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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의 일본이야기 43] 모리 요시로 총리 "일본은 신의 나라" 망언의 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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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신국론(神国論)...'국체의 본의’ 해설서 '일본국가의 신수’ 연관, 신국사상은 현재진행형

 

일본이 저들 나라가 신국이라는 이른바 ‘신국사상’은 그것이 일부 극우분자의 망상 또는 환상으로 남아 있는 한 굳이 문제 삼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데 문제의 심각성이 놓여 있다. 이전 이야기에서 필자는 일본사회에서 ‘신국사상’ 도도히 흐르고 있다면서 여느 때는 잔잔한 물결로 남아있지만 여차하면 출렁이는 파도가 된다고 짚었다.

 

이제 그 현장으로 가보자. 필자는 우선 두 가지 ‘사건’에 주목하고자 한다. 하나는 2000년 5월 15일 당시 수상이었던 모리 요시로(森喜朗)가 일본은 '신의 나라'(神の国)라고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다.

 

다른 하나는 '일본국가의 신수'(日本国家の神髓)라는 책이 2015년 새해 벽두에 출간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신국사상의 전거가 된 '국체의 본의'(国体の本義)라는 책을 기리는 해설서 또는 안내서이다.

 

두 사건에 주목하는 까닭은 ‘신국사상’이 먼 과거의 일이나 군국주의 시절의 이야기가 아니라 21세기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을 일깨우고 있기 때문이다.

 

모리 수상이 지껄인 '신의 나라'(神の国) 발언은 2000년 5월 15일 신도정치연맹(神道政治連盟) 국회의원 간담회에서 나왔다. 그는 인사말 중에 "일본이라는 나라는 실로 텐노[천황]를 중심한 ‘신의 나라’라는, 국민 여러분들이 똑똑히 이해한다는 것, 이것을 위해 우리들(=신도정치연맹 관련 의원)이 힘써왔다"고. 21세기에 들어선 현대 일본에서 모리는 제정일치 시절에나 있을 법한 이야기를 거리낌없이 지껄인 것이다.

 

■ 일본회의라는 거대한 극우정치 조직...신도정치연맹은 전위그룹

 

신도정치연맹이란 어떤 단체인가. 잠시 뒤 설명할 ‘일본회의’의 전위그룹이다. 그 모태가 바로 신사본청(神社本庁)이다. 무슨 관청처럼 들리지만 신도정치를 구현하려는 정치단체다. 그 배후에는 일본회의(日本会議)라는 거대한 극우정치 조직이 도사리고 있다.

 

일본희의는 1997년 5월 30일 결성되었는데, 두 우파단체인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의’와 ‘일본을 지키는 모임’이 통합한 단체다. 이들 우파조직은 1979년 천황의 연호를 기록하는 ‘연호법’을 법제화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서 드러나듯이 이들은 ▲천황, 황실, 천황제의 수호와 숭배, ▲현행 헌법과 전후체제의 타파, ▲‘애국적’ 교육, ▲‘자학적’ 역사관의 부정 등을 추구하고 있다고 밝힌다.

 

다시 말하면 전쟁을 포기한 맥아더 헌법 또는 평화헌법을 개정하여 ‘일상’ 국가를 만들겠다는 것이라지만 ‘텐노를 중심으로 신의 나라’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그 사상적 지주가 신국사상임을 말할 나위도 없다.

 

'일본국가의 신수'(日本国家の神髓)는 저자인 사토 마사루(佐藤優)가 머리말에서 뇌인 그대로 극우지 '산케이'(産経) 회장의 사주(使嗾)로 나온 것이다. 그는 2008년 8월 30일 있었던 에피소드 라면서 당시 산케이 사장 스미타 요시노(住田良能) 사장실에서 그가 마련한 맛있는 ‘닭튀김 도시락’을 먹었다'면서 스미타가 한 말을 전했다.

 

최근 일부 보수진영에 대두하고 있는 사상 경향에 나는 불안을 깨우치고 있다. 일본을 위해 죽은 야스쿠니 신사에 모시고 있는 영령 현창하고 추고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특공대원들의 생각을 기리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과 저 가혹한 패전을 미화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당신은 그 경계선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근거로 사상서나 역사서를 써 주지 않겠나('일본국가의 신수', 2015, 2).

 

이 말에서 필자가 새삼 깨닫는 것은 아직도 일본에는 무모한 태평양 전쟁에서 수많은, 무고한 젊은이를 쓸모없는 죽음으로 내몬 군국주의를 미화하는 극우적인 정치세력으로 엄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극우 정치세력이 현대 일본 사회에서 신국사상을 부치고 있는 것이다. '일본국가의 신수'가 기린 '국체의 본의'(国体の本義)는 어떤 책인가?

 

1937년 [쇼와 12] 군국주의가 점점 본색을 드러내는 중 문부성은 한 책을 간행해 전국 각지 학교나 관청 등에 배포했다. 그것이 바로 '국체의 본의'(国体の本義)이다. “국체를 명징하게 하고 국민정신을 함양진작”하기 위해 편찬되었다는 이 책은 이후 교육의 기본정신을 정한 것이었다.

 

그 본문 중 “우리나라는 아키츠미카미(現御神)로 계신 천황이 통치하여주시는 신국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간결한 일문(一文)은 전시아래서 ‘신국’의 공적인 정의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었다. 신국이란 무엇보다도 “아마테라스오미카미(天照大神)의 자손이며 황조황종(皇祖皇宗)의 신의 후손[神裔]”인 “만세일계”의 천황이 군림하고 통치하는 나라라는 것이다.

 

 

이어 '국체의 본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신으로서 천황을 받드는 일본은 다른 어떤 나라들도, 어떤 민족도 능가하는 ‘만방무비(万邦無比)’의 신성한 국가이다. 그러한 입장에 있는 일본의 세계를 이끄는 것은 역사의 필연이었다. 일청·일로 두 전쟁도, 한국병합도, 그리고 만주국 건국도 모두 천황의 위광[미이츠(御(稜威)]을 발양하려는 ‘큰 마음’[大御心]이 나타난 것에 다름 아니라고.

 

일본에서 '신국(神国) 일본'을 내어 “신국사상의 환상을 깨어 버리자”고 용기 있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한 저자[사토-히로-(佐藤弘夫)]는 ”아라히토카미(現人神)인 천황의 존재와 그 유래한, 만방에 대한 일본의 우월을 내세운 신국사상은 그 밑바탕에 ‘천황’과 ‘내셔널리즘’이라는 두 요소가 있다고 짚었다. ‘내셔널리즘’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이웃나라를 비롯한 타국과의 공존은커녕 일체 관계를 배제한 협소한 국수주의에 다름 아니다.

 

■ 대일본국은 신국이니라....일본의 이웃 나라 침략을 ‘역사의 필연’으로 정당화

 

다시 '국체의 본의'로 돌아가 보자. 이 책은 앞의 말이 이어 신국사상은 몽고습격 이래 뚜렷이 진척되어 ‘야마토다마시(大和魂=전통적인 일본정신)’로서 큰 자각·계승되어 가깝게는 일청·일로 전쟁에서 ‘강력한 각성을 이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 의의를 단적으로 설명한 말로서 남북조시대 남조의 정통성을 주장한, 기타바다케 치카후사(北畠親房)의 '신황정통기(神皇正統記)'로부터 머리말의 첫마디를 인용한다.

 

대일본국은 신국이니라. 천조가 비로소 나라의 근본을 열고 태양신이 오랜 동안 관계를 지어 주시다. 우리나라만의 일이니라. 외국에는 그런 것이 없느니라. 때문에 신국이라 하느니라.

 

신의 자손인 천황이 군림하기 때문에 ‘이조(異朝=외국)’와는 다른 신국이라는 자각이 외국 침략에 직면한 가마쿠라 시대에 고양하여 '신황정통기'에 의해 다듬어져 오늘날에 이를 때까지 연면히 이어져 왔다. '국체의 본의'는 그와 같이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사토 마사루는 '국체의 본의'를 기리는 그의 저의를 '신황정통기'가 “대일본은 신국이니라(大日本者神国也)”를 따오면서 다음과 같이 표현한다.

 

나는 '국체의 본의'의 읽는 해독법을 통해 독자를 고천원(高天原=천황의 하늘나라 고향)으로 끌어드리려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서는 아카데믹한 연구와 본질적으로 성격을 달리한다. 남북조의 동난에서 남조의 충신 기타바다케 치카후사 경(卿)이 <신황정통기>를 지어 「대일본은 신국 이니라」라고 한 우리 국체를 복고의 정신에 의해 재발견한 작업을 나 나름의 언어로 반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일본으로서 중요한 교육은 우리들의 근원, 즉 신의 길[神の道]을 탐구하는 것이다. 그 근원이 없는 모습으로 양적으로 지식을 쑤셔 넣어도 그것이 일본인의 피가 되고 살이 되지 않는 것이다('日本国家の神髓', 2015, 288~2890.

 

그는 일본의 이웃 나라 침략을 ‘역사의 필연’이라고 하면서 “일청·일로 두 전쟁도, 한국병합도, 그리고 만주국 건국도 모두 천황의 위광[미이츠(御(稜威)]을 발양하려는 ‘큰 마음’[大御心]이 나타난 것에 다름 아니라고”한 '국체의 본의'를 이렇게 기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자들이 이웃나라에 득실대고 있으니 한국인으로서는 베갯잇에 지뢰나 신한폭탄을 지고 자야 하는 셈이다.

 

참고문헌

佐藤優, <日本国家の神髓>, 扶桑社, 2015

佐藤弘夫, <「神国」日本>, 講談社, 2018

<神皇正統記>, 岩佐 正, 校注, 岩波書店, 1975

 

글쓴이=김정기 한국외대 명예교수 jkkim63@hotmail.com

 

김정기 교수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석사, 미국 컬럼비아대학 정치학과 대학원에서 일본 근대정치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언론학회 회장, 방송위원회 위원장,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한국외대 사회과학대학 미디어커뮤니이션 학부 명예교수다.

 

저서로 『국회프락치사건의 재발견』(I·II), 『전후 일본정치와 매스미디어』, 『전환기의 방송정책』, 『미의 나라 조선:야나기, 아사카와 형제, 헨더슨의 도자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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