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길어지면서 아세안이 더욱 그립다. 그래서 출장 갔던 시간과 장소, 관광과 쇼핑 등이 그립다. 특히 아세안 출장비를 훌쩍 넘어 사재기 한 제품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그러고보니 필자가 외교부 퇴사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외교부 아세안 협력과 7년 근무 시 분기별로 1번, 총 25번의 출장을 다녔다. 물론, 모두 아세안 국가로 퇴사 전까지 10개국 모두를 방문하였다. 사실, 퇴사하면서 가장 아쉬울 것으로 예상한 것은 '공짜'로 갈 수 있는 아세안 출장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공교롭게 퇴사와 동시에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다니! 외교부에 있었어도 출장을 가지 못하니 그나마 위안(?)을 삼아야 할까. 하지만, 코로나19, 퇴사를 넘어 필자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는 사실이 있다. 바로 아세안 출장 시 꼭 사오는 제품들이 동이 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세안랩 유튜브 콘텐츠로 아세안 출장 시 사오는 것들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는데 현재까지 꽤 높은 조회수를 자랑하고 있다. 값싼 물가에 가성비가 좋은 아세안 제품들, 출장비를 훌쩍 넘겨 '사재기'해오던 제품들. 아세안에 대한 향수를 담아 이번 칼럼에서 소개해보고자 한다. ■ 프랑스 명품 에르XX 퀄리티의 저렴한
[일본의 신화: 찬탈적 침략성 2 하(下) 군국주의자 날개 달아준 가공인물 '신공황후'] 신공황후는 도대체 누구인가? 그녀의 이미지를 구성하는 요소는 앞에서 보듯이 찬탈적 침략성으로 대표된다. 그것은 남을 해코지하는 요녀와 같은 괴물성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그녀의 이미지에는 적지 않은 인물성의 요소가 겹쳐 있음을 놓칠 수 없다. 전자가 일본 군국주의자들에 날개를 달아 주기 위해 날조되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후자는 오히려 실존적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역의 찬탈적 침략성이랄까? 그녀의 원상을 두고 일본학자들은 몇 가지 설을 내놓고 있다. 그 중에는 왕조교체기에 천황의 이른바 ‘만세일계(万世一系)’의 황통을 잇기 위해 설정된 가공인물이라고 전후 역사학자들이 내놓은 학설도 있다. 부연하면 야마토 왕정의 황통은 제14대 추아이(仲哀)에 이르러 단절되었으며, 그 뒤 전혀 별계의 왕조, 곧 규슈 계의 오진(応神) 왕조가 들어섰기 때문에 후세 두 왕조를 하나로 잇는 가교가 필요해져 신공황후라는 가공인물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 설은 황국사관이 날조되었다는 점에서 일리는 있다. ■ 또 다른 얼굴의 실존 인물: 한반도 남부에서 건너온 무녀 하지만 나
전세계 대부분 지역과 마찬가지로 2021년 아세안(ASEAN, 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2월 말 기준 각각 누적 확진자 수 133만 명, 57만 명을 돌파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을 비롯해 말레이시아, 미얀마 등지에서도 감염 사례가 연일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그나마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태국 등이 속속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열에 합류하는 사실이 위안거리입니다. 이렇듯 일상으로 복귀가 당분간은 쉽지 않아 보이는 아세안을 강타한 소식이 2월의 첫날 들려왔습니다. 바로 미얀마에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것입니다. 주지하다시피,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주도로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을 구금하고 1년간 비상 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이후 군부 독재 체제로 회귀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미얀마 곳곳에서 펼쳐졌고, 이를 군경이 강경 진압하면서 사상자가 속출했다는 안타까운 외신이 보도됐습니다. 미국과 EU(유럽연합) 등을 중심으로 국제 사회가 군부를 겨냥한 비난과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민주화를 외치는 미얀마 국민들의 목소리 또한 수
일본의 신화의 찬탈적 침략성2 상(上) 일제 조선침략 옹호 이데올로기 작용 <기기> 신화에는 천황의 ‘섭정’ 진구코-고-(神功皇后, 이하 ‘신공황후’)가 등장한다. 이 여인은 ‘삼한정벌’ 또는 ‘신라정토’의 영웅으로 상투적인 이미지가 굳어져 있다. 이 이미지는 메이지 시대 이래 근대 천황 상에 내포된 찬탈적 침략성을 상징한다. 필자는 신공황후의 이미지는 애초부터 조선을 표적으로 겨냥한, 저 땅의 지배자들의 마음속에 박혀 그것이 집단무의식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지금도 그것이 일본 사회의 저류로 흐르고 있다고. <일본서기>에 나오는 신공황후의 삼한정벌 신화는 메이지 시대(1868~1912)에 정한론(征韓論)이 타오르게 한, 불쏘시개 구실을 하는가 하면 일제의 조선침략을 옹호하는 이데올로기로서 작용한 빌미가 되었다. 이 신화를 따라가 보자. 제14대 천황으로 되어있는 추아이(仲哀)의 제3비가 된 신공황후가 어느날 신탁(神託)을 받는다. “처녀의 눈썹같이 생긴 나라가 바다머리에 있는데 그곳은 눈부신 금, 은, 화려한 색의 재물이 가득한 나라입니다. 이를 ‘다쿠후스마시라기노쿠니’((栲衾新羅国=신라국)이라합니다. 만일 내게 제사를
미얀마는 잘 알면서도 알지 못하는 나라다. 고백하건데 필자는 스스로 아세안 전문가라 칭하면서도 아세안 개별 국가 하나하나 속속들이 다 알지는 못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모르는 국가를 꼽으라고 하면 미얀마가 아닐까 싶다. 2014년, 미얀마에서 개최된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를 마친 후 경험한 미얀마 맥주의 알싸한 향기와 맛에 반해(?) “아세안에 뼈를 묻을 거예요” 라는 말을 내뱉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3회차 김시은의 아세안랩 참조). 아마도 다른 9개국에 비해 출장 기회가 적었고(사실, 2014년 출장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10개국이 함께 모이는 자리에서 보면 미얀마 사람들이 얌전한 성격에 수줍음이 많아 다른 국가들에 비해 친한 동료이자 친구들을 많이 못 만든 탓이었던 것 같다. 알고 나면 티 없이 맑고 한없이 모든 것을 내주는 미얀마 사람들인데, 더 가까워지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2월 첫날 새벽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것도 안타깝기만 하다. ■ 미얀마의 다채로운 매력을 담은 사랑 고백서 “나는 왜 미얀마와 사랑에 빠졌을까” 우연히 알게 된 이 책을 홀린 듯 바로 구매하였다. 아마도 미얀마에 더욱 다가가고 싶은 나의 갈
2021년 새해가 문을 연 지도 어느덧 한 달이 지났습니다. 소띠해 신축년(辛丑年)을 맞이할 때의 간절한 소망과는 달리 전세계 대부분 지역은 여전히 누적 확진자 수 1억 명을 넘어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의 여파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역시 예외가 아닙니다. 세계적 대유행의 위세가 다소 주춤한 싱가포르, 베트남 등을 제외한 대다수 국가들이 연일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특히 각각 동남아 인구와 GDP(국내총생산)의 40% 가량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의 상황이 심각해 보입니다. 주요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는 1월 30일까지 총 105만1795명의 확진자와 2만9518명의 사망자가 공식 집계됐습니다. 이는 확진자 숫자 기준 세계에서 19번째로 큰 규모로 동남아 11개 나라들 중 유일하게 감염 사례가 100만 건을 돌파했습니다. 실제 1월에 접어들어 하루 평균 1만 건 이상의 신규 감염 사례들이 확인되면서 우려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을 시작으로 1월 중순부터 코로나19 백신의 순차 접종이 진행되고 있지만 당분간 마음을 놓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이렇듯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인도네시아
[일본 신화 정치적 작위성1] 나오키 ‘천양무궁의 신칙’은 조작...천황 통치를 ‘신정' 승화 지난번 이야기에서 이른바 ‘국학’에 이어 그 사상적 기반을 종교적 옷을 입힌 ‘국가신도’, 그 모두가 천황 통치에 부조한다는 점을 짚었다. 그런데 국학의 천황 부조를 뛰어넘어 천황 통치를 ‘신정(神政)’의 위치로 승화시킨 것이 따로 있다. 일본 신화이다. 메이지 헌법은 겉으로는 입헌군주제의 옷을 입히고 있지만 천황의 ‘신성한’ 존재로 못박고 있다. 그 배후에 바로 일본 신화가 밑받침하고 있는 것이다. 유구한 문명을 품은 세계의 민족은 대체로 여러 신화를 내재한다. 그 중에 건국 신화, 종교 신화, 민중 신화가 보편적이다. 무사의 나라 일본에는 영웅 신화도 있다. 앞서 본 스사노오노미고토가 하늘나라 고천원에서 내려와 머리가 아홉 개나 달린 큰 뱀 야마타노오로치(八岐大蛇)를 베어 처녀를 구했다는 이야기라든가 전설적인 영웅 야마토다케루 이야기 등. 글쓴이가 일본 신화에 주목하는 첫째 이유는 그 정치적 작위성이 두드러진다는 데에 있다. 이 정치적 작위성은 천황을 일본의 통치자로서 정당성에 부합하도록 조작한 것이다. 그 대표적 예로서 ‘천양무궁(天壤無窮)의 신칙(神勅)’을
[전창관의 태국이야기 11] '한류'의 아이러니인가, 아니면 'K-FOOD' 수출의 한 과정일 뿐일까. 한국이 종주국이자 원류 격인 '김-빙수-코리안 프라이드 치킨'이 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회사들이 한국 회사가 아닌 태국회사들이라는 점이다. 가히 '원조주의의 역조현상'이라 불릴 만하다. 태국판 '김-빙수-코리안 프라이드 치킨' 삼국지를 ‘김 대첩(大捷)’과 ‘빙수전투(戰鬪)’ 그리고 ‘후라이드치킨 대전(大戰)’으로 나누어 분석해본다. [첫번째 싸움터인 <태국 김나라 대첩(大捷)>]에서는 개전(?) 초기에 한국업체들이 김을 밥에 싸먹는 것으로 가르쳐가며 태국민들에게 보급하려는 시도를 하다가 연전연패했다. 그 와중에, 태국인들이 ‘김’ 이라는 것을 밥 싸먹는 반찬으로 즐기지 않고 기호식품 과자로 즐긴다는 점에 착안해 김과자 수요를 폭발적으로 키워낸 태국업체 '타오깨너이'사가 일약 김과자 시장 점유율 70%를 구가하는 맹주가 되어 30여개국으로 수출까지 하고 있다. ‘태국 맥주재벌 비야 씽’까지 뛰어들었다. 브랜드 자체를 한국어의 ‘맛있다’의 성음어 ‘마시따(มาซิตะ)로 하고 한국 아이돌 스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