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 은행(Bank of England, BoE)이 일부 주요 금융기관에 대해 잠재적인 ’달러 유동성 충격‘에 대한 회복력 점검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정책 변화가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흔들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달러(USD)는 세계 무역과 자본 이동의 핵심 통화이자 기축 통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의 미국 외교 및 경제정책 변화는 유럽과 기타 동맹국들로 하여금 ’미국에 대한 금융적 의존‘을 재검토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필요 시 글로벌 금융기관에 달러를 긴급 공급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잉글랜드 은행의 이 같은 조치는, 유럽 규제기관들이 유사한 요구를 한 이후 단행되었으며, 런던 금융가의 주요 은행들에 대해 달러 자금 조달 계획, 단기 유동성 수요, 외환 스와프 시장의 붕괴 가능성까지 포함한 스트레스 테스트 시나리오를 적용하도록 요청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몇 주간 영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은행 한 곳이 외환 스와프 시장의 전면 붕괴를 가정한 내부 테스트를 시행했으며, 이는 금융시장의 전례 없는 혼란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였다.
리처드 포트스 전 런던경영대학원(LBS) 교수이자 유럽시스템위험위원회(ESRB) 자문위원은 “만약 글로벌 달러 금융 위기가 발생할 경우, 연방준비제도(Fed)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반응을 의식해 스와프 라인 제공을 주저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포트스 교수는 이어서 “외국 규제당국은 자국 은행들의 달러 노출을 엄격히 제한하는 긴급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잉글랜드 은행의 금융감독 부서인 ’프루던셜 레귤레이션 오소리티‘(PRA)는 일부 은행에 이 같은 점검을 요청했으며, 이에 따라 은행들은 자산·부채 구조 속에서 단기적인 달러 수급 불균형 시나리오에 대응할 수 있는 체력을 평가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 소식통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과 은행들의 의존도를 고려하면, 달러 자금 공급에 심각한 충격이 발생할 경우 며칠 이상 버틸 수 있는 은행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은행들이 달러 대출을 받는 데 드는 비용이 급증하거나 접근성이 떨어질 경우,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며 예금 인출 요구에 즉시 대응하지 못할 위험도 커진다.
이는 곧 신뢰 붕괴로 이어져 추가적인 자금 유출 및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될 수 있다.
비록 현재로서는 이러한 시나리오가 극단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글로벌 규제기관과 주요 금융기관들은 더 이상 달러 유동성 확보를 ‘당연한 일’로 간주하지 않고 있다.
이는 트럼프 정부 시절 형성된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금융 질서 재편의 여파가 지금까지도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