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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은의 아세안랩 11] 국악으로 만나는 아세안 “음악은 언제나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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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문화원 주최로 3월 한 달 간 선보인 온라인 음악 축제 ‘아세안 X 시나위’

 

“음악은 언제, 어디서나 항상 옳다.”

 

2017년 겨울, 한-아세안 협력기금 사업 일환으로 열린 ‘한-아세안 플루트 페스티벌’ 공연을 보고 벅찬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각 국가별로 비슷하면서도 또 다른 느낌의 ‘플루트’가 존재하였고 11개국 연주자가 어우러져 아름답게 내는 소리는 필자가 한-아세안 협력사업 담당자로서 근무하는 이유를 느낄 수 있게 해줌과 동시에 음악 애호가로서 하나의 창작 장르를 알게 된 것에 뿌듯함을 느꼈다.

 

 

공연은 서울과 부산에서 개최되었다. 당시 개원한 지 2~3개월 남짓했던 부산 아세안문화원의 공연장을 처음으로 경험하면서 느낀 감동도 덧붙여져 필자에게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외교부 생활 중 손꼽히는 특별한 기억이 무색하게 국악, 그리고 아세안 전통음악은 필자에게 잊혀 갔다. 그러던 중 잔잔하게 남아있던 본능을 이끌어 준 공연을 지난 3월 다시 만날 수 있었다.

 

■ 음악 덕후에게도 소외되었던 국악, 아세안을 통해 다시 만나다

 

그 감동은 바로 아세안문화원 주최로 3월 한 달 간 선보인 온라인 공연, 국악으로 만나는 아세안 음악 <아세안 X 시나위>를 통해서이다.

 

아세안 10개국의 전통음악을 국악으로 편곡하여 한국 전통악기로 연주하였다. 3월 3일(수)부터 31일(수)까지, 매주 수요일 2편씩 아세안 문화원 유튜브와 네이버 TV채널에 선보였는데 공개된 날로부터 2년 동안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고 하니 꼭 경험해보길 추천한다.

 

 

공연은 원일 음악감독과 그가 이끄는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의 연주로 이루어져 있다. 원일 음악감독은 아세안 음악이 어색하지 않으면서도 전통을 해치지 않도록 편곡하고 연주하는 과정이 어렵고 조심스러웠다고 전했다. 하지만, 아시아가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따뜻한 정'을 발견하고 공연에 녹였다고 한 만큼 공연은 그 자체로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이었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음악을 좋아하지만 국악만큼은 ‘까막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코로나 19로 공연을 접하지 못하고 있는 필자의 메마른 가슴을 적셔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아세안이 이어준 이 국악공연이었다. 전문적 식견이 전혀 없는 이 분야를 칼럼에 담는 것이 조금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공연에 대한 메마름, 아세안 여행에 대한 메마름이 있었는지 각 공연 조회수가 평균 1만회로 ‘대박’이 났다. 좋은 공연을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였으면 하는 마음에서 소개한다. 다만, 전문적 견해가 아닌 필자의 감상평을 솔직하게 담고 있으므로 전문적 식견과 배치되는 내용이 있더라도 이해해주길 바란다.

 

■ 처음 접해보는 전통 악기의 매력 - ① 양금

 

아세안의 음악을 접한 것도 좋았지만, 몰랐던 우리 전통악기의 매력에 대해 알게 된 것도 큰 성과였다. ‘양금’과 ‘생황’이 바로 그것인데, 마치 약초 이름과도 같은 이 악기들은 기존에 알고 있던 다른 전통악기들과 더불어 아세안 음악을 잘 표현해주었다.

 

‘양금’은 우리 전통악기 중 유일하게 줄을 치면서 연주하는 악기인데, 실로폰과 비슷한 소리이지만 더욱 여리고 섬세한 느낌이 들었다. 이 악기의 매력은 브루나이 ‘라닷’과 인도네시아 ‘븡아완 솔로’ 연주에서 빛이 났다.

 

 

브루나이 ‘라닷’은 주로 결혼식 축하 의례 혹은 여러 문화행사 등에서 연주된다. 특히, 결혼식에서는 신랑이 신부의 집으로 향하는 순간 연주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양금’의 소리가 이 결혼식에서의 설렘을 잘 느낄 수 있도록 해준 것 같다.

 

인도네시아 ‘븡아완 솔로’에서 ‘븡아완’은 인도네이사어로 ‘강’, ‘솔로’는 인도네시아 자바의 지명으로, 자바섬에서 가장 긴 강인 ‘솔로강’을 의미한다. ‘양금’과 함께 가야금, 피리, 단소 등이 어우러져 강이 흐르는 느낌이 몽환적으로 표현된 것 같다.

 

■ 처음 접해보는 전통 악기의 매력 - ② 생황

 

‘븡아완 솔로’ 음악의 중반부터는 분위기가 반전되는데 강 위에서 또는 강물을 바라보며 흥겹게 춤을 추는 듯한 모습도 연상할 수 있었다. 이때 더욱 다양한 악기들이 연주되는데, 클로즈업 되어 보인 ‘생황’이라는 악기가 인상적이었다.

 

서양식 악기처럼 보였는데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궁중음악에서 쓰인 우리 전통악기라고 한다. 피리보다는 낮고 묵직하지만 아름다운 소리를 내어 튀지 않고 다른 악기와의 화음에 잘 어울러졌던 것 같다.

 

특히, 라오스에는 이 ‘생황’과 비슷하게 생긴 악기가 있다고 하는데, 이번에 라오스를 대표하는 곡도 바로 이 악기로 연주하는 곡이다. 라오스의 ‘빠오 캔 웡’에서 ‘빠오’는 ‘불다’, ‘캔’은 대나무로 만든 전통 관악기, ‘웡’은 합주단을 뜻해 '전통악기 캔의 합주'를 의미한다.

 

캔은 라오스인의 국민 전통악기로 결혼식, 장례식, 불교 의례, 노동요 등 여러 상황에서 연주되며 라오스인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악기다. 이번 공연에서 ‘생황’으로 본 음악을 연주하진 않지만, 라오스에 비슷한 악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라오스와 더욱 가까워진 느낌이었다. ‘빠오 캔 웡’은 연주가 진행될수록 분위기가 고조되는데 ‘캔’이라는 악기로 이를 어떻게 표현하는지 라오스의 전통 연주도 궁금해졌다.

 

■ 아세안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곡들

 

흥미로웠던 것은 자국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곡이 3개국(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미얀마)에서나 나왔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곡의 느낌은 다 달랐는데, 캄보디아는 우아함, 말레이시아는 발랄함, 미얀마는 섬세함이 느껴졌다.

 

캄보디아를 대표하여 연주된 ‘라우 프썽 띠언’은 ‘니어리 롱웩’이라고도 불리는데 캄보디아어로는 ‘롱웩의 여성’이다. 음악은 캄보디아 롱웩 시대 여성들의 굳세고 당당한 모습을 칭송하고, 여성들의 인품을 찬송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마음을 간지럽히듯 잔잔하고도 우아하게 시작되다가 마지막에는 씩씩한 모습으로 끝이 난다.

 

‘음빳 다라’는 말레이시아어로 ‘네 명의 소녀’라는 뜻이다. 강가에 앉은 고운 소녀들 중에 누가 연인으로 좋을까 고민하는 내용이 담긴 이 곡은 미래의 배우자를 고민하고 있었던 창작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 명의 소녀가 나오기 때문인지 네 개의 가야금과 함께 다양하고 다채로운 연주가 나오는데 특히 마지막 부분이 화려하게 진행되다가 강렬하게 끝이 난다. 만약 오프라인 공연이었다면 프로그램 중 가장 마지막에 배치되어 사람들의 격한 환호를 받을 수 있는 연주라는 생각이 든다.

 

‘흐몽 슈웨 이’는 미얀마에서 매우 유명한 영화 음악으로, 미얀마어로 ‘금빛 꽃가루’를 뜻한다. 영화 속 여주인공 흐몽이 정원에 들어설 때 꽃향기가 사방으로 퍼지며 꽃들이 금빛 가루처럼 빛나는데, 이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가야금 연주는 주인공이 사뿐히 걸어가는 모습과 함께 꽃가루가 흩날리는 듯한 모습을 잘 표현하여 코끝이 간지러워지는 기분이었다.

 

■ 각 국마다 연결된 아세안의 전통

 

싱가포르는 아세안 10개국 중 가장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는 10개 곡들 중에 싱가포르의 ‘수리람’이 가장 전통음악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는 아마도 말레이시아계를 통해 이어진 음악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수리람”은 말레이식 여자아이 이름을 칭하며, 딸 수리람이 착하고 친절한 아이로 바르게 자라기를 바라는 부모님의 마음을 그린 곡이다.

 

이 외에 태국과 베트남은 자국의 유명한 민요를 선보였다. 태국 ‘밧 송’은 ‘플랭 캉 카오 낀 끌루어이’라고도 불리는데, 태국어로 ‘플랭’은 ‘노래’, ‘캉 카오’는 ‘박쥐’, ‘낀 끌루어이’는 ‘바나나를 먹다’라는 뜻이다. 다소 황당한 제목이기는 하지만 오랜 전통을 지닌 곡이라고 한다.

 

태국의 사극, 중요행사 등에서 항상 들어볼 수 있는 만큼 태국인들에게 아주 인기가 높다고 한다. 실제로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환영 만찬에서도 공연되었다고 한다.

 

 

베트남 ‘믕 호이 화 봉 & 리 응어 오’는 베트남 북부, 중부, 남부의 민요를 메들리로 엮은 곡이다. ‘믕 호이 화 봉’은 베트남어로 ‘행복한 꽃 축제’를 의미하는데 베트남 설날에 주로 많이 들을 수 있다고 한다. ‘리 응어 오’에서 '리'는 베트남 중‧남부 지역의 독특한 가락, ‘응어 오’는 베트남어로 ‘검은 말’이라는 뜻으로 ‘검은 말에 관한 노래’를 의미한다. 베트남 중부의 ‘리 응어 오’는 기쁨과 행복에 젖은 부부를, 베트남 남부의 ‘리 응어 오’는 결혼식을 앞두고 들뜬 청년의 마음을 묘사하였다.

 

다양한 민요 메들리인 만큼 기승전결이 가장 확실했다. 그만큼 음악 안에 설렘, 축제의 행복 등의 모습이잘 표현되어 있다. 음악 안에서 다양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베트남 공연을 추천한다.

 

■ 조국에 대한 사랑에서 피어나는 아세안의 감성

 

개인적으로 10개 음악 중 가장 마음에 와닿는 음악을 꼽으라면 필리핀 ‘루팡 티누부안’이다. 필리핀어로 ‘조국’이라는 뜻으로 조국에 대한 사랑을 강조한 곡이다. 곡의 설명을 듣고 감상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국’보다는 애절한 사랑을 표현하는 듯, 필자의 감성을 건드렸다.

 

 

최근 MBC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이후 SG워너비의 감성을 건드리는 발라드가 역주행 중인데, 필자도 최근 SG워너비 음악에 푹 빠져있다. 필리핀 ‘루팡 티누부안’은 SG워너비 음악에 이어 필자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감성적인 음악을 좋아한다면 꼭 감상해보길 바란다.

 

과연 각각 다른 국가의 음악을 우리 전통악기로 표현하는 게 가능할까. 듣기에 불편하지는 않을까. 재미가 있을까. 감상 전에 많은 생각이 오갔다. 하지만, 10개 음악에 대한 설명과 함께 감상한 ‘아세안 X 시나위’의 결론은 단 한마디로 표현될 수 있다.

 

“음악은 언제, 어디서든 항상 옳다.”

 

글쓴이=김시은 asean.sekim@gmail.com

 

김시은은?

 

미국 메릴랜드 주립대학교 형사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에서‘인권을 기반한 개발’을 논문 주제로 하여 국제개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국제개발학 박사과정을 수료 후‘아세안 문화개발협력’ 관련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이다.

 

2010년부터 2012년 초까지 외교부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 준비기획단에서 근무하고,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외교부 아세안협력과 내에서 한-아세안 협력사업을 관리하는 전문관으로 근무하였다.

 

현재는 한-아세안 협력사업 컨설팅 및 아세안 관련 정보 제공을 주 업무로 하는 아세안랩(ASEAN LAB)을 창업하여 운영하며, 아세안 전문가로 성장하고 있다. 외교부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아세안 업무 매뉴얼을 담은 책 '아세안랩'을 8월 8일 출간했다. (미국 메릴랜드주 수잔리 하원의원 표창, 2012년 외교통상부 장관 표창, 2017년 외교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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