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시의회 본회의장에서 벌어진 짧은 공방이 예상 밖의 진한 그림자를 남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선란 의원이 자유발언을 통해 ‘순천시 방문객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제안한 직후, 같은 당 김영진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하며 사실상 서 의원의 제안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 발단이었다. 자유발언은 원칙적으로 토론이나 즉석 검증의 대상이 아니지만, 김 의원의 발언은 그 경계를 흐렸다는 점에서 의회 안팎에서 논란을 불러왔다.
지난 11월 25일 열린 순천시의회 본회의에서 서선란 의원은 “도시가 살아나려면 걷고 머무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순천을 ‘차 없이 여행하는 도시’로 전환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독일의 9유로 티켓, 룩셈부르크의 무상교통, 경북 청송군의 전면 무료버스 등 국내외 사례를 거론하며, 이동비 부담을 낮추는 것이 원도심 활성화와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데 실질적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청송군의 경우 무료예산 대비 10배를 이상의 경제효과가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데이터와 사례를 결합한 정책 수준의 제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서 의원의 자유발언이 끝나자마자 김영진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했다. 강형구 의장은 “질의 답변은 안 되지만 의사(회의) 진행 발언은 가능하다”며 발언을 허용했다. 서 의원의 자유발언 내용을 문제삼지 말고 절차적 사안에 한정하라는 의미로 풀이됐다.
김영진 의원도 서 의원의 제안 내용에 대해 “토를 달지 않겠다”고 하면서, 의장과 의회사무국(의사팀)이 사전에 타당성 검토를 했어야 한다며 절차를 문제 삼는 듯했다.
그러나, 토를 달지 않겠다던 김영진 의원은 “55억 원의 예산이 근거 있는지”, “관광객 수요가 충분한지”, “시민 반발 가능성은 없는지”를 언급하면서 사실상 제안 내용 자체에 대한 반박도 함께 내놓았다. 형식은 의사진행발언이었지만 실제로는 서 의원의 정책 제안을 공개적으로 평가·비판한 셈이었다.
강형구 의장은 “자유발언은 공론화를 위한 것으로, 가능하면 발언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면서도 “전체가 아니더라도 자유발언 맥락 정도는 사전에 줬으면 좋겠다”며 서 위원의 자유발언 사전 신청 절차에 아쉬움을 표했다. 그러나 정작 김영진 의원의 의사진행발언이 절차 범위를 넘어서 내용 반박으로 이어진 점에 대해서는 별도의 제재나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 자유발언 직후 즉각적 반박을 허용한 것은 동료 의원의 발언권 존중과 의원의 자유로운 의견 표명을 보장하는 자유발언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틀 뒤인 27일, 서 의원은 다시 본회의장에 섰다. “자유발언은 사전 타당성 심사나 승인 절차를 전제하지 않는다”, “순천시의회 회의규칙 제28조 어디에도 예산, 관광객 규모, 언론 반응, 의사팀 사전 검토 등이 발언 허가 조건이 된다는 내용은 없다”고 밝히며 김영진 의원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한 “사전에 검토받고 허락을 받으라는 요구는 규칙을 넘어선 개인적 요구일 뿐”이라며, 자유발언 신청서의 ‘취지’는 발언의 목적을 간략히 밝히는 절차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서 의원은 “순천시 현안에 대해서”라고 적은 것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었지만, 강 의장은 ‘취지’의 사전적 정의를 언급하며 최소한 핵심주제는 밝혀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의장은 김영진 의원이 발언요지를 미리 통지하지 않은 것은 문제삼지 않았다. ‘요지’의 사전적 정의는 ‘말이나 글 따위의 핵심이 되는 중요한 내용’으로 취지와 유사한 의미다. 회의규칙 22조에는 ‘의사 진행에 대한 발언은 발언요지를 의장에게 미리 통지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규정에 따르자면 김영진 의원 역시 의사진행발언의 핵심 내용을 미리 알려야 했던 셈이다.
서 의원은 자유발언이 의원 개인의 소신과 지역민의 목소리를 직접 본회의장에 올릴 수 있도록 보호된 장치임을 강조했다. 시정질문이나 안건심의와 달리 자유발언은 질의와 토론을 할 수 없으며, “자유발언 직후 특정 의원이 이를 검증·평가하는 방식의 발언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발언 내용의 적정성을 사전에 판단할 권한은 의장에게도, 동료 의원에게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강형구 의장은 자유발언 허가권이 의장에게 있지만, 자신이 자유발언을 불허한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순천시의회 회의록을 확인한 결과, 김영진 의원은 올해 시정질문이나 자유발언, 조례안 발의를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서선란 의원은 시정질문과 자유발언을 각각 한 차례씩, 조례안 발의 두 차례로 활발한 의정활동 기록을 남겼다. 이에 대해 한 의원은 김영진 의원의 발언이 단순 절차 지적을 넘어 정치적 견제에 가까웠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내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