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양곤의 물가를 알아보자 (2) 1. 소속 집단에 따른 물가 차이 전체적인 소비재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무엇일까? 가장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부동산' 비용과 '인건비'가 아닐까 싶다. 주위에서 흔히 보이는 자영업 비용 구조를 생각해보면 쉬운데, 운영비의 가장 높은 비중을 종업원의 임금과 공간 임대료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재료비나 세금 및 공과금 부담이 없는 것 아니겠지만 이 비율은 전세계 어디를 가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동남아시아 사회의 물가에는 한국에서 고려되지 않는 한 가지가 추가로 고려되어야 하는데 바로 자신이 속한 민족 커뮤니티다. 19세기와 20세기 동남아사회를 연구한 서구학자들이 빼놓지 않고 기술하는 특징이 바로 '다원사회(Plural society)' 라는 개념이다. 여러 민족이 서로 섞이지 않고 그들만의 독자적인 사회를 구성해 나간다는 개념인데, 한국에서는 '다문화 사회'로 번역되곤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쓰는 '다문화'가 일종의 인종-민족-문화적인 측면이 강조된 개념이라면, 애당초 '다원사회'가 제기된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쉽게 설명하면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 따라 경제적인 활동
우리는 고분시대 4~5세기 즈음 일본 열도의 주민을 ‘일본인’이라고 불렀지만 6세기까지 ‘일본’이라는 나라 이름은 없었다. 따라서 이는 편의상 부른 이름에 지나지 않고 야마토 왕조의 국호는 ‘왜국’이었으니 ‘왜인’이라 해야 마땅하다. 이 ‘왜인’을 교체해 들어선 것이 퉁구스 계=조선계 정복민족이었다면 그 윗대 조몬 인(繩文人)·야요이 인(弥生人)은 누구인가? 조몬 시대란 기원 전 1만년에서 전 4세기 즈음까지 아득한 옛날이며, 야요이 시대란 기원 전 4세기에서 후 3세기까지 이어진 시기이다. 특히 야요이 시대는 한반도에서 논농사와 함께 금속기가 전래되었다는 점에서 일본문명의 발상 기로, 도래 문물이 상륙한 북 규슈는 야요이 문명의 발상지로 일컬어진다. 대체로 새끼줄 문양의 토기를 만들었다는 조몬 인(繩文人)은 남방계 인으로 알려진 반면 야요이 인은 볼록한 둥근 항아리를 만든 북방 계인으로 일컬어진다. 그 항아리는 1984년 도쿄대학 구내인 혼고(本鄕) 야요이 쵸-(弥生町)의 무코-카오카 패총(向ヶ岡貝塚)에서 발견되었다 해서 ‘야요이식 토기’라고 붙여진 이름이다. 먼저 조몬 인에 주목해 보자. 일본의 역사민속박물관 교수 고야마 슈조(小山修三)의 저술 <조
왓푸는 라오스 남부 끝자락 참파삭 주에 위치한 크메르 왕조시대 지어진 사원이다. 이 사원에서 새해 벽두 세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행복한 ‘탁발’을 보았다. 동트는 시간부터 수km에 걸쳐진 탁발의 모습, 그것이 ‘나누는 행복’의 표정이었다. 결코 평생 안 잊힐 탁발은 그 자체로 장엄했다. 평화롭고 감사하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 앙코르와트의 모태가 된 사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왓푸는 ‘산에 있는 절’이란 의미다. ‘왓푸’(왓:사원, 푸:산, Vat Phou, Wat Phu)는 동남아시아의 젓줄, 어머니의 강 메콩(매:어머니, 콩:강)에서 8km 떨어진 해발 1416m인 서쪽 푸카오산(푸:산, Phu Kao) 기슭에 자리잡았다. 왓푸는 200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크메르제국 시대의 유적이 집중되어 건축된 앙코르와트와는 달리, 5세기부터 15세기에 걸쳐 1000년간 조성된 복합 유적지이다. 처음에는 힌두교 사원이었다. 하지만 15세기에 샴족(아유타야 왕조)이 불교를 전파하면서 불교사원으로 바뀐다. 앙코르와트보다 300여 년 앞서 지어져 앙코르와트의 모태가 되었다. 현재는 ‘미니 앙코르와트’라고도 불리고 있으나 과거에는 앙코르와트에
“당신은 신을 믿습니까?” 이슬람 신자인 아세안(ASEAN) 사람이 내게 묻는다. “저는 세 명의 신을 믿습니다. 첫째는 제 아내이고, 둘째는 제가 모시는 대사님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신은 바로 ASEAN입니다. ASEAN 헌장은 성경의 창세기와도 같습니다.” 이 엉뚱한 대답에 ASEAN 사람은 한바탕 웃음을 터뜨린다. 외교관의 언어유희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주재국을 신주단지처럼 모셔야 한다는 직업적 소명에서 나온 확신이다. 필자는 과거 자유무역과 세계인권의 수호자인 WTO와 UN 인권이사회를, 아프리카 민주주의의 희망인 세네갈을 신성시했고, 이제는 자카르타에서 ASEAN 신도로 살아가고 있다. ASEAN을 사랑하고 ASEAN을 이해함에 있어 가장 애착을 느끼는 점은 바로 ‘ASEAN’이라는 이름이다. 동남아국가연합(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이라는 의미 때문은 아니다. 바로 동남아인들 스스로가 지은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 어떤 민족, 국가, 지역도 다 이름이 있지만, 스스로가 아닌 남이 지어준 이름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다. 가령 아프리카는 로마인들에게 모래(afar)의 땅으로 불렸던 것에 기원
2019년은 가히 ‘아세안의 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우리 외교에서 아세안이 차지하는 비중이 극적으로 높아진 한 해였다. 독자들도 방송과 언론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말 부산에서 아세안 정상들과 회동하는 모습을 지켜보셨을 것으로 생각된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존경하는 형님(kakak yang mulia)’이라고 인사하면서 친분을 보여주는 훈훈한 장면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특별정상회의는 한-아세안 대화관계수립 3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되었으며, 푸드스트리트, 카페 아세안, 패션위크, 뷰티 페스티벌, 영화주간 등 40여개의 다양한 행사에서 우리와 아세안 국민들이 어우러져 서로의 문화를 맛보고 즐기는 흥겨운 자리도 만들어졌다. 스타트업, 문화콘텐츠, 5G 등 미래 산업을 주제로 한 전시회도 많은 이들의 관심과 찬사 속에 개최되었다. 우리 정부는 2017년 11월 자카르타에서 신남방정책을 천명한 이래 아세안과의 관계를 획기적으로 높이기 위해 노력해 왔다. 10년 이상 아세안 업무를 해온 필자로서는 이번 특별정상회의를 가능한 정성스럽게 준비하여 아세안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지시가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1. 싱가포르 덮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싱가포르와 미얀마를 자주 오가다 보니 최근 한국에 계신 지인들로부터 코로나 바이러스 안부 인사를 자주 받게 됐다. 싱가포르에 다녀간 분들로부터 감염된 사람이 한국서 생겼으니 몸 조심하라는 당부였다. 우한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며 갑자기 주목을 받은 두 국가가 있다. 바로 '태국'과 '싱가포르'다. 태국은 사건이 본격화된 이후 줄곧 중국에 이은 2위 감염국가로 집계되어 왔다. 싱가포르는 2월 9일 현재 감염자가 40명에 이르러 3위 국가가 됐다. 태국이 중국과 물리적으로 가까운 인구 7000만 명에 중형 국가임에 반해 싱가포르는 700만 명에 불과 도시국가인 점을 고려하면, 싱가포르가 이번 신종바이러스에 취약함을 드러낸 점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동북아 국가들로의 바이러스 전파를 넘어 지난주엔 프랑스와 영국에까지 바이러스를 전파한 경유지로 '싱가포르'가 지목되면서 이 서울만한 크기의 국제도시는 그야말로 한바탕 커다란 난리법석을 치르고 있다. 일단 이번주부터 모든 국제행사가 축소되거나 취소됐고, 주말에 열리는 평범한 종교행사까지 사람이 대규모로 모이는 행사는 당분간 불가능하게 됐다. 싱가포르 내 모든 회사와 학교
정호재의 緬甸 통신②: 미얀마 물가에 대해 알아보기 (1) 해외 거주자에게 가장 중요한 생활 정보 가운데 하나는 해당 지역의 '물가(price)'일 것이다. 실제 생활은 물론이고 향후 비즈니스 설계에 가장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많은 사람들로부터 "미얀마 양곤 물가가 어때요?"라는 질문을 받게 된다. 그런데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 질문은 무척이나 애매한 질문이다. 그 의도에 따라서 무척이나 다양한 답변이 가능하기 때문이고, 실제 물가란 주관적 체험이 객관적 현실을 압도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이다. 우선, 미얀마 물가를 이해시키는 첫 번째 어려움은 한국인의 머릿속에 각인된 '1인당 국민소득'이란 고정관점을 깨는 일이다.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 달러(약 3580만 5000원)를 웃돈다. 반면 아세안에서도 가장 취약한 경제로 평가받는 미얀마의 1인당 소득은 2000달러(약 238만 7000 원) 정도다. 이 수치가 전체 평균을 낸 것이기 때문에 참고는 될 지언정 '물가(物價)'를 나타내는 직접적 지표는 될 수 없다는 점을 공유해야 한다. 의외로 우리 주위엔 '선진국=고물가' '저개발국=저물가'라는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1. "
"Paris Van Java(자바의 파리)’, 인도네시아 반둥을 아시나요?" 1만 7000여 개 섬에 지구촌에서 네 번째로 많은 2억 6000여만 명이 거주하는 인도네시아에는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명소들이 여럿 존재합니다. 세계적 휴양지 발리나 정치·경제의 핵심인 수도 자카르타만큼 익숙하지는 않지만, 빼놓을 수 없는 고장으로 인도네시아 생활을 처음 시작한 반둥을 들고 싶습니다. 서구 사회에는 ‘Paris Van Java(자바의 파리)’ 별칭으로도 기억되는 반둥은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접한 ‘아시아-아프리카 회의(The Asian-African Conference, 1955년 4월 식민 정책에 반대하는 아시아 및 아프리카 29개 신생 독립국 대표들이 모인 국제회의)’ 개최지로 어렴풋이 기억되는 곳입니다. 해발 고도 약 700m에 위치한 반둥은 연평균 기온 22도를 뽐내는 쾌적한 도시입니다. 자카르타에서 동남쪽으로 180km 가량 떨어져 있는 지리적 접근성 덕분에 차량, 기차 등을 이용해 손쉽게 방문할 수 있습니다. 이에 더해 2021년 상반기 개통을 목표로 자카르타와 반둥을 잇는 인도네시아의 첫 고속철도 공사도 한창입니다. ‘꽃의 도시(Kota Kem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