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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시간, 팽나무 그늘 아래서 사라지다… “어음리사진관의 기록”

제주 애월읍 어음리. 돌담을 타고 흐르는 바람이 어음(於音, 소리가 머무는 곳)이라는 이름을 천천히 풀어내듯 마을을 스친다. 자동차 소리도 사람의 말소리도 이곳에서는 묘하게 느려지고, 오래된 시간의 입자가 공기 중에 떠 있는 듯하다. 그 중심에는 350년 동안 묵묵히 그늘을 드리운 팽나무가 있다. 그리고 그 그늘 아래 자리한 어음리사진관. 이름만 보면 단순한 스튜디오 같지만, 실은 마을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필름처럼 시간과 관계를 기록해온 살아 있는 아카이브다. 사진관의 셔터 소리는 이 마을의 숨결과 사계절의 온도를 한 겹 한 겹 되살리는 작은 의식처럼 들린다. 팽나무 아래 삼대가 둘러앉아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은 마치 옛 제주 이야기책 속에서 막 걸어나온 삽화 같다. 저마다의 나이를 품은 손마디, 햇살이 부서지듯 반짝이는 아이의 눈, 그리고 바람결에 흔들리는 억새의 은빛과 청보리의 생동감이 한 화면에서 스며들며 어음리 고유의 색을 만든다. SNS에서 “꽃말이 ‘고귀함’인 팽나무 아래서 진짜 고귀한 순간을 남겼다”는 후기가 쏟아지는 것도 놀랍지 않다. 수백 년의 시간을 품은 그늘 아래에서 찍힌 사진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삶의 한 조각을 기념하는 작은 의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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