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포럼] AI-지정학으로 요동치는 세계와 네 가지 미래

  • 등록 2026.01.23 17: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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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환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연구원 WEF ‘화두’ 분석, ‘예측’이 아니라 ‘대비’

 

‘World Economic Forum(WEF-다보스포럼)’은 2026년 화두로 ‘예측’이 아니라 ‘대비’를 중심에 둔 접근을 제시한다.

 

WEF는 글로벌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2025년 12월 ‘Four Futures for the New Economy: Geoeconomics and Technology in 2030’ 보고서를 발간했다.

 

세계 산업을 이끌고 있는 리더들의 72%는 향후 5년간 가장 중요한 변화 동인으로 AI와 신기술을, 52%는 지경학적 분절화를 꼽았다. 두 변수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5년 후인 2030년 세계 경제의 구조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이규환 태재미래전략연구원(https://www.taejaefci.org/) 연구원은 “AI와 지정학이 만드는 세계, 네 가지 미래에 대비하라”라고 보고서를 분석했다. 아세안익스프레스가 이 연구원이 쓴 레터를 인용해 정리해본다.

 

■ 기술 도입 속도: 경제 구조를 가르는 첫 번째 변수

 

보고서는 “이 시나리오들은 예측이 아니다(These scenarios are not projections)”라고 명시한다.

 

첫 번째 핵심 변수는 기술 도입 속도, 특히 AI의 확산 속도다.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산업과 사회 전반에 흡수되는지는 생산성, 노동시장, 국가 간 격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나의 국가를 포함한 단위 조직에 얼마나 넓게 깊게 스며드느냐가 핵심이다.

 

기술 도입이 빠른 세계(국가 또는 지역)에서는 AI가 전 산업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며 성장 잠재력을 확대한다. 반면 전환 비용 역시 빠르고 깊게 발생한다. 노동시장 재편, 임금 격차 확대, 기술 접근성의 불균형이 동시에 나타난다. 사회구조가 근본적으로 요동친다는 뜻이다.

 

기술 도입이 느린 세계는 단기적으로 안정성을 유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생산성 정체와 경쟁력 약화라는 비용을 피하기 어렵다. 이것은 생존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에서는 기술 지연이 성장 절벽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 지정학적 안정성: 다시 부상한 구조 변수

 

두 번째 핵심 변수는 지정학적 안정성이다. 미·중 갈등은 세계 전체를 규정하는 거대한 지정학의 귀환을 의미한다. 여기에 러·우 전쟁, 중동 분쟁, 그린란드 갈등 같은 중간 규모의 충돌과 사건들도 지정학이 경제 질서를 규정하는 중심 변수로 돌아왔음을 보여준다.

 

지정학적으로 안정된 환경에서는 무역과 에너지 시장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업은 수익과 효율성을 기준으로 투자와 생산을 설계할 수 있다. 이는 기술 도입과 장기 전략 수립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조건이 된다.

 

반대로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되는 환경에서는 경제가 여러 블록으로 분절된다. 공급망은 효율이 아닌 안보를 기준으로 재편되고, 기술 분리와 규제 체계의 분화가 기업의 운영 비용을 구조적으로 높인다. 지정학 리스크가 지경학 리스크가 된다. 보고서는 이러한 지경학적 분절이 글로벌 성장 잠재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 두 변수가 만드는 네 갈래 길

 

보고서는 기술 도입 속도와 지정학적 안정성을 X축, Y축으로 설정하고, 이 조합에 따라 네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이 시나리오들은 개별 사건의 예측이 아니라, 두 구조적 변수가 만들어내는 상이한 경제 질서의 유형이다.

 

 

① 디지털 질서(Digitalized Order): 기술 확산이 빠르고 국제 협력이 유지되는 경로다. AI가 산업 전반에 빠르게 침투하면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고, 안정된 국제 환경 속에서 기술 표준과 규제가 조율된다. 성장 잠재력은 네 시나리오 중 가장 높다. 하지만, 구조 전환에 따른 노동시장 재편과 불평등 확대라는 사회적 조정 비용이 뒤따른다.

 

② 신중한 안정(Cautious Stability): 국제 협력은 유지되나 기술 도입이 더딘 경로다. 사회적 안정성은 유지되지만, 기술 전환이 지연되면서 장기적으로 생산성 정체와 성장 동력 약화가 나타난다. 특히 고령화가 진행되는 경제에서 이 경로의 비용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

 

③ 기술 기반 생존(Tech-based Survival):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산업과 생활에 빠르게 접목되지만 지정학적 갈등이 지속되거나 확산하는 경로다. 각국은 기술 역량을 경쟁적으로 강화하지만, 블록 간 분절로 인해 기술 표준이 분화되고 시장 접근이 제한된다. 기술 투자의 효과가 지정학적 비용에 상쇄되어 성장 효과가 제한적이다. 지정학적 갈등이 기술 발전의 효과를 완전히 상쇄할 수도 있다.

 

④ 지경학적 분절(Geotech Spheres): 기술 도입과 국제 협력이 모두 위축되는 경로다. 세계 경제가 여러 블록으로 나뉘고, 블록 간 기술ㆍ무역ㆍ자본 흐름이 제한된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중소 개방경제에 특히 불리한 환경이다.

 

■ 어떤 미래에도 유효한 선택

 

보고서는 특정 시나리오를 전제하기보다, 어떤 미래에도 유효한 ‘후회 없는 선택(no-regret moves)’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네 가지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AI 투자는 이를 활용할 인력 양성과 결합되어야 효과가 있다.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보고서는 “불확실성은 이제 일시적 충격이 아니라 글로벌 경제의 영구적 특성”이라고 진단하며, 복수의 미래에 대비할 준비를 갖추는 것이 진정한 경쟁력이라고 결론짓는다.

 

세계는 정치(전쟁), 인구, 테크가 결합된 복합위기 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있다. 이 세계는 연속적이기 보다는 분절적일 가능성이 높다. WEF는 어제의 확신에 오늘을 걸거나, 예측에 미래를 걸지 말라고 말하고 있다. 대신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라고 한다.

 

 

https://www.weforum.org/publications/four-futures-for-the-new-economy-geoeconomics-and-technology-in-2030/

 

그렇다면 한국의 경우는 어떻게 될까? 이규환 태재미래전략연구원 연구원은 모든 가능성에 대비하라고 충고한다.

 

<1> 기술에선 ‘빠름’이, 지정학에선 ‘느림’이 유리하다.

 

한국의 산업 구조는 역설적 위치에 있다. 반도체-배터리-디스플레이 등 주력 산업은 기술 도입이 빠를수록 경쟁력이 강화된다. 에너지 수입 의존도 94%, GDP 대비 수출의존도 40%라는 구조는 지정학적 안정이 유지될 때만 작동한다.

 

한국에게 최선의 시나리오는 ‘디지털 질서’이고, 최악은 ‘지경학적 분절’이다. 문제는 한국이 이 변수들을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통제할 수 없다면,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도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2> 예측보다 스트레스 테스트가 중요하다.

 

많은 조직이 “2030년에 AI가 어디까지 발전할까”, “미중 갈등이 어떻게 전개될까”를 예측하려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만약 AI 도입이 예상보다 느리다면 우리 전략은 여전히 유효한가?”,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되면 우리 공급망은 작동하는가?”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보다, 복수의 시나리오에서 무너지지 않는 선택이 무엇인지 검증하는 것이 낫다. 정부의 국가 전략, 기업의 사업 계획, 개인의 커리어 설계 모두 이 질문 앞에 서야 한다.

 

<3>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할 수는 없다.

 

보고서가 제시하는 ‘no-regret moves’는 이상적이지만, 현실에서는 상충관계가 존재한다. 공급망을 다변화하면 비용이 올라간다. 인재 양성에 투자하면 단기 수익성이 떨어진다.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려면 자원이 분산된다.

 

결국 문제는 “어디까지 대비할 것인가”다. 무한한 대비는 불가능하므로, 조직은 감당할 수 없는 리스크와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를 구분해야 한다. 이 구분 자체가 전략적 판단이다.

박명기 기자 highnoon@aseanexpres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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