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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재의 緬甸 통신] <15> 미얀마 5700만명 가운데 3000만명이 페이스북 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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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재의 緬甸 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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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관론을 압도하는 미얀마에 대한 낙관론 ② 도시재건-부정부패 일소....휴대폰 보급 사회변화 가속

비관론을 압도하는 미얀마에 대한 낙관론 ② 휴대폰 보급 이후  '느리지만 확실한' 변화

 

한국인들이 미얀마를 포함한 동남아시아를 분석할 때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 “천연자원과 노동력이 풍부해 발전가능성이 크다”라는 것이다.

 

거의 모든 보고서들이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이 같은 접근방식은 19세기 이래 지속되어온 ’식민주의(colonialism)‘나 20세기에 유행한 ‘발전주의(developmentalism)’의 연장선이라는 점에서 그리 권장할만한 접근 방법은 아닌 게 사실이다. 

 

왜냐하면 이는 조금만 나쁘게 해석하면 “너네 나라의 풍부한 지하자원을 스스로 활용을 못하니 우리가 대신 개발해주면 대박날 건데…”라는 표현과 별반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상대국에 대한 비하와 이를 바라보는 외부인의 은근한 우월주의가 깔린 표현으로 실제 많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서구의 이같은 접근법에 상당한 모욕감을 느낀다고 한다. 돈벌이로 접근하지 말라는 일종의 무언의 경고인 셈이다.

 

그런데 마땅히 대안적 접근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군부 독재시절엔 주로 미얀마의 열악한 인권상황에 대해 비판적 접근이 많았는데, 아시아 국가들은 대개 냉전시대의 피해자이자 동시에 군부독재를 거진 다 거쳤기 때문에 미얀마의 인권상황에 대해 그리 높은 관심을 쏟지는 못했다.

 

자연스레 ‘자원’에 대한 교역과 협력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실제 미얀마는 천연가스, 각종 보석류 등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1년에 3모작이 가능한 거대한 옥토는 물론이고 중국와 인도를 연결하는 대체불가능한 지정학적인 위치 등으로 누구라도 탐낼만한 자원과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때문에 객관적인 사실을 외면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다는 반론이 그리 틀린 것도 아니다. 

 

 

1. 미얀마의 느리지만 확실한 변화

 

최근 필자가 미얀마의 경제중심인 양곤에 거주하면서 체감하는 점은 “작지만 의미 깊은 변화”가 2016년 이후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 방향은 대단히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쪽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2015년 이전 군사정부 시절에 양곤 시내를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거리에 널부러진 쓰레기와 관리가 안되어 폐가처럼 방치된 각종 생활시설에 경악을 금치 못한 기억을 하나쯤 갖고 있을 것이다. 1960년대까지 ‘동양의 런던’으로 불렸던 랑군(현 양곤)의 찬란했던 국제도시의 모습은 오간데 없고 가난하고 앙상한 쟂빛의 식민지풍 건물만이 외국인들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양곤 시내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녀 보면, 느리지만 뚜렷하게 하수도관이 정비되고 도로가 포장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이 중간에 새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수준 향상에 직접 투자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마을주민들도 마치 과거 새마을운동사업처럼 양질의 노동력을 정부에 제공해 도시미화와 재건 사업에 협력하고 있다. 덕분에 악취와 해충으로 가득했던 도시의 뒷골목들이 빠르게 정비가 되는 모양새다.

 

양곤에 거주 중인 스무살의 소윈린 씨는 “전기 사정도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 5년 전에는 한 달에 50번 이상 정전이 됐다면, 2년 전에는 한달에 20번, 올해부터는 5~6회 정도로 확실한 개선이 체감이 된다”고 설명했다.

 

도로와 전력사정이 시나브로 나아지고 소득수준도 향상이 되면서 양곤 시민들의 소비욕구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전력사정으로 꿈도 못꾸었던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등의 고가 소비재상품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는 흥미로운 대목은 ‘정부의 역할’에 대한 군부와 민간정부의 서로 다른 접근법이다.

 

1962년에 집권을 시작한 미얀마의 군사정부는 1988년 집단지도체제로 형식을 바꾼 신군부의 등장을 거쳐 2010년까지 50년에 걸친 장기집권을 이어왔다. 권위주의 정부가 정권교체 없이 장기독재가 이어질 때 보여줄 수 있는 한계를 군사정부는 상당히 극적으로 증명한 대목이 있는데, 바로 민생문제에 대한 무관심이 첫 번째라고 할 수 있다.

 

군사정부는 ‘자주권 수호’ ‘통일 국가’라는 거대담론에만 집중해 사회안정에 관심을 쏟은 것은 사실이지만, 병원과 학교를 짓고 전력과 상하수도를 확충하거나 쓰레기를 치우는 민생활동에 그 어떤 투자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다. 혹은 정치권이 경쟁이 사라지고 투표권이 무의미해지니 공무원들이 손을 놓고 돈되는 사업에만 몰두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시민권이 없었던 시절의 양곤의 삶의 질은 꾸준하게 추락할 수밖에 었었고, 아웅산 수치의 NLD 정부가 집권한 이후는 정부예산이 실제로 유권자가 체감할 수 있는 분야에 직접 투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2. 미얀마 미디어 환경의 극적인 변화

 

“미얀마 전체 인구가 5700만 명이라면, 페이스북 유저가 3000 만명 이상일 겁니다.”

 

개혁개방 시기 직전인 2012년도 미얀마의 휴대폰 보급률은 고작 2~3%에 그치고 있었다. 유선전화의 보급률 역시 전세계 최하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데 불과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 미얀마의 거의 모든 경제인구는 스마트폰을 쓰고 있고, 모든 스마트폰 사용자가 페이스북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한다고 할 정도로 정보화와 민주화의 속도가 거침이 없다. 

 

언론검열은 2012년 경에 폐지가 됐고 2016년 정권교체 이후는 사실상 민감한 정치적 쟁점에 대해서도 거리낌이 없을 정도로 언론의 자유가 크게 신장이 됐다. 페이스북을 정점으로 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전체 미얀마 국민의 의사소통과 집단적 의사결정 시스템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한 미얀마 언론인은 “이런 상황에서 군부가 폭력적 방법으로 재집권을 꿈꾼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촌평하기도 한다.

 

전자상거래가 본격화되었으며 스마트폰을 통한 배달음식과 그랩서비스도 사실상 한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진행될 정도로 특히 모바일 분야의 발전 속도를 빠르기만 하다. 이를 주도하는 미얀마 젊은이들의 자유와 성공에 대한 열망은 전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 봐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사회적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 만큼 공직자들의 자세 또한 느리지만 서서히 바뀌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 투표에 의해 지방자치단체장과 정치인들의 운명이 결정되고 있으니, 부패를 줄이고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정치권과 공직자도 사실상 본격적인 경쟁체제에 들어선 정황이 목격되고 있다.

 

아웅산 수치 여사는 지난 4월 정부의 미진한 ‘락다운 정책’에 대해 국민들과 노동자에게 사과하는 일이 있었다. 미얀마 정치의 최고책임자가 정책에 대해 사과하는 일은 1962년 이후 사실상 처음있는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권교체의 효과를 가장 직접적으로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일대 사건인 셈이다.

 

 

뿐만 아니라 5월 22일에는 집권 NLD 소속이자 남부 따니따리주의 주지사인 래래모(Lei Lei Maw)가 부패방지법 위반으로 1심에서 징역 30년형을 선고 받는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다.

 

이것이 검찰의 독자적 판단인지 집권당과 교감이 있었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과거와 같이 고위정치인이 부정부패를 더 이상 마음껏 저지를 수 없는 변화된 환경임을 국제사회에 공표하는 대표적 사례로 회자될 것임은 분명하다.

 

아웅산 수치 정부의 집권 기조는 뚜렷하다. 당장 서구 수준의 민주주의와 개방경제 체제를 이룩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런 노력은 집권기간 내내 꾸준하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얻어지는 민생경제의 회복을 국민의 지지로 바꿔 민주세력의 정권을 상당기간 연장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가장 최선의 방법은 해외직접투자를 늘리고 관광산업 등의 증진을 통해 미얀마의 경제체질을 바꾼다는 계획인 것. 

 

이제까지의 미얀마를 향한 부정적인 시선이 주로 불투명한 정치권과 불확실한 시장 환경을 향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얀마의 미래가 그리 어둡지 않다는 반론이 되기도 한다.    
 

정호재는?
기자 출신으로 현재 싱가포르와 미얀마에서 아시아학을 공부하며 현지 시장조사를 병행하고 있다. 태국의 탁신,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캄보디아의 삼랑시 등 동남아 대표 정치인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관련 책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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