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 ‘지하철 1호선’의 학전, 33년만에 역사 뒤안길로

2024.03.18 07:44:34

‘아침이슬’ 김민기 개관, 김윤석-설경구-장현성-황정민-조승우 스타산실

 

서울 대학로의 명품 공연장 ‘학전’이 3월 14일 마지막 공연을 했다. 다음날 ‘학전’은 33년만에 역사 뒤안길으로 사라졌다.

 

1991년 3월 15일 개관한 학전(學田)은 ‘아침이슬’과 ‘상록수’를 만든 김민기 대표(73)가 만들었다. 이름은 못자리농사와 ‘배움의 밭’이라는 뜻이 담겼다. 1993년 네 장의 앨범으로 된 ‘김민기 전집’을 발매한 것도 학전을 위해서였다. 이 음반 계약의 선불금을 받아 학전을 개관했다. 공교롭게 그해 서태지와 아이들이 등장했다.

 

학전은 이후 내로라하는 당대 스타들의 산실로, 한국 기네스북에 오른 한국 뮤지컬계의 전설 '지하철 1호선'과 김광석 소극장 1000회 공연 등 피-땀-눈물이 추억으로 남아 있는 곳이 되었다.

 

 

■ 지하철 1호선-모스키토-의형제-개똥이 스타배출...김광석 등 공연은 대중문화사 일부

 

학전은 개관 이후 소극장과 극단으로 라이브 콘서트,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의 총 359개 공연을 올렸다. ‘지하철 1호선’ ‘모스키토’, ‘의형제’, ‘개똥이’와 김광석 공연 등은 한국 대중문화사의 일부가 되었다.

 

그리고 ‘학전 독수리 오형제’로 불린 김윤석, 설경구, 장현성, 황정민, 조승우를 비롯해 방은진, 이정은, 김무열, 배해선, 최덕문, 안내상 등 숱한 인기 스타의 성장 텃밭이 되었다.

 

대표적인 작품인 ‘지하철 1호선’(2006년 3000회 공연, 누적관객 70만, 총 4257회)이 길러낸 배우만 200여 명에 이른다. 독일 그립스 극단의 ‘Linie 1’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동물원, 들국화, 김광석, 유재하, 강산에, 박학기, 유리상자, 권진원, 노영심, 이은미, 이적, 윤종신 등 실력파 가수들이 꾸민 학전 라이브 콘서트도 큰 인기를 끌었다. 소극장 콘서트의 명소로 이름을 날렸다.

 

세계적인 재즈보컬 나윤선도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했다. 윤도현도 1995년 극단 학전 ‘개똥이’로 뮤지컬에 처음 출연했다.

 

KBS를 비롯한 방송사, 주요 일간지 및 인터넷신문들도 ‘학전’의 마지막 공연 소식을 앞다퉈 보도했다. SBS는 다큐 3부작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를 제작해 100인 인터뷰를 공개한다.

 

 

 

문화 담당 기자들은 김광석 라이브 공연 1000회(이 공연 사전공연이 윤도현), 한국 음악 토크쇼의 시작인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한국에서 첫 월급제-인센티브제를 실시한 극단, 배우가 대표보다 월급이 많은 극단이었던 뉴스를 다시 조명했다.

 

김민기 대표가 특별히 관심을 가진 것은 어린이 연극이다. 2004년부터 ‘학전 청소년 무대’를 선보였다. 적자를 내면서 아동극 ‘고추장떡볶이’ 등 전국 섬과 폐교를 찾아가 어린이 연극공연을 선보였다.

 

■ ‘학전 어게인 콘서트’ 20회분 티켓이 예매 10분 만에 전석 매진

 

하지만 지속적인 재정난과 김민기 대표의 건강 문제(위암 투병)로 창립 33주년을 맞는 2024년 3월 15일 폐관하기로 했다.

 

김민기 대표는 학전 빚과 직원 퇴직금 등을 해결하고자 집까지 내놓으려 했다. 학전 폐관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많은 이들이 너도나도 남은 공연을 예매하고 성원했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 어린이극 ‘고추장 떡볶이’, ‘학전 어게인 콘서트’ 등에는 티켓 완판이라는 기적같은 성원으로 장사진을 쳤다. 공연 티켓 판매로 빚과 퇴직금도 해결했다.

 

 

릴레이 공연 ‘학전 어게인 콘서트’ 마지막 20회 공연은 20회분 티켓이 예매 10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여행스케치, 윤도현 위드(with) YB 허준 무대를 시작으로 크라잉넛, 웅산밴드, 노찾사, 동물원, 김필, 이한철밴드, 박창근, 박학기, 시인과 촌장, 루시, 오존, 권진원, 유리상자, 다섯손가락 이두헌, 데이브레이크, 알리, 하림, 자전거탄풍경, 장필순, 김현철, 한상원밴드, 한동준, 윤종신, 김재환, 왁스, 배우 이정은 등이 함께 했다. 유재하 동문회, 김광석 다시 부르기 같은 프로젝트성 공연이 열리기도 했다.

 

14일 마지막 20회 무대에는 황정민과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 박학기, 한영애, 권진원, 알리, 정동하, 한영애 등이 김 대표의 곡만을 노래하는 '김민기 트리뷰트' 공연이었다.

 

‘친구’, ‘그 사이’, ‘가을 편지’, ‘그날’, ‘작은 연못’, ‘상록수’, ‘봉우리’ 등 김민기 대표곡이 울음 속에 울려퍼졌다.

 

 

이수만(72)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는 학전을 위해 1억원 이상 기부금을 전달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는 평소 주변인에게 “조용하며 나서지 않고, 나서야 할 때는 묵묵히 책임만 감수하는 순수하고 맑은 시인”이라며 “대한민국 가수들의 초석을 다진 매우 존경하는 분”이라고 언급해왔다고 전해졌다.

 

1978년 4월, 촉망받는 가수이자 MC였던 이수만은 김 대표의 서울대 후배로 오랜 인연을 이어왔다. 특히 밤무대에서 ‘아침이슬’을 불렀다가 한국연예협회의 징계 대상에 오른 인연이 있다.

 

■ 폐관 이후 ‘학전’ 이름 사라지지만...‘독자적 공간’ 재개관

 

1991년 학전 개관에는 김덕수네 사물놀이 '소리굿',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여행스케치 ‘추억여행’ 등이 개관 기념을 했다. 노찾사, 김광석, 안치환, 조규찬, 낯선사람들 콘서트도 했다. 그 당대의 내로라하는 음악인들이 그토록 사랑한 학전 폐관 이후에는 '학전' 이름은 더 이상 쓰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공간을 이어받아 운영한다. 지난해 12월 한국문화예술문화위원회가 3월부터 학전 건물주와 임대차 계약을 맺고 민간 위탁 형태로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체성을 계승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아침이슬’과 ‘상록수’은 더 이상 내 노래가 아니다”라고 말한 김민기 대표는 “내가 없으면 학전은 없다”고 전했고, 위원회는 김 대표 뜻을 존중해 학전 이름 사용 않기로 했다.

 

다만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와 어린이극 등 학전의 기존 사업은 유지할 것으로 전해졌다. ‘독자적 공간’으로 남길 바란다는 김 대표의 뜻을 담아 극장 개보수를 거쳐 7~8월경 재개관한다.

박명기 기자 highnoon@aseanex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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