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인의 아세안ABC 15] 미국의 이란 공습, 호르무즈 화염 ' 아세안의 시험대'

  • 등록 2026.03.01 07:3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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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불안은 인도양–말라카 해협 물류비 상승...한국 베트남·태국 투자도 영향

 

부산 해운대 새벽 바다를 보며 뉴스를 켰다. 미국이 2월 28일 이란을 공습했고, 이스라엘도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다. 중동의 화염은 다시 세계 경제의 심장을 흔들기 시작했다. 자카르타에서 아세안 외교현장 시절, 중동 위기가 동남아 시장을 얼마나 빠르게 흔드는지 여러 번 목격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단순한 군사 충돌이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이다. 세계 해상 원유의 약 20~30%가 통과하는 이 좁은 바다가 막히거나 불안해지면 유가는 즉각 반응한다. 이미 시장과 경제연구소에서는 배럴당 70달러에서 100달러까지 상승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국과 일본처럼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은 나라뿐 아니라 태국·필리핀·베트남 등 아세안 수입국들도 물가 상승과 환율 불안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에너지 기업 주가가 오르는 것도 이런 구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위기가 1973년 오일쇼크 같은 충격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미국은 셰일 혁명 이후 원유 생산 능력을 갖췄고, 가격 상승 시 생산 확대 카드가 있다. 글로벌 공급망도 과거보다 유연해졌다.

 

하지만 중동산 원유 수입의 70~90%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경제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 일본은 원유 비축분 240일, 한국은 200일 비축분이 있다하니 그나마 당장 석유가가 오르진 않을 것이나 에너지 산업에 영향을 줘 경제에 주름살을 줄 것은 분명하다.

 

아세안에는 다른 문제가 있다. 에너지뿐 아니라 해상 물류다. 호르무즈 불안은 인도양–말라카 해협 물류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부산에서 싱가포르·자카르타·호치민으로 이어지는 공급망 비용이 올라가면, 한국 기업의 베트남·태국 투자도 영향을 받는다. 1997년 외환위기를 기억하는 아세안 국가들이 이런 충격에 민감한 이유다.

 

외교적으로도 시험대다. 중국은 국제법과 주권을 강조하며 미국을 비판할 것이고, 유럽은 긴장 완화를 촉구할 것이다. 지역기구로서 아세안은 원칙적 중립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미국이 회교국가 이란을 시기적으로 라마단 기간 중 공습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같은 무슬림 국가들은 자국민은 물론 이란에 대한 여론을 의식하면서도 미국과의 경제·안보 협력을 고려해야 하는 딜레마에 있다.

 

이 장면은 한반도에도 시사점을 준다. 미국이 이란 핵 문제를 군사력으로 압박하는 모습은 북한에도 메시지를 보낸다. 미국은 이란 공습 명분으로 47년전 이란이 미국인을 인질했다는 케케묵은 과거사는 물론, 미 본토 위협하는 이란 핵과 미사일 개발를 내세웠다.

 

역사적으로 외부 공습이 체제 붕괴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경우가 많다. 전쟁은 공습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미국은 2~3일내 단기전을 공언하지만 공언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지상군 없는 공중전은 장기 교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트럼프도 단기전과 함께 장기전을 언급했을 정도다. 해법은 현재 진행중인 이란 핵협상이 공습 계기로 미국과 이란 양측이 트럼프의 체면를 살려주면서 타협하는 것이다.

 

결국 이번 위기는 닐 쉬어링이 말한 균열된 세계화(Fractured Age)의 또 다른 장면이다. 세계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지만 충격은 블록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미국은 셰일 생산으로 완충하고, 중국은 전략 비축으로 대응하며, 아세안은 균형 외교와 공급망 다변화로 버틴다.

 

이 글을 쓰는 시각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시각 오전 6시 36분 자신의 트루스 소셜을 통해 '하메네이 사망'을 발표했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가변적이다.

 

하지만 아세안이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에너지 다변화, 역내 공급망 강화, 중립적 외교 공간 유지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참전용사 묘역을 걸을 때마다 느낀다. 전쟁의 불꽃은 늘 멀리서 시작되지만, 평화는 가까운 선택에서 시작된다. 호르무즈의 불꽃이 세계를 흔드는 지금, 아세안은 다시 한 번 외교의 지혜를 시험받고 있다.

 

글쓴이=서정인 전 아세안대사 jisuh0803@gmail.com

 

 

서정인 전 아세안대사는?

 

외교부 공보과장 및 동남아과장, 남아시아태평양국장, 역임했다. 이후 아세안 대사, 태국 공사참사관에서 최근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준비기획단장까지 20여년 이상 동남아 및 아세안 관련 업무를 했다.

 

<한-아세안 외교 30년을 말한다>(2019), <아세안의 시간>(2019) 단행본 공동 편집 및 특별기고를 했으며, 정기 간행물 외교지 기고 및 아시아 경제, 부산일보 고정 칼럼을 비롯해 매경, 한국 등 일간지에 동남아 및 아세안 관련 기고를 했다.

 

고려대 아세안 센터 연구위원, 아세안-동아시아 경제연구소(ERIA) 이사, 아세안안보포럼 전문가 그룹(ARF EEPs) 일원이며 국립외교원 명예교수도 역임했다.

정리=박명기 기자 highnoon@aseanex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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