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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센 캄보디아 총리, 38년만에 권좌 물러났다...후임은 장남

국영 텔레비전 특별방송 사임계획 발표...장남은 “아버지 뜻 잘 잇겠다”

 

 

훈센(Hun Sen) 캄보디아 총리가 38년만에 권좌에서 물러났다. 권력은 이번 총선에 압승한 장남 훈 마넷(Hun Manet)에게 승계되면서 ‘가업승계’를 완성했다.

 

크메르타임즈 등 현지 미디어 27일자에 따르면 훈센(70)은 “27일 국영 텔레비전 50분 특별방송에서 총리직을 사임한다.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싶다. 차기 총리는 훈 마넷(45)이다”라고 말했다.

 

훈센 총리는 퇴임 후엔 "집권당 대표와 국회의원직은 그대로 유지한 채 국왕 최고 자문위원장을 맡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막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사실상 '섭정'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4성장군 장남 훈 마넷, 8월 22일 7대 총리 취임 ‘가업승계’ 완성

 

이로 훈센은 1985년부터 38년간 집권한 총리직을 사임한다. 장남인 4성장군인 훈 마넷은 2023년 8월 22일 캄보디아 7대 총리직에 오른다.

 

훈센은 “새 총리와 정부의 일에 간섭하지 않겠다”며 “사르청 내무부 장관, 티반 국방부 장관, 멘 삼안 국회-상원 관계 및 감찰부 장관 등 부총리들이 헝 삼린 국회의장과 함께 퇴임할 것”이라고 언급해 훈 마넷 후계 작업을 강력 후원했다.

 

지난 1월 프놈펜에서 열린 ‘전국 총회’로 알려진 집권당 캄보디아인민당(CPP)의 임시 총회에서는 이미 “당은 훈센을 총리 후보로, 훈 마넷을 미래 총리 후보로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한 바 있다.

 

지난 7월 23일 열린 제7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CPP은 82%의 득표율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26일 국가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예비 결과 발표에 따르면 CPP가 전체 777만 표 중 82.3%인 거의 640만 표를 얻었다.

 

 

노로돔 차크라부스 왕자의 훈신뻣(FUNCINPEC) 당은 총 유효 표의 9.22%인 71만 6443 표를 얻었다. 전체 125석 중 CPP가 120석을 차지했고, 왕당파 훈신뻣당이 나머지 5석을 차지했다. 

 

훈센은 자신의 트위터에 “훈 마넷이 총리가 되면 평화를 지켜 국민의 발전과 평화를 보장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이에 수도 프놈펜의 선거구에서 당선된 장남 마넷은 “캄보디아 총리가 되면 훈센 총리의 말을 항상 기억할 것”이라고 답했다.

 

훈센 총리 재임 중 캄보디아는 중국의 막대한 투자와 인프라 프로젝트의 혜택을 받으며 중국과 급속히 우호관계를 맺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훈센 총리에게 총선 결과를 환영하는 개인적인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 해산과 선거 참여 금지 등 강력한 야당 총선 참여 봉쇄 후 승리

 

물론 이 승리는 경쟁할 만한 강력한 야당들의 총선 참여를 봉쇄한 이후 이뤄졌다. 이 때문에 비판론자들은 “야당의 탄압과 위협 덕분에 사실상 보장된 것으로 민주주의를 희화화시켰다”고 성토했다.

 

캄보디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5월 제1야당인 촛불당(CP)의 선거 참여를 금지했다. 선관위는 총선 직전 촛불당이 총선 참여에 필요한 서류를 누락했다고 밝혔지만, 이는 지난해 지방선거 때에는 요구되지 않았던 절차였다. 촛불당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22%를 득표한 유력 야당이다.

 

2017년 11월 제1야당 캄보디아구국당(CNRP)이 “외부 세력과 결탁해 정부 전복을 꾀했다”며 캄보디아구국당 해산 판결을 내렸다. 켐 소카 전 캄보디아구국당 대표는 올해 초 반역 혐의로 27년형을 선고받았다.

 

삼 랭시 전 캄보디아구국당 대표에게는 ‘선거 개입’ 혐의를 적용해 공직 출마를 25년 금지하고, 벌금 5000달러(약 632만원)를 부과한 바 있다. 촛불당은 구국당의 후신이다.

 

 

총선을 앞두고 캄보디아의 마지막 남은 독립 언론 중 하나인 ‘민주주의의 소리’는 올해 초 폐간당했다. 훈센 총리와 훈마넷을 공격하고 정부의 ‘존엄과 명성’을 해쳤다는 것이 이유였다.

 

한편 유엔 폴커 튀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는 성명을 내고 "반대세력인 촛불당을 배제해 캄보디아 국민들이 제대로 공정하게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제한됐다"고 비난했다.

 

훈 센 총리는?

 

캄푸치아공산당 무장 조직인 ‘크메르 루주’ 부대원 출신이다. 크메르 루주가 1975년 집권 뒤 과격한 공산독재 체제를 지향하면서 주민 수십만~수백만명이 학살 또는 기아로 목숨을 잃자, 크메르 루주에서 이탈한 그는 베트남으로 도망쳤다. 베트남군이 1978년 캄보디아를 침공하자 베트남군 지원으로 1985년부터 집권했고, 1997년에 친위 쿠데타를 통해서 장기 독재체제를 구축해왔다. 세계 최장기 집권한 지도자 중 하나가 되었다.

 

훈 마넷은?

 

훈센 총리의 장남 훈 마넷은 1999년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했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캄보디아군 부사령관 및 합참의장을 맡고 있다. 2018년 12월엔 집권 캄보디아인민당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중앙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선출돼 국제사회는 권력 승계 본격화를 예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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