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4.19 혁명과 유사한 성격의 '태국 10.14 혁명'이 일어난 지 47년 만인 지난 10월 14일을 기해 방콕의 주요 도심에서 일제히 점화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격화 일로를 걷고 있다. 태국에서는 1932년 입헌 군주제를 도입하면서 촉발된 군사쿠데타를 시작으로 무려 19번이나 군부가 정치에 개입하는 쿠데타가 일어났다. 이런 정치적 불안정 사태는 크고 작은 민주주의 변혁 운동과 맞물려 발생했다. 그 중 가장 큰 유혈사태를 야기했던 1973년의 10.14 혁명, 즉, 태국판 '피의 일요일' 혁명은 태국 민주화 운동의 정신적 지주다. ■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제기된 바 없는 ‘입헌군주제 개혁’ 등장의 의미는? 현재 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화 시위를 주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자유청년연합’과 ‘탐마삿 공동연대'라는 학생·사회운동 단체가 이번 민주화 시위의 본격적인 확산 개시를 10.14 혁명의 성지인 민주기념탑에서의 10월 14일 자 시위에 맞춘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태국 현대사에서 학생운동을 배경으로 한 민주진영의 움직임은 군사정부에 의해 번번이 와해되었다. 그 과정에서 왕권의 중재와 재가 절차가 행해졌고 이는 곧 태국적 정치상황의 특이성으로 세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과 아세안의 관계를 한층 더 발전시키기 위해 신남방정책을 선언했다. 신남방정책이 주로 아세안과의 관계발전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 개인의 관심과 열정에서 비롯된 만큼, 2022년 5월에 종료되는 그의 임기 이후에도 정책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올해 한-아세안 협력관계 가속화를 위해 세워졌던 계획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중단된 상태다. 설령 백신이 개발된다 해도, 전세계 사람들에게 제공할 만큼의 분량을 확보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전세계 수십억 명 분의 백신을 생산하고 배포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몇 개월 안에 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2022년까지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여러 제약을 감수하며 살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코로나19의 세상에서 한-아세안 관계를 생각해 본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적절할 것이다. 과연 한국의 신남방정책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지속될 것인가? 물론 아세안의 입장에서는 신남방정책이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되기를 바란다. 아세안으로서는 대한민국의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었든, 코로나 19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를 막론하고 신남방정책이 유지되기를 바랄 것이다. 아세안은 대
어린 시절 색종이를 오려서 하나를 고리로 만들고 다른 종이를 고리에 걸어 다시 고리를 만들기를 반복하다 보면 커다랗고 알록달록한 고리 목걸이가 되었다. 각각의 인물과 사건이 고리처럼 연결되어서 <인도네시아 한인100년사>(이하 한인사)라는 무지개빛 커다란 고리목걸이가 됐다. 한인사 집필을 시작할 때의 막막함이 원고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니 우리가 살아온 시간을 비추며 형체를 드러낸다. ■ 일제 식민지-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인도네시아 한인 삶과 사건 ‘고리 목걸이’ 재인도네시아한인회는 1920년 9월 20일, 장윤원 선생의 네덜란드령 동인도 도착을 기점으로 한 인도네시아 한인 진출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한인사를 출간하기로 했다. 2019년 7월 26일 재인도네시아한인회 회의실에서 출범식을 갖고 그 시작을 알렸다. 한인사에는 인도네시아에서 한인의 삶을 시작한 인물과 계기 그리고 일제 식민시기에 온 한인과 대한민국 정부수립 후 인도네시아에 건너온 한인과의 연결 고리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인도네시아에 사는 한인에게 고리의 시작은 100년 전 장윤원 선생이다. 장 선생은 조선이 일본에 점령당해서 더 이상 조국이 그를 보호해줄 수 없게 되자 살기 위해 국경
‘동방의 해뜨는 나라’ 한국에서 떠나와 '삼국지'의 맹획이 칠종칠금(七縱七擒-7번 잡혔다가 7번 풀어 주기)하던 신남방의 나라, 태국에서 살다보니 골프를 주말레저로 삼기 십상이지요. 그런데 그린 위에 모여 퍼팅을 하다 보면 이따금식 ‘위잉~웽~’하는 굉음과 ‘쾅...탕...’하는 폭음소리가 들리곤 하지요. 그 소리의 정체에 대해 함께 라운딩하는 동반 골퍼들간에 갑론을박하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만, 혹시 이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지요? 맹인모상(盲人摸象)이라는 말이 있지요. 장님이 코끼리를 만진다는 뜻이지요.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자기가 알고 있는 부분만 가지고 고집한다는 말입니다. '장님코끼리 만지기' 식 일반화 오류 줄이기를 위해 골프장의 '굉음'에 정체에 대해 파헤쳐보겠습니다. <첫번째 의문> 라운딩 중 '위잉~웽', 잔디제초기 모터음? 오토바이 폭주족 굉음? - 라운딩 중에 ‘위잉~ 웽~’하는 소리가 크게 들리면 혹자는 그럽니다. “아, 그건 골프장 잔디 제초기 모터음이야.” - 또 다른 사람은 말합니다. “아니야. 그건 골프장 주변도로를 미친듯이 내달리는 오토바이 폭주족들의 급가속 굉음이지.” - 듣고 있던 또 다른 이는
삼국지의 맹획이 '칠종칠금(일곱번 잡았다 일곱번 풀어주었던)'하던 신남방의 나라 태국에서 살다 보니 이따금씩 한국에서 인기를 끈 방송 프로그램을 IP TV의 돌려보기 방식으로 접하곤 한다. 일전에 tvN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사장님 마음대로 <윤식당>’이라는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을 우연찮게 시청했는데, 나름 시사하는 바가 많은 반면, ‘옥에 티’라고만 봐주기에는 아쉬운 내용들이 산재해 있었다. 필자가 동남아의 태국에 살면서 느낀 한식과 한국식당에 대한 생각으로 짚어볼 때, 자칫 해외에서 한식당이나 소비재 소매업 리테일사업을 운영하는 분들에게 상당 부분 혼선을 줄 수 있는 메시지가 다수 섞여있었다. 그 중에서도 ‘윤식당의 비빔밥론’은 상당 부분 곡해의 여지가 있어 보였다. "예능프로그램을 다큐로 보면 어쩌냐"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으나 ‘윤식당 시즌 2’에 메인 메뉴로 나온 비빔밥 이야기를 소재로 이제는 세계 각지로 뻗어나가 우뚝 서기 시작한 한식 세계화의 일면을 살펴본다. ■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논지서 예외일 수 없는 '한식 세계화론' 먼저, '사장님 마음대로 - 윤식당'에서 말하는 한식의 현지화, 즉 '현지인 취향
타루이 토-키치(樽井藤吉)는 ‘대륙낭인(大陸浪人)의 선구자 중 한 사람’(旗田巍, 1969)로 불리는 메이지 시대(1868~1912) 인물이다. 대륙낭인이란 메이지 시대 초기부터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중국대륙 특히 만주·유라시아대륙·시베리아 등 방랑하면서 각종 정치활동을 한 일군의 일본인을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단순한 ‘방랑자’가 아니라 일본의 조선 병탄을 노린 대륙침략의 척후병들임을 놓칠 수 없다. 타루이는 메이지 26년 즉 1894년 <대동합방론>(大東合邦論)이란 저서를 내놓고는 조선 병탄을 도모한 ‘대동합방’을 주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침략사관을 포장한 것에 다름이 아니다. 그가 주장한 ‘대동합방’의 본 뜻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870년대 대두하여 무르익었던 ‘세이칸론’(征韓論, 이하 ‘정한론’)을 눈여겨봐야 한다. 왜냐하면 대동합방론은 정한론의 후속편이기 때문이다. 정한론을 포장한 자는 타루이뿐만 아니다. 미국의 펜실바니아 대학 교수 힐라리 콘로이(Hilrary Conroy)는 전혀 다른 논리로 정한론을 합리화한 <일본의 조선병탄>(The Japanese Seizure of Korea, 1960)을 간행한다. 그는 조선
코로나가 지구촌을 공습했다. “이제 어쩔 수 없이 앞으로 세균들과 인간이 동거할 수밖에 없다”는 말이 터져나올 정도로 ‘팬데믹’ 쇼크는 모든 분야에서 공포로 몰아넣었다. 당장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연일 확진자 알림판은 줄지 않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충격파를 던졌다. 특히 하늘길이 막히고 해외 여행길이 막혀 ‘여행’을 꿈꾸던 이들에게 절망과 답답함이 계속되었다. 그렇다면 국내 여행도 쉽지 않은 요즘, 실내에서 아세안(ASEAN)을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솔깃하지 않은가? ■ 가상현실으로 아세안 10개국 문화유산...코로나19 시대 해외여행 바로 부산 아세안문화원에 구축된 아세안 10개국 문화유산을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로 구현한 체험실에 관한 이야기다. 이 역시 한-아세안 협력기금을 통해 진행이 되었다. 공식 명칭은 ‘아세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디지털 헤리티지 콘텐츠(Digital Heritage Contents) 개발 사업’이다. 문화유산기록보존연구소에서 진행하였다. 사업의 시작은 2014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성과사업으로 추진된 부산 아세안문화원 개원을 준비하면서였다
아세안에서 오래 살았던 필자는 유독 인도네시아인 친구들이 많다. 대부분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는 젠틀한 사람들이다. 이 가운데 화교 출신인 A군은 유원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놀이기구인 롤러코스터와 관련된 지식에 관해서는 아시아에서 한 손가락에 꼽을 만큼 탁월한 실력자로 기억된다. 그는 미국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까지 응용물리학 과정을 엘리트 코스로 밟은 인재다. 자카르타 북서부지역 항구도시 안쫄이라는 도시 출신인 A군은 그 일대 지역사업인 안쫄 테마파크 비즈니스와도 알게 모르게 깊숙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 자카르타 두니아 판타지 안쫄(Dunia Fantasi-Ancol) 유원지로 더 알려진 안쫄은 분명히 안락한 주거공간을 갖춘 도시라고 말하기에는 분명히 아쉬움이 있는 도시다. 널리 알려졌지만 인도네시아 화교들은 주로 항구도시인 자카르타 인근에 집중적으로 거주한다. 1998년 인도네시아 인종 폭동 이후 이 같은 경향은 더욱 더 강해진 측면이 있다. 자카르타 인근의 항구도시 안쫄도 그같은 이유로 화교들의 밀집도가 더 강해졌다. 이 도시가 비록 바다를 낀 수려한 항구가 있다고는 하나 대다수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자카르타 도심지 폰독인다(Pondok In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