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서부지방법원이 국내 건축계 표절 논란에 대해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렸다.
소를 제기한 ‘곽희수 건축가’(이하 ‘원고’)는 울산의 A카페가 부산 웨이브온의 건축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으며, 법원은 A카페(이하 ‘피고’)에게 건물을 철거할 것을 판결했다.
이는 국내에 ‘건축물 철거 명령’을 내린 첫 판결이다. 보통은 합의로 판결이 내려진다.
원고가 소를 제기한 ‘부산 웨이브온 표절 논란’은 지난 2019년 7월에 시작됐다.

원고는 2016년 12월에 부산 기장군 바닷가에 건축한 ‘카페 웨이브온’과 똑같은 카페가 울산 동구 동해안에 지어지면서 온라인 상에서 ‘짝퉁 웨이브온’으로 불리며 유명해졌다.
두 건축물은 바닷가를 접한 입지조건에 외관마저 닮았다. 콘크리트 구조물의 형태와 연먼적이 약 490㎡인 것과 높이가 11~12m, 규모가 지상 3층인 것도 비스하다.
내부 인테리어도 1~3층이 가운데가 공개된 ‘오픈 스페이스’의 형태의 중앙 계단이었다.
원고인 이뎀건축사사무소 곽희수 소장은 2019년 12월 울산 A카페의 건축사사무소와 건축주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승을 내면서 저작권 침해와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했다곧 주장함과 동시에 건축물 철거를 요구했다.
지난 9월 18일 서울서부지법 민사11부(재판장 박태일)은 피고가 원고에게 5,000만원을 배상하고 건축물을 철거할 것을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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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리우의 정경석 변호사는 “건물이 서적이나 음반과 달리 폐기가 쉽지 않아 철거 청구가 인용된 것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부산 웨이브온이 바다를 어느 방향으로든 보이도록 설계된 건물이다. 내・외부의 조형에서 창작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두 건물이 ▲내부 계단을 따라 형성된 콘크리트 경사벽 ▲경사벽 및 돌출 공간을 떠받치는 형태의 유리 벽 ▲기울어진 ‘ㄷ자’형 발코니 벽 ▲상부 건물 전면 중앙통창 등이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건물 철거에 대해선 “웨이브온을 무단으로 복제한 건물이 이뎀건축사의 전시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이유를 들었다.
창작성에 기여하는 내・외부의 세부 조형까지 유사해, A카페에서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 부분만 따로 떼어 폐기하는 건 가능하지 않다는 게 재판부 입장이다.
곽희수 소장은 “건축물이 저작권법에서 어떻게 다뤄져야 하는지를 다룬 첫 주요 판례”라며 “막대한 투자가 이뤄진 건물이라 해도 ‘표절했다간 철거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판결을 환영했다.
건축 저작권의 기준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보니 소송으로 이어져도 판결 전에 한의로 이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승소해도 실익이 별로 없어, 소액으로 배상 판결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건축가협회 천의영 협회장(경기대 교수는 “그동안 건물 표절이 생기면 경제적 배상, 사과문 게재 정도로 마무리됐는데, 이번 판결은 건축 저작권 표절 논란에 경종을 울린 승소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