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지명은 읽기가 어렵다. 한문으로 표기된 지명은 거의 모두 훈독(訓読)으로 읽는다. 물론 수도 도쿄(東京)나 고도(古都) 교토(京都)와 같이 음독(音読)으로 읽는 경우도 있지만 그것은 예외라 할 수 있다. 일본어 훈독은 비유적으로 견주면 예컨대 慶州라고 쓰고는 이를 ‘경주’가 아니라 ‘서라벌’이라고 읽는 식이다. 외부인은 이를 알 도리가 없다. 일본 매스컴의 사건-사고 담당 종사자들도 지명사전에 의존할 정도라고 하니 그 난해한 오명은 알 만하다. 한반도를 마주하는 쓰시마를 기점으로 전개되는 북 규슈 일원에는 한반도와 인연 있는 지명이 많이 눈에 띈다. 우선 ‘쓰시마’부터 한국어에 유래하는 이름인데, ‘쓰’는 ‘두’, ‘시마’는 ‘섬’으로 두 말을 조합하면 ‘두 섬’이 된다. 예부터 남북으로 갈라진 섬의 지형을 묘사하는 표기이다. 거기서 조금 떨어진 섬 이키(壱岐)에는 ‘후레(触)’라는 고아자(小字: 가장 작은 단위의 마을)라는 마을이 99개나 있으니 섬 전체가 후레에 다름 아니다. 이 ‘후레’는 한국어 ‘부루·후루’가 진화해서 ‘바루·후레’로 된 것이지만 본래 서라벌’의 ‘벌’에서 온 것이다. 북 규슈는 한반도 남부와 지리적으로 일의대수(一衣帶水)의
일본어 서사 3 ‘인명고(人名考)’ 와타나베, 바다 건너온 도래인의 성 일본인의 성은 세계에서 가장 많다고 일컬어진다. <일본성씨사전>(日本苗字大辞典) 의하면 무려 29만 1531개로 되어 있다. 반면 김소운(金素雲) 편의 <한일사전>에 기재된 한국인 성은 401개에 지나지 않는다. 이렇게 많은 일본인의 성 가운데 도래인 계 성은 얼마나 될까? 이전 이야기에서 후지와라노카마타리(藤原鎌足)라는 대화개신(大化改新)의 주역을 소개하면서 ‘카마’도, ‘타리’도 조선어라고 했다. 후지와라(藤原)는 카마타리가 임종할 때 조정에서 내린 문벌 성[姓: 카바네)이고 본래는 나카토미(中臣) 씨이었다. 중세 나카토미 씨는 나라의 제사를 담당하는 세습 가문인데, 그가 도래인의 후손이라는 흔적이 남아 있다. 그것은 이세신궁의 내궁 황대신궁(皇大神宮)의 세습신관인 아라키다(荒木田) 씨가 나카토미 가문의 일족이기 때문이다. 그 아라키다의 아라키가 한반도 남부에 있었던 아라(安羅)에서 왔다는 뜻으로 아라키(安羅来) 또는 아라키(阿羅木)에서 온 것으로 알려진다. 그것은 신라에서 온 도래 계라는 뜻이 시라키(白木)가 시라기키(新羅来)에서 온 것을 표기한 것과 마찬가지
지금까지 쓰시마-이키로 번진 일본 이야기를 엮어 보았는데, 지금부터 주제별로 ‘일본 엿보기’를 해볼까 한다. 먼저 일본인이 쓰는 언어, 즉 일본어를 서사로 다루어 보고자 한다. 쓰시마-이키는 일본어 서사에도 출발점이 되고 있다. 그것은 이 적은 섬에는 일본어의 조어(祖語)를 이룬 한국어의 형적이 적지 않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우선 ‘쓰시마’라는 지명부터가 한국어에 유래한다. 그것은 한국어 ‘두 섬’이 ‘쓰시마’로 표기된 것이라고. 즉 ‘쓰’는 ‘둘’에서, ‘시마’는 ‘섬’에서 나온 것이라고 한일 전문가들이 두루 인정한다. 이것은 ‘섬(島)’-->‘시마(島)’ 또는 ‘절(寺)’-->‘테라(寺)’로 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받침 말을 하기 어려운 일본인의 구강구조에서 한 음절이 두 음절로 된 말에 다름이 아니다. 또한 이키에는 후레(触)라는 이름을 가진 고장이 99군데나 된다. 이 작은 섬에 그 많은 후레가 있다니, 그것은 섬 전체가 후레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 후레에 대해 <나가사키현의 역사산보>에는 이렇게 씌어 있다. 이키의 농촌 단위는 ‘후레(触)’라고 불린다. 이것은 조선어인 푸리=푸루[村]의 뜻인 외래어라는 설과, 또
지금까지 이야기를 되돌아보면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에 떠있는 조그만 섬 쓰시마가 예로부터 한일 두 나라 간 문물 교류의 가교로서 중요한 몫을 해온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물론 교류라고 하지만 고대 쓰시마는 일본열도가 한반도로부터 문물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창구이었다. 이번 이야기는 쓰시마가 그 이상 문화공동체를 탄생시킨 모태라는 점을 일깨우고자 한다. 재일작가이자 한일고대사 연구가인 김달수는 쓰시마 섬을 두고 ‘반은 조선, 반은 일본’(金達寿, 1986, 229)이라고 말한다. 그 만큼 쓰시마는 한반도와 일본열도 사이에서 서로 나누는 점이 많은 섬이다. 글쓴이는 이번 이야기에서 이 점을 자세하게 짚어보고자 한다. 이 문화공동체는 쓰시마를 중심으로 한반도 남부와 북 규슈가 형성하는 지형이다. 이 지형에 사는 가야 사람들은 하늘을 우러러 제사를 나누면서 삶을 영위해 나갔다. 그런데 여기서 먼저 주목해야 할 것은 공동체 구성원들 사이에 말을 함께 썼다는 점이다. 물론 글쓴이를 포함한 현대인은 고대를 산 적이 없다. 그러나 현대 일본어와 한국어를 견주면 이를 연역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 우선 현대 두 나라 언어 사이에는 수많은 공통분모를 발견할 수 있다.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