미터의 2교는 사장교로 2개의 주탑과 케이블이 인상적이다.

 

이번에는 보농도에서 말도로 가기 위해 제 1교를 걸었다. 이 다리는 둥근 아치와 케이블이 특징인 아치교다. 가운데 반원 같은 기둥이 이색적이었다. 20여 세대가 사는 말도로 올라가는 계단은 매우 가팔랐다. 말도의 정상은 전체 5개 섬에서 가장 높다. 

 

드디어 말도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걸어서 말도 등대 인근 숙소로 걸었다. 김치와 콩나물, 오이 등 재료가 귀해 소박했지만, 꽃게 밑반찬과 해물탕과 갑오징어 요리는 일품이었다.

 

 

걷는 중에 천연기념물 제501호인 말도 습곡구조와 약 5억 9000만년 전의 지질구조인 거친 기암괴석을 만났다. 대규모 지각운동으로 만들어낸 파도모양의 지층이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이 외딴섬은 나홀로 장엄함을 간직하고 있었다. 

 

숙소는 말도항 선착장에 있었다. 말도식당과 섬주민이 공동으로 만든 ‘휴게 및 관광시설’ 형태로 운영했다. 큰 방에 샤워실과 화장실과 주방과 TV가 침대없이 한방에 모여있었다.

 

 

짐을 풀고 올라간 말도등대는 '잘 생긴 하얀거탑'이었다. ‘고군산의 끝, 서해의 시작’인 이 등대는 해발 60미터 절벽 위에 26미터 높이로 서있었다. 여기서 서해의 노을을 봤다. 동해 해파랑길을 걸으며 새벽일출을 본 장관이 떠올랐다. 끝없이 이어진 수평선을 물들이다 순간 두둥실 떠올랐다.

 

 

1909년 11월 처음 불을 밝힌 말도등대는 군산항에서 약 37km에 있다. 이제 무인의 백색의 콘트리트 등탑 아래서 동해 일출보다 장엄하지 않지만, 서해 수평선을 붉게 불타오는 낙조를 지켜보았다. 해풍마저 잔잔했다. 긴 침묵이 이어졌다. 바다 한쪽에서 무지개가 떴다. 순간 넋이 빼앗겼다.

 

등대가 불빛이 들어오고 낙조가 옅어졌다. 어둠이 내리면서 금세 어두워졌다. 등대 아래로 내려왔다. 말도 항구 등대 아래 쪽 작은 바위섬 ‘목섬’ 절벽에는 천년송이 있었다. 바위 속에 뿌리를 내린 신비한 소나무다. 어둠 속에서 천년송 앞에 섰다.

 

'빛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온갖 어둠을 응시하는 것'(니코스 카찬차키스)이라고 했던가. 등대도 그렇고, 천년송도 세월을 응시 중이다. 밝은 날을 기대하면 온갖 어둠을 보고 있었다. 이 돌바위섬은 바다갈매기의 서식처로 5월 말경이 되면 수만마리의 갈매기가 모여들어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1000년 세월 동안 작은 섬의 바위 위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꿋꿋이 자리를 지켜온 소나무와 100년 된 등대를 생각하다 하룻밤이 붉게 물들었다. 파도 소리를 자장가 삼아 섬의 한적한 밤을 즐겼다. 피로에 곯아떨어진 일행들의 코골이가 음악소리가 되었다. 

 

■ 2일 차: 광대도 책바위와 방축도를 지나며 맞이한 완주

 

둘째 아침 이른 시간 오전 7시 말도 숙소에서 일어나 출발했다. 섬 아침은 단정하게 몸무새를 갖추고 기지개를 켰다. 바다도 고요했다.

 

바다가 눈을 뜨자, 이슬에 젖은 숲길도 침묵을 깨고 하나둘 발길로 채워진다. 역주행이었다. 말도 정상에서 1교로 내려오다 두둥실 떠오른 해와 다리의 실루엣에 발길을 멈춘다. 어제 봤던 풍경과 달라졌지만 1교가 발 아래 보이는 바로 그 자리가 역시 고군산섬잇길 전체 베스트 사진 포인트였다.

 

 

둥근 아치가 다리 위에서 반달처럼 보이는 308미터의 1교를 건너 보농도로 간다. 다시 보농도에서 명도로 이어진 2교를 지난다. 2교는 두 개의 높은 주탑과 케이블을 이용한 사장교다. 4개 다리 중에서 가장 다리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다리를 걸어가다 보니 마치 바다 위 하늘길을 떠다니는 듯한 느낌에 빠져든다. 발아래엔 에메랄드빛 바다가 출렁이고, 옆으로는 해안 절경의 파노라마가 펼쳐졌다. 이게 이 길의 진정한 묘미였다.

 

 

명도 구렁이전망대으로 올라와 몸을 뒤돌아서 걸어온 길을 보았다. 새삼 구렁이전망대에서 제 2교를 내려보는 자리도 또한 사진 명품 포인트라는 점을 실감한다. 전망대에서는 말도에서 먼저 출발한 부부, 그리고 명도선착장에서 첫배로 내려 말도로 향하는 10여명 여행객들을 만났다.

 

구렁이전망대에서 내려와 오진여전망대를 살짝 보고 나와서 3교로 간다. 명도에서 광대도를 잇는 3교는 555m에 달하는 가장 길고 웅장한 다리다. 바다에 드러났다 잠기는 암초와 책바위 등 자연경관을 보존하기 위해 해상 구간을 크게 우회했다. 그래서 가장 까다로운 공사 구간이었다고 한다.

 

 

이 다리는 바다 위에 기둥을 일정한 간격으로 세워져 운치가 있었다. 광대도가 눈앞에 보이는 구간에서는 거대한 수직 절벽과 억겁의 세월이 만들어낸, 종이처럼 휘어진 ‘책바위’와 ‘병풍바위’가 압도적인 지질 비경을 선사했다.

 

 

책바위에 감탄하고 광대도 정상으로 올라가는데, 저쪽 명도 3교 위로 날아가는 새의 구름형상이 지나갔다. 참 신기한 일이었다. 길조였다. 좋은 일을 가져온다는 새 길조(吉鳥)인가? 좋은 일이 생길 징조인 길조인가?

 

광대교에서 방축도를 잇는 마지막의 4교(83미터)는 가장 짧은 다리다. 소위 출렁다리로 불린다. 현수식 인도교로 고군산섬잇길의 랜드마크다. 이 다리를 건너면 방축도였다. 이 다리에서는 방축도의 유명한 독립문바위가 보였다.

 

 

 

사진을 찍는다면 이 다리에서 독립문바위-제4교-푸른바다를 한 프레임을 담는 것이 포인트라고 한다. 방축도 최고 명물인 독립문바위는 오랜 세월 파도와 침식 작용으로 형성되었다. 위엄이 있고 당당하다. 왜 독립문바위가 고군산섬잇길에서 반드시 들러야 하는 명소인지 알겠다.

 

60여명이 거주하는 방축도는 5개 섬 중에서 면적이 가장 크고 인어상-뒷장불전망대-방축도 선착장-독립문바위 등 트레킹 볼거리가 가장 많은 섬이다. 말도선착장에서 오전 7시 출발해 방축도 여행자 쉼터에 11시 10분 도착했다. 드디어 고군산섬잇길을 4시간 10분만에 완주했다.

 

■ ‘아는 만큼 보인다’ 고군산섬잇길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

 

사면 바다를 보면서 걷는 '한국 유일의 최장 해상트레일'로 소문이 난 고군산섬잇길 여행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뭘까. 우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떠올리면 된다.

 

전체 코스는 8.6km이지만 체감거리는 섬의 오르내림과 전망대, 마을길을 포함하면 더 길게 느껴진다. 약 4시간에 5개섬을 걸을 수 있다. 섬마다 산길과 계단이 있고, 광대도-보농도-말도 구간에는 급경사가 있다.

 

 

그리고 꼭 알아야 할 점은 현재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숙박과 식사는 반드시 사전예약, 물과 간식은 장자도에서 미리 준비해야 한다. 주말이면 매진행렬, 평일에도 첫배와 막배는 구하기 어렵다.

 

목요일에 배를 탄 이번 여행도 배와 숙소 해결이 관건이었다. 선자도여객선터미널 첫배인 08:40분 여객선과 오후 15:10 막배는 1달 전에 예약 매진되어 있어 살 수 없었다. 섬 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오후 1시 40분을 타고 명도에서 내려 말도로 가서 숙박했다. 다음날도 막배로 못나오니 12시 50분 배를 타고 장자도로 돌아왔다.

 

 

고군산섬잇길은 대형펜션이나 호텔은 없다. ‘섬 민박’ 수준이라고 말하면 딱 맞는 숙소가 있을 뿐이다. 명도와 말도와 방축도에도 식당&펜션이 있지만 딱 그 수준이다. 식당은 방축도 2곳, 명도는 숙박하면서 식사 가능 민박 중심, 말도는 식당 2곳, 카페 1곳 정도다. 예약손님 위주로 운영하니 반드시 하루 전 예약을 권한다.

 

이 길을 여행하려면 자동차로 장자도까지 이동한 뒤 배를 타고 방축도-명도-말도로 들어간다. 배는 방축도부터 순차적으로 내리고 탈 수 있다. 배는 한 번 타고 들어가고 5개섬은 걸어서 이동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여객선 예매다. KSA 여객선 예매를 통한 사전 승선권 예매를 하고 실물 신분증을 필수적으로 지참해야 한다. 요금은 평일 왕복 기준 7600원이다. 주말-공휴일은 8400원. 온라인 잔여여석 '0'석은 그 일정 및 시간대에 매진되었다는 뜻이다.

 

온라인 예매시 한국해운조합(카카오톡)에서 모바일승선권을 발권된다. 탑승시 카카오톡 모바일 QR코드를 신분증과 제시하면 된다. 

 

고군산군도는 유인도 16개와 무인도 47개, 모두 63개 섬을 이뤄졌다. 그 중 육지와 연결된 섬이 신시도-무녀도-선유도-장자도다. 섬잇길은 장자도 여객선터미널에서 유람선을 타고 40분 달려 찾아간다. ‘멀리 바라보기만 했던 외곽의 섬’들을 찾아 5개 섬을 잇는 다리를 걷는 행로다.

 

방축도에서 다시 배를 타고 돌아오는 길, 멀어지는 5개 섬과 다리들을 바라보며 “길은 두 발로 직접 걷는 자에게만 진정한 절경을 허락한다”는 생각을 다시 되새겼다.

 

 

[Tip1] ‘고군산섬잇길’을 절대 둘레길로 취급하면 안된다

 

직접 이 길을 걸은 사람들은 제마다 호평을 내놓는다. 하지만 이 길에는 '해안 절벽 및 급경사 암릉 구간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경고도 빼놓지 않는다.

 

군산시도 “‘고군산섬잇길’을 절대 둘레길로 취급해야 하면 안된다. 평탄한 산책로가 아니라 능선과 산 정상을 오르내려야 하는 중상급 난도다. 전 구간 완주에 4~5시간 이상 걷는다”도 밝혔다.

 

이 길을 걷는 건 단순한 “8.6km를 걷는 길이 아니라 5개의 섬을 오르내리며 4개의 다리를 건너는 '약간 매운맛'의 해상 산악 트레킹”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전에 준비도 필요하다. 단순한 운동화보다 접지력 좋은 트레킹화를 준비한다. 생수 최소 1.5L 이상 필요하다. 중간 보급소가 없거나 제한적이어서 충분한 수분을 확보해야 한다. 고칼로리 간식으로 포도당 사탕, 양갱, 에너지바 등 즉각적인 칼로리 보충용도 준비하면 좋다.

 

전략적인 체력 안배도 필요하다. 가령 방축도에서 체력을 아끼고 → 명도에서 반드시 쉬고 → 보농도에서 마지막 체력을 확인한 뒤 → 말도까지 가는 전략이 가장 중요하다.

 

 

[TIP2] 고군산섬잇길 핫 '인생샷' 사진포인트

 

▲ 방축도 독립문바위(제4교와 함께 촬영)

▲ 4교 출렁다리와 서해

▲ 3교 555미터: 고군산섬잇길의 스케일을 보여주는 장면

▲ 명도 구렁이전망대: 제2교와 보농도를 한눈에 찰칵

▲ 말도에서 1교 발 아래 보이는 바로 그 자리

▲ 습곡지형: 여행의 마지막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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