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인의 아세안 ABC 25] 시험대 오른 한국–아세안 에너지 공급망
한국과 아세안은 이미 에너지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중동에서 들어온 원유를 한국 정유사가 고도 정제해 휘발유-경유-항공유로 만들고, 이를 동남아로 수출하는 구조는 일상적인 경제 흐름이 되었다. 실제로 한국은 연간 수백억 달러 규모의 석유제품을 수출하는 정유 강국이며, 그 주요 시장 중 하나가 아세안이다. 싱가포르,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은 한국 정유제품의 안정적인 수요처다. 이 점에서 한국과 아세안은 이미 하나의 에너지 가치사슬 안에 있다. 그러나 지금 이 구조는 중대한 시험대에 올라 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봉쇄 상황은 이 공급망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 논의되던 리스크가 현실이 된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하지 않다. 한국과 아세안의 에너지 공급망은 이미 연결되어 있지만, 그 연결이 동일한 병목(초크포인트)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동 원유는 호르무즈를 지나 인도양을 거쳐 말라카 해협을 통과해 동북아와 동남아로 이동한다. 즉 지금의 공급망은 시장 기반 ‘공동 번영 구조’인 동시에 ‘공동 취약 구조’이기도 하다. 이 상황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한국의 원유 도입이 줄어들고 정유 생산이 감소하면, 아세안으로의 석유제품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