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배양수 교수 “‘이것이 베트남이다’ 왜 또 출간했냐구요?”

‘베트남 문화의 즐거움’ 수정 보완...역사-문화-정치-경제 등 베트남 백과사전

 

배양수 부산외대 베트남어 교수는 유학 1세대로 한국 1호 베트남 유학생이다.

 

1988년 10월 19일, 88올림픽 폐막식에 처음 베트남을 찾았다. 그의 유학 기간은 한국과 베트남이 수교를 준비하고 있던 시기와 수교를 시작한 시점을 가로지른다.

 

그는 도이머이(Đổi mới: 1980년대 개혁개방 정책) 이후 1992년 9월부터 하노이사범대학교(베트남 어문학 석-박사)에서 유학을 했다. 1964년 한국 베트남 전쟁 파병, 1975년 북베트남의 베트남 통일 등 긴장관계였던 두 나라는 1992년 12월 22일 공식적인 수교를 맺었다.

 

이후 한국에서 베트남어 교수로 한국-베트남 수교 30주년을 맞아 2022년 두 나라 전문가가 모인 ‘현인그룹’ 멤버로 참여했다. 또한 현재 배양수 교수가 재직 중인 부산외대와 베트남의 두 대학교에서 함께 교육을 받고 졸업장을 취득한 양국의 학생 수가 500명을 넘었다.

 

그는 번역서 ‘시인, 강을 건너다’를 비롯한 베트남 관련 많은 저서도 펴냈다. 그리고 2018년 ‘베트남 문화의 즐거움’이란 책을 출간했다. 고등학생이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고, 정치-경제-사회-역사-문화-예술-종교 등을 망라했다.

 

순전히 “개인의 특정한 경험을 일반화하기보다 종합적으로 베트남과 베트남 사람들을 바라봐주기 위해서 출간했다. 한국과 정말 많이 닮은 베트남 역사와 문화에 대한 깊이 이해하기를 바란” 책이었다.

 

2024년 새해 벽두에는 이 ‘베트남 문화의 즐거움’를 수정-보완한 ‘이것이 베트남이다’를 출간했다. 아세안익스프레스가 배양수 교수에게 이 책의 재출판의 이유를 물었다.

 

 

■ “거의 20여 년 동안 조금씩 준비, 수정과 보완해 빚어낸 책”

 

Q. ‘이것이 베트남이다’란 책을 쓰게 된 계기는?

 

그동안 학교에서 강의하면서 대학생들에게 베트남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룬 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책을 쓰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은 단기간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거의 20여 년 동안 조금씩 준비했다. 부분적으로 썼던 글들을 모으고 수정하고 보완하여 만들었다.

 

Q. 책이 나온 이후의 느낌과 다시 발간한 이유는?

 

처음에는 일반인, 고등학생들도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만들려고, 사진을 많이 넣고 가독성을 높이려고 출처를 삭제한 형태로 만들었다. 그리고 내용을 축소하느라 어색한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서 많은 데이터가 현실과 맞지 않았다. 그래서 데이터를 업데이트하고, 출처를 다 밝히고 재출간했다. 큰 줄거리는 같지만 더 정교하게 다듬고, 빚어낸 책이라는 느낌이다. 다만 사진을 넣지 않아서 좀 딱딱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 “출간된 책들은 대부분 경제나 투자서, 객관적이 아닌 주관적인 면도 강해”

 

Q. 책을 펼치면 베트남의 각 분야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베트남 백과사전’을 지향했다고 했다. 그동안 출간된 다른 베트남 책들과 비해 강점을 소개해달라?

 

목차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책은 베트남 소개에는 국명-국기, 기후와 농산물, 그리고 종족-언어-교육제도, 명절-출산-장례, 의복과 음식, 종교와 예술, 역사, 국가, 경제, 한국과의 관계, 주요도시, 현대소설 등 정말 다양한 분야를 다루었다.

 

아마도 그런 의미에서 백과사전을 지향했다고 출판사에서 독자들에게 어필한 듯하다. 베트남 관련 책들은 대부분 경제나 투자에 관련된 책이 많다. 전문적인 역사서도 있다.

 

그리고 일반인이 읽을 수 있는 베트남을 소개하는 책 중에는 객관적이기보다 자신이 듣고 겪은 내용이 많다. 그 내용의 출처가 불분명한 경우도 있다. 이 책에서는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했다. 그래서 출처를 밝혔고, 내용도 쉬우면서도 편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Q. 저명한 어느 학자는 은퇴 전에 누구나 쉽게 읽을 입문서를 쓰고 싶다고 했다. 베트남 어린이 입문서 등 따로 계획은?

 

말이 입문서지 제대로 쓰려면 많은 공이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감히 그런 책을 쓰겠다고 약속할 수 없다. 어린이용으로 입문서도 쓸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 “1989년. 여기는 돈이 굴러다닌다는 모 회장 예언 현실화”

 

Q. 이 책은 “여기는 돈이 굴러다닌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말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좀 설명해달라.

 

 

이 말은 1989년 2월 하순 호찌민시 렉스호텔 커피숍에서 모그룹을 창업(당시는 명예회장)하신 분의 말이다. ‘내가 10년만 젊었더라면 여기서 제2의 00그룹을 창업하겠다’고 말씀하셨다.

 

당시의 나는 서른 살의 직장 생활 8개월 차 풋내기였다. 베트남어를 전공하고 베트남에서 베트남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지낸 지 몇 달이 지났지만, 내 눈에는 ‘돈’은 안보이고 ‘먼지’만 보였다.

 

나만 그렇게 본 것이 아니고, 동행한 몇몇 임원과 부장, 과장도 그렇게 보았다. 당시 그룹 법무팀이 베트남 투자 환경 조사차 와 있었고, 그룹 명예회장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호텔로 찾아와 간단하게 브리핑했다. 물론 그 내용은 베트남은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리스크가 많은 상황’이라고 보고했다였다.

 

그리고 지금은 1만여 개의 우리 기업이 진출했고, 20여만 명의 우리 국민이 베트남에서 활동하고 있다. 동남아 유학생의 90%가 베트남 학생이다. 20만 명이 넘는 베트남 사람들이 노동자로, 결혼이주자로, 사업으로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모 그룹 회장의 말은 현실이 되었다.

 

■ 베트남은 한국의 3대 교역 국가...진정한 동행자되기 위해 이 책 출간

 

Q. ‘전면적 전략적 동반자’로 양국의 관계가 더 가까워졌다. 어떻게 업그레이드해야 하나?

 

35년 전 먼지만 풀풀 날리던 땅, 에어컨도 없었던 떤선녓 공항...이제 베트남은 ‘극동의 진주’가 되었다.

 

저도 한-베트남 관계의 미래 발전 비전에 대한 민간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기 위해, 정치외교, 경제통상, 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양국 관계에 정통한 양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한-베트남 현인그룹’의 멤버로도 활동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에는 연 430만 명의 한국 관광객이 베트남을 찾았다. 베트남은 한국의 3대 교역 국가다. 이제는 경제적으로도 동행해야만 하는 중요한 파트너가 되었다.

 

이 ‘전면적 전략적 동반자’를 어떻게 하면 빠르게, 바르게 이해할 수 있을까? 우리는 우리의 필요만을 너무 생각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

 

진정한 동행자가 되기 위해서는 서로를 잘 이해해야 한다. 이해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원활한 소통이다. 소통에 필요한 것은 언어다.

 

그런데 모두가 상대방의 언어를 구사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직접 소통이 안 된다면, 간접 경험을 통해서 그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 이해를 돕는 배경지식을 축적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쓰게 되었다.

 

Q. 교수님은 내년이 정년퇴직이다. 올해 계획을 듣고 싶다?

 

내년에 은퇴하기 때문에 올해가 현직 마지막 해다. 지금 한-베번역학과 대학원생이 70여 명이다. 내가 은퇴하기 전에 가능한 많은 학생이 졸업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데 힘을 써야 할 것 같다.

 

그 학생 대부분이 베트남 유학생이라서 사실 한국어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도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Q. 예전에 인터뷰에서 베트남의 북쪽인 랑썬에서부터 남쪽 끝 까마우까지 종단하면서 각 지역의 대표적인 문학작품을 소개하고 싶은 글을 쓰고 싶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은퇴후 계획은?

 

은퇴 후에는 예전 밝힌 계획도 깊이 생각해봐야지만 지금은 음, 자유롭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할 생각이다(그는 예전 베트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하노이의 먼지까지 사랑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배양수 교수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베트남어과를 졸업하고, 하노이사범대학교 어문학과에서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베트남 문학작품인 『끼에우전』과 한국의 『춘향전』을 비교한 석사학위논문은 베트남 현지에서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하노이사범대학교 어문학과에서 100번째로 박사학위를 받은 자본주의권 출신의 외국인이라는 이례적인 기록도 가지고 있다.

 

1995년부터 부산외국어대학교 베트남어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베트남 문화의 즐거움 』, 『중고등학교 베트남어 교과서』, 등의 저서와 『시인 강을 건너다』, 『하얀 아오자이』, 『베트남 베트남 사람들』, 『정부음곡』, 『춘향전』 등의 번역서가 있다.

관련기사

포토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