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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베트남 신부 응웬홍민, 한국서 ‘여성경찰관’ 꿈 이루다

장성군 경찰청 근무, 한국남자 결혼 후 10개월 만에 40kg 빼고 합격

 

“어렸을 때부터 키웠던 여성 경찰관 꿈, 한국에서 이뤘어요.”

 

응웬홍민(Nguyễn Hồng Minh, 38)는 베트남 중부 응에안성 빈(Vinh)시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2018년에 한국 경찰 시험에 합격해 어린 시절 꿈을 이뤘다. 현재 전라남도 장성군 경찰청에서 근무하고 있다.

 

베트남 현지 미디어 베한타임즈는 10월 17일자로 ‘한국의 경찰 된 베트남 여성’의 이색적이고 인간승리가 담긴 ‘인생스토리’를 다뤘다.

 

■ 조선대 유학, 한국 남성 만나 결혼...경찰채용 응시 합격

 

응웬홍민은 2005년 광주광역시에 있는 조선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 한국으로 유학왔다. 학교를 마치고 한국 남성과의 깊은 애정에 이끌려 한국에 남았다. 1년 후 두 사람은 결혼했다.

 

그녀는 무역회사에서 일하기로 결심하고 6년 가까이 수출입회사에 다녔다. 일을 하면서 셋째 아이까지 출산했다. 가족과 아기에게 집중하기 위해 잠시 일을 쉬고 휴식기를 가질 때였다.

 

경찰 채용 시험에 응시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자신의 운을 시험해보기로 오랫동안 꾸었던 꿈을 이루기 위해 결심한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여성 경찰관이 되고 싶다는 꿈을 키워왔다”는 그녀는 “경찰이 해결한 스릴 넘치고 흥미진진한 범죄 사건에 매료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경찰이라는 직업이 여성에게 너무 위험하고 힘든 일”이라고 반대했다. 대신 전공과 관련이 깊은 경제학 분야로 진로를 선택하라고 권유했다.

 

한국의 남편과 가족들은 어땠을까. 그녀는 “한국 경찰 시험에 등록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을 때 반대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가족들은 모두 경찰이 되겠다는 계획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아버지는 “고국에서 경찰이 되는 것도 쉽지 않은데 한국에서 경찰이 되는 것은 더욱 어렵다”고 말했지만 그녀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응원해 주었다.

 

이처럼 가족과 주변 사람들의 지지와 격려에 힘입어 민 씨는 경찰 시험을 준비를 시작했다. 전문 지식도 어려웠지만, 당시 몸무게가 100kg에 달했던 그녀에게 가장 장애물은 체력이었다.

 

하지만 민 씨는 피나는 노력으로 10개월 만에 40kg을 감량했다. 내친김에 2018년 대한민국 경찰 공채 시험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 베트남 신부 상담-지원도 톡톡...불법체류 노동자 문제도 자문

 

6개월의 교육과 2개월의 인턴십을 거쳐 장성군 경찰서에 정식으로 발령받았다. 그녀는 가정폭력, 학교폭력, 실종 사건 등을 수사하는 업무를 맡게 되었다.

 

2018년 8월에 전남 장성지방경찰청에 채용된 응웬홍민 씨는 당시 한국 주둔 베트남 여성경찰 7명 중 한 명이 됐다.

 

처음에는 가정폭력 사건을 처리하면서 동료 베트남 신부들의 도움 요청을 많이 받았다. 특히 2022년 초, 한국 경찰은 한국 내 베트남 커뮤니티와 신속하게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했다.

 

현재 페이스북 페이지 팔로워는 9만 7000명에 달한다. 베트남어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한국 법무부의 한국 내 베트남 커뮤니티를 위한 정책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은 2018년 기준 매년 약 6000명의 베트남 여성이 한국 남성과 결혼해 베트남에서 외국인 신부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민씨는 한국 경찰의 한국 내 베트남 커뮤니티를 보면서 남편에게 수년간 학대를 당한 베트남 신부의 사연을 떠올렸다. 그리고 페이스북 페이지에 남긴 메시지를 통해 이 여성의 전화번호를 요청해 직접 대화하고 조언을 나눴다.

 

그녀는 “이 여성은 남편의 학대를 수년간 견뎌왔지만 남편의 보복이 두려워 경찰에 신고하지 못했다. 그녀는 남편의 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관할 기관에 신고하는 절차를 안내해 주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센터로 이송되어 남편과 이혼을 위한 법률 자문을 받았다. 그녀는 현지 법률에 따라 사건을 해결하는 것 외에도 베트남 신부를 상담하고 지원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또한 민 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러한 노동자들에게 한국의 법규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전남을 비롯한 한국의 여러 지역에서는 근로 계약이 만료된 후 불법 체류하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녀는 “한국의 불법체류 노동자들은 어떠한 혜택도 받을 수 없다.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 병에 걸리면 치료비의 100%를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매우 큰 비용이 될 수 있다. 미등록 체류자는 은행 계좌를 개설할 수 없다. 베트남으로 송금할 때 제3자를 거쳐야 하고 사기를 당할 위험도 크다”라고 말했다.

 

 

■ 3개 국어 능통, 한국 경찰청장의 베트남 방문 시 호위-통역-안전 보장 임무

 

그녀는 한국어, 영어, 베트남어 등 3개 국어에 능통하다. 이 때문에 업무 수행에 많은 이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한국 경찰청장의 베트남 방문 시 호위, 통역, 안전 보장 등의 특수 임무를 수행했다. 베트남 공안부 차관 및 대표단의 한국 방문 시 영접, 호위, 통역 등의 임무를 맡았다.

 

통역사는 업무 내용, 특히 전문 용어를 숙지하고 세심하게 준비해야 하는 매우 스트레스가 많은 업무다. 하지만 이러한 특별한 출장은 그녀에게 아름다운 추억도 많이 남겼다.

 

그녀는 “베트남 고위급 지도자들을 수행했을 때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외국인인데 왜 베트남어를 그렇게 잘하느냐’고 물어봤다. 베트남 사람이라고 말했더니 깜짝 놀랐다”라며 웃었다.

 

한국에서 베트남 출신 여성경찰관이 된 그녀는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커뮤니티를 도와 정보 부족으로 인한 범죄 상황을 예방하는 목표”라고 다짐했다.

 

한편 올해 한국에서 외국인 배우자가 18만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10월 19일 법무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업무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민의 외국인 배우자는 △2019년 16만6025명 △2020년 16만8594명 △2021년 16만8611명 △2022년 16만9633명으로 4년간 16만명대를 유지하다가 올해 17만명대에 진입했다. 지난 8월 기준 17만3791명으로 집계됐다.

 

국적별로는 베트남과 중국, 한국계 중국, 일본, 필리핀이 주류를 이룬다. 올해 6월 말 기준 국민의 외국인 배우자 17만982명 중 △베트남 3만8986명 △중국 3만7929명 △한국계 중국 2만1738명 △일본 1만5488명 △필리핀 1만2114명으로, 이들 국적이 전체의 73.8%를 차지한다.

 

이어 △태국 8104명 △미국 4948명 △캄보디아 4644명 △우즈베키스탄 2675명 △몽골 2534명 등 순이다. 성별로는 남성보다 여성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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