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는 여행하기 안전하지 않은 나라?... 미국 교수 X(트위터)에 반응 폭발

2024.05.03 10:43:47

브루스 길리 미국 포틀랜드 교수, 말레이 대학 강연 끝나고 쫓겨나다시피 떠난 후 X(트위터)에 글 올려

 

브루스 길리(Bruce Gilley) 미국 포틀랜드 교수가 지난 달 말레야 대학교를 방문했을 때 강연한 내용과 X(트위터)에 올린 글이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길리 교수는 4월 23일 ‘말레이시아는 활력 넘치는 중진국이 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한 기조 강연에서 “유대인에 대한 두 번째 홀로코스트를 지지하는 나라의 정치지도자들은 세계 정세에 밝은 선수가 아니다. 그들은 결코 미국의 친구나 파트너가 될 수 없다.”라고 말하고 다음날 X(트위터)에 올렸다.

 

 

길리 교수는 이후 강연내용이 자신의 견해만을 반영한 것이라며 학교 동료들의 안전과 안녕을 위해 게시물을 삭제했다. 그리고 학계 동료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게시물을 삭제하기 전까지 조회수는 190만이었다.

 

길리 교수는 이어서 올린 글에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자극한 이슬람 파시스트 군중보다 한 발 앞서 무사히 말레이시아를 떠났다”며 “말레이시아는 이제 여행하기 안전하지 않은 나라”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여행에 대해 부정적으로 올린 이 글은 340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길리 교수는 4월 중순 10일 간의 일정으로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다. 쿠알라룸푸르에 입국하기 전 방콕에 도착했는데 아크말 살레 움노(UMNO) 청년대표가 입국을 금지하는 요구를 했고,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도 길리 교수를 입국시켜서는 안 되는 ‘썩 좋지는 않은(mediocre) 학자” 라고 했다며 ‘아메리칸 마인드’에 기고한 글에서 밝혔다.

 

하지만 쿠알라룸푸르에 입국했을 때는 말레이시아에 대해 좋은 분위기를 가져갔다. 쿠알라룸푸르 시내와 새공원을 방문한 사진을 올렸고, 지하철에 여성 전용칸이 있는 것을 보고는 깨끗하고 안전하고 효율적인 지하철이라며 문명화됐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국립박물관을 방문했을 때는 사악한 영국인들에게 다방면으로 저항하여 마침내 독립을 쟁취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TV뉴스를 시청하다 진행자가 “이스라엘은 겁에 질려 있다”는 멘트로 뉴스를 마감하는 것을 보고 말레이시아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특히 모하매드 사부 농업부 장관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집회 연설에서 “이스라엘은 곧 사라질 것이다”라고 말한 동영상을 올리며 정치인들이 과거의 악습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길리 교수는 강연이 끝나고 나서 말레이시아 외교정책에 관한 논문 중에서 ‘불쾌한’ 문장을 강조해 올렸다.

 

“말레이시아는 중요한 외국 배우가 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말라야 대학 학생회는 길리 교수의 발언이 많은 학생을 화나게 했다며 그를 비난했다. 말레이시아 고등교육부는 길리 교수와 관련한 프로그램을 모두 취소하라는 명령을 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길리 교수는 말레이시아를 쫓겨나디시피 떠난 후에 점점 더 강한 어조의 글을 X에 올렸다. “이슬람 파시스트 폭도들이 탈레반 규칙을 가져오기 전에 중국인과 인도인들은 말레이시아를 떠나야 한다”며 “말레이시아에서 겪은 불행한 경험으로 봤을 때 10년 전 오바마가 동남아시아에 취한 ‘온건한 이슬람’ 정책은 신화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길리 교수는 ‘아메리칸 마인드’에서 X에 글을 게재한 이후 말레이시아 사람들로부터 '말할 수 없는 말'을 해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이메일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한 중국 여성은 메일에서 “말레이시아는 예전에는 온건한 이슬람 국가라고 홍보했지만 지금은 극도로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로 변해가고 있다.”며 “나는 이 나라가 얼마나 반유대주의적으로 변했는지 정말 속상하다. 내 가치관이나 신념을 공유하지 않는 이 나라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썼다.

 

다른 인도인은 “탈레반주의의 길로 가고 있는 나라에서 반유대주의와 극단주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점점 더 편협해지는 이슬람 정권 하에서 나의 어린 두 딸의 미래가 걱정된다. 보복이 두려워 입을 다물고 있는 소수자들을 대신해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보냈다.

 

길리 교수가 받은 이메일은 대부분 중국인과 인도인이 보낸 것이다.

 

한편 미국대사관은 브루스 길리 교수가 “여행하기 안전하지 않은 나라”라고 말한 것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취하진 않았다. 대사관은 여전히 여행주의보 1단계인 일반적인 주의를 요하는 단계(Exercise normal precautions)를 유지했다.

 

조성진 기자 genequal@aseanex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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