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얀마 양곤에 살고 있는 필자는 약 2주간의 꽤나 엄격한 도심 폐쇄(lockdown) 상황을 겪었다. 시내의 모든 식당이 영업을 멈추고 거의 유일한 식량공급원이던 슈퍼마켓까지 문을 닫으니 별 수 없이 집안에 꼼짝없이 갇혀있을 수밖에 없었다. 미얀마의 락다운(도시폐쇄)이 여느 대도시의 그것과 유별나게 다른 점이라면 사회기반시설의 불안정으로 상당히 빈번한 단전과 인터넷 끊김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갑자기 너무 많은 사람이 집에서 전력을 소모해서 그런 것이었을까. 예고 없이 전력이 끊긴 양곤의 어두운 밤을 견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전력이 끊기면 인터넷도, 냉장고도, 컴퓨터와 에어컨도 모두가 멈춘다. 밖에 나돌아 다닐 수도 없는 환경에서, 한번 끊기면 보통 5시간을 넘기는 단전상황을 겪어보니 더이상 시내에 살아야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양곤 외곽으로의 이사를 결정했다. 1. 양곤에 도착한 윈난(雲南)성 출신 사업가 유(劉)씨 성을 지닌 중국인 사업가의 집에서 하숙을 하게 된 계기는 이렇다. 필자는 2012년에 처음 미얀마 양곤을 취재한 경험이 있었는데, 당시 모 대표님의 제안으로 중국과의 교역으로 한창 활기를 띄던 북쪽의 만달레이에 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수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각국의 이동 통제와 생산 차질로 인한 경제적 영향은 전대미문의 수준으로 증가하고 있다. ■ 세계경제가 뿌리째 흔들리는 심각한 영향...아세안 예외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은 국가 및 도시봉쇄, 경제활동 중지, 사회적 거리두기 등 다양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경제가 뿌리째 흔들리는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경제적 영향은 생산 차질에 따른 공급 측면의 충격과 각국이 봉쇄조치(lockdown)를 시행함에 따라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이루어지지 않은 수요 측면의 충격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진다. 특히 결국 대규모의 해고 등 고용 측면에 집중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최근 IMF 보고서는 2020년 세계경제가 –3%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아세안 5개국(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태국)의 성장률은 2020년 –0.6%의 성장을 전망했다. ILO 보고서에 의하면 세계 일자리의 80%인 27억 명이 코로나19의 영향을 받고 있다. 가장 충격이 심한 산업으로는 서비스업종, 제조업(자동차산업, 섬유, 신발
라오스에 하얀 눈이 내렸습니다. 아닙니다. 만개한 커피꽃들은 마치 함박눈이 내려 쌓이는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라오스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무엇입니까? 비엔티안 빠뚜싸이, 소계림이라 칭하는 방비엥의 짚라인, 세계문화유산 루앙프라방, 라오스붐을 만들어낸 한국의 오락프로그램 ‘꽃보다 청춘?’ 그렇다면 라오스 팍세는? 남부에 있는 팍세는 고대 크메르 제국과 참파삭 왕국의 숨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팍세는 어머니의 강 ‘메콩’(매는 어머니, 콩은 강)과 콩세돈(세돈강)이 만나는 강이 도시를 감싸고 있는 도시입니다. 라오스 남부는 팍세를 중심으로 고대 크메르 제국과 참파삭 왕국 등 과거 왕조들의 흔적들이 고이 남아있는 사원 ‘왓푸’(푸사원/미니 앙코르와트)가 있고, 자연의 신비를 간직한 각종 폭포와 4000개의 섬 시판돈이 있습니다. 남부에는 여기에다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프랑스 작가 탈레랑이 “악마와 같이 검고, 지옥과 같이 뜨겁고, 천사와 같이 순수하고, 키스처럼 달콤하다”라고 불렀던 바로 ‘커피’입니다. ■ 라오스는 세계 커피 신흥 강국...볼라벤 고원은 ‘커피 애호가들의 낙원’ 라오스 남부 해발 1350m에 위치한 볼라벤 고원은 커
[김정기의 일본이야기24] 일본인은 누구인가 7: 일본인의 신앙:이세신앙(伊勢信仰) 에도(江戶) 시대가 끝나고 메이지 천황이 등극하기 바로 전 해 이른바 ‘에에자나이카(ええざやないか)’ 소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에에자나이카’ 소동이란 에도막부가 무너지기 ‘전야’ 1867년 여름 돌연 전국 각지에서 분출된 민중 아노미 현상이다. 전국 농촌 도회의 민중은 하늘에서 ‘천조황태신궁(天照皇太神宮)’ 또는 ‘태신궁(太神宮)’라고 적힌 신의 부적[神札]을 비롯해 유명 신사나 절에서 부적이 내려와, 이것이 세상을 뒤엎는 신탁(神託)을 내린 것이라고. 여기서 놓칠 수 없는 것은 밑바탕에 깔려있는 이세신앙(伊勢信仰)이다. 이 말 같지 않은 구호 소동의 결과 한 연구자가 말하듯 천황가의 조상신 아마테라스오미카미(天照大御神)의 신덕으로 대번에 세상을 바꾼다는 신정(神政)에의 여망이 광범하게 사회 밑바탕에 깔리게 되었다. 광란의 민중은 “에에자나이카”[좋지 않습네?]로 끝나는 비속하고 허접스런 문구를 외쳐대면서 맨발로 지주나 호상의 집으로 마구 들어가 술과 밥을 내놓으라고. 소작인이 지주 집에 들어가 술과 밥을 내오라고 하면서 “좋지 않습네?” 하는 식이다. 즉 신분을 기반으
정호재 新加坡 통신⑨ 싱가포르 차기 지도자 '헹 스위 킷' <1> 싱가포르의 정치 체제는 작은 나라임에도 상당히 복잡한 탓에 좁은 지면에 다 서술하기 어렵지만 일부 정치학자들은 그 핵심을 ‘협력적 권위주의(Consultative Authoritarianism)’라는 조금은 모순적인 용어로 설명하기도 한다. 권위주의는 우리도 익히 잘 알고 있는 독재자가 지배하는 형식인데, 이 앞에 붙는 ‘컨설티브’는 아주 사소한 사안이라도 세밀하게 대중에게 설명하고 소통하는 방식의 지배방식을 뜻한다. 나라의 국부격인 리콴유(李顯龍)로부터 시작해 (고촉통(吳作棟) 총리를 거쳐) 아들 리센룽(李顯龍)으로 이어지는 엘리트 정치체제의 장점을 요약한 표현으로, 이 나라의 지도자는 정통성은 물론이고 실력까지 겸비해야 함을 뜻한다. 1. “협력적, 상담 방식의 권위주의(Consultative Authoritarianism)” 실제로 싱가포르에서 살아본 사람은 지도자 리센룽 총리의 아주 세밀한 국정연설을 1년에도 수차례 정기적으로 TV 화면을 통해 접한 기억을 갖고 있다. 그 방식이 여느 민주주의 체제와는 상당히 다르다는 점을 느낄 수 있다. 보통 민주국가의 지도자는 매스미디어를
한국 해외건설은 1965년부터 시작되어 올해로 55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그간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누적 수주액은 2019년 말을 기준으로 약 8300억달러(약 1007조 6200억 원)를 기록했다. 중동 지역이 약 4300억달러(약 522조 200억 원)로 단연 1위다. 아세안은 중동의 40%에 조금 못 미치는 1660억 달러(약 201조 5240억 원)다. 최근 들어 아세안 지역은 크게 약진하고 있다. 줄곧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던 중동 지역이 불안정한 유가 등의 원인으로 주춤하는 사이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 아세안, 신남방정책 등에 힘입어 2018년부터 중동 추월 아세안 지역이 높은 경제성장 및 풍부한 인프라 수요와 신남방정책 등에 힘입어 2018년부터 중동을 추월했다. 2018년 아세안 지역에서의의 수주 실적은 119억 달러(14조 4466억 원)로 중동 지역의 92억 달러(약 11조 1688억 원)를 넘어섰고, 2019년에도 역시 아세안 지역 80억달러(약 9조 7120억 원), 중동 지역 47억 달러(5조 7058억 원)로 아세안 지역이 우위를 유지하였다. 또한, 2019년 전체 해외 수주액, 중동 지역 수주액이 10년 전과 비교할 때 각각
2001년 4월 20일 일본의 옛 도읍 나카오카 경(長奧京) 발굴 현장에서 한 매의 나무 표찰[木札]이 발견되었다. 세로 2.7cm, 가로 1.3cm, 두께 2밀리의 이 표찰에는 ‘소민쇼라이자손자(蘇民将来子孫者)’라는 문자가 쓰여 있었다. 그것은 비백(飛白) 체[글자의 획에 희끗희끗한 흰 자국이 나도록 쓴 묵서(墨書)의 서체의 한 가지-글쓴이]로 쓰여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소민쇼라이의 자손입니다”라고 쓰인 표찰은 뒤에서 살피듯이 당시 일본의 서민들이 역병막이[疫病除け] 부적[お守り]으로 효험이 있다고 믿는 민중 신앙의 표식에 다름 아니다. 이것이 일본 각지에서 발견된 같은 부적 중 천년 이상이나 된, 가장 오랜 것이라 한다(川村湊, 2007, 6). 일본의 신사나 절간에서는 지금도 ‘소민쇼라이’ 부적을 배포하는 곳이 적지 않다. 이 부적을 현관 입구에 걸어두는 풍습이 지금도 일본 각지 마을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소민쇼라이의 자손’이라고 쓰인 부적이 왜 역병을 막아 준다는 것인가? 이런 민간신앙은 어떻게 생겨난 것인가? 여기에는 행역신(行疫神)인 고즈텐노오(牛頭天王, 이하 ‘우두천왕’)의 이야기가 관련된다. 다시 말하면 우두천왕 이야기에
최초 확진 환자 발생 이후 두 달 넘게 지속된 국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여전히 위력을 떨치고 있습니다. 3월 중순부터 완치자 수가 신규 확진자 수를 역전한 흐름이 보름 이상 계속되면서 희망을 키웠지만, 며칠 간 두 자리대로 떨어진 하루 확진자 수가 다시 100명을 돌파하는 등 아직 마음을 놓기에는 이른 분위기입니다.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촌 대부분 지역의 사정은 더욱 긴박합니다. 특히 확진자와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이란과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미국 등은 사실상 정상적인 국가 기능이 마비됐을 정도입니다.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코로나19가 심각성을 더하기는 인도네시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2월말까지만 해도 코로나19 ‘청정 국가’ 자부심을 드러냈지만, 3월 2일 첫 확진자가 확인된 이래 감염 사례가 급증해 왔기 때문입니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3월 30일 기준 인도네시아에는 총 1414명의 확진자와 122명의 사망자가 보고됐습니다. 대통령이 ‘사회적 거리 두기’를 거듭 당부할 만큼 위기감이 커지며 밀집 예배와 대규모 인구 이동이 수반되는 4월 하순 라마단(Ramadan) 금식기간 및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