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관규 순천시장의 반도체 구상, 성사 가능성은?

  • 등록 2026.02.13 06:49:51
크게보기

순천시는 “삼성 팹”, 지역 경제계는 “소부장부터”

 

“RE100 반도체 국가산단은 순천과 동부 전남이 도약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최적지는 전남 동부권이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이 ‘반도체 유치전’에 뛰어든 가운데, 노관규 순천시장은 순천 해룡과 광양 세풍 일대 120만 평을 기반으로 ‘RE100 반도체 특화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연이어 밝히고 있다. 대형 팹(웨이퍼, 전공정)과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을 아우르는 클러스터 전략이다.

 

노 시장은 “전남 동부는 전력·용수·정주 여건이라는 반도체 3대 요건을 모두 갖췄다”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메모리 대기업 팹을 상정한 발언을 계속해왔다. 노 시장이 제시한 근거는 RE100(재생에너지 100%) 15GW 이상의 전력, 50억 톤의 저수량을 보유한 주암·상사댐의 산업용수, 광양항과 여수공항 인접성, 신대·선월의 우수한 정주 여건이다. 순천시 자문위원인 이순형 동신대 교수도 “양질의 전력 생산이 가능하고 광양항·여수공항 등 물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반도체 국가산단의 최적지 중 한 곳”이라고 밝혔다.

 

 

“돈이 안 되면 아들 딸 내미가 부탁해도 안 한다”

 

그러나 반도체는 인프라 요건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재명 대통령은 1월 2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업은 돈이 되면 부모가 말려도 한다. 돈이 안 되면 아들, 딸 내미가 부탁해도 안 한다. 그게 기업”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투자 결정이 정치적 요청이 아닌 수익성과 비용 구조에 좌우된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실제 투자흐름도 기존 수도권 기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4년 2월 용인 원삼면 반도체클러스터에서 첫 팹을 착공했다. 삼성전자는 용인 이동·남사읍 국가산단에 2028년 착공을 목표로 부지 조성을 진행 중이다. 이미 형성된 공급망과 인력 풀을 활용하는 전략이다. 일본 구마모토에 진출한 TSMC 역시 기존 반도체·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투자했다. 완전히 ‘제로 베이스’ 지역이 아니었다.

 

대형 메모리 팹 1기에는 통상 수십조 원이 투입된다. 전력 3GW 이상, 하루 60만 톤 이상의 용수, 수년간의 공사 기간과 환경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다. 물류·인력·공급망 측면에서 불리하면 기업은 쉽게 이전하지 않는다.

 

지역 경제계 “소부장 특화가 현실적”

 

지역 경제계는 보다 신중하다. 순천상공회의소와 여수상공회의소는 지난 1월 27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반도체 소부장은 전남 동부권이 보유한 석유화학·철강·에너지·소재 인프라를 고부가 제조 체계로 전환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산업 축"이라며 "전남 동부권을 반도체 중심 국가 전략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권역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형 메모리 팹 유치보다 소부장·후공정 중심의 단계적 접근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광양·여수 산단에는 석유화학·철강 기반이 구축돼 있다. 포스코는 반도체용 특수가스와 스페셜티 케미칼 분야 확대를 추진하고 있고, 남해화학도 정밀화학 분야 확장을 모색 중이다. 반도체 공정에 필요한 고순도 가스와 특수 화학물질 생산 역량을 기존 산업과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광주·송도의 앰코 테크놀로지 코리아는 수도권 팹과 떨어져 있지만 세계적 패키징·테스트(OSAT) 거점으로 성장했다. 대형 팹이 없어도 가치사슬 일부를 선점해 산업을 키운 사례다.

 

기업 의지와 특화단지 지정에 달려

 

전남 동부권 내부에서도 방향 차이가 있다. 광양은 이차전지 특화를 강화하려 하고, 순천은 반도체를 전면에 내세운다. 전남도는 ‘반도체+이차전지’ 융합 모델을 검토 중이지만, 명확한 역할 분담 없이는 기업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적으로는 전북 새만금, 대구, 강원 원주 등이 반도체 클러스터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지정한 용인 국가산단은 서울행정법원 판결로 산업단지계획 승인 처분의 적법성이 확인된 상태다.

현재까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도 전남 동부권에 메모리 팹을 신설하겠다는 공식 계획을 밝힌 바는 없다. 순천시의 구상은 정책 제안 단계에 머물러 있다.

 

반도체 산업은 인프라 확보에서 출발하지만, 공급망과 인력, 협력 기업의 집적이 갖춰져야 작동한다. 순천시가 인프라 요건을 내세우고 있지만, 대형 메모리 팹 유치가 단기간에 성사될 가능성은 현재 산업 지형과 비교할 때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선거 국면의 청사진이 실제로 이어질지는 기업의 구체적 투자 의향과 정부의 특화단지 지정 여부에 달려있다.

조성진 기자 genequal@aseanexpress.co.kr
Copyright @2019 아세안익스프레스 Corp. All rights reserved.

PC버전으로 보기

제호 : ASEANEXPRESS | 주소 : 서울특별시 서초구 강남대로 365(1103호, 서초동) 발행인-편집인 : 박명기 | 등록번호: 서울 아 52092 | 등록일 : 2019년 01월 19일 발행일 : 2019년 4월 10일 | 전화번호 : 070-7717-3264 | 청소년보호책임자 : 조성진 Copyright @2019 아세안익스프레스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