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애월읍 어음리. 돌담을 타고 흐르는 바람이 어음(於音, 소리가 머무는 곳)이라는 이름을 천천히 풀어내듯 마을을 스친다. 자동차 소리도 사람의 말소리도 이곳에서는 묘하게 느려지고, 오래된 시간의 입자가 공기 중에 떠 있는 듯하다. 그 중심에는 350년 동안 묵묵히 그늘을 드리운 팽나무가 있다. 그리고 그 그늘 아래 자리한 어음리사진관. 이름만 보면 단순한 스튜디오 같지만, 실은 마을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필름처럼 시간과 관계를 기록해온 살아 있는 아카이브다. 사진관의 셔터 소리는 이 마을의 숨결과 사계절의 온도를 한 겹 한 겹 되살리는 작은 의식처럼 들린다. 팽나무 아래 삼대가 둘러앉아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은 마치 옛 제주 이야기책 속에서 막 걸어나온 삽화 같다. 저마다의 나이를 품은 손마디, 햇살이 부서지듯 반짝이는 아이의 눈, 그리고 바람결에 흔들리는 억새의 은빛과 청보리의 생동감이 한 화면에서 스며들며 어음리 고유의 색을 만든다. SNS에서 “꽃말이 ‘고귀함’인 팽나무 아래서 진짜 고귀한 순간을 남겼다”는 후기가 쏟아지는 것도 놀랍지 않다. 수백 년의 시간을 품은 그늘 아래에서 찍힌 사진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삶의 한 조각을 기념하는 작은 의례
정부가 ‘K-배터리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한 이후, 전라남도는 광양만권을 한국 배터리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만들기 위한 대응 전략을 서둘러 가동하고 있다. 도 관계자들은 이번 공모가 단순히 산업단지 하나를 유치하는 수준이 아니라, 향후 10년 한국 제조업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국가 전략 경쟁”이라고 표현한다. 정부가 밝힌 ‘배터리 삼각벨트’ 구상은 호남·영남·충청을 하나의 공급망 축으로 묶는 구조이며, 이 가운데 호남은 니켈·리튬 같은 핵심광물과 양극재 중심의 ‘원료 거점’으로 육성될 예정이다. 일본과 유럽이 자국 중심의 배터리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고, 미국이 IRA를 통해 북미산 핵심광물 의존도를 강화하는 가운데 대한민국 역시 원료 확보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셈이다. 광양만권은 이미 니켈·리튬 정제, 전구체 생산, 항만 기반 원료 운송이라는 세 요소가 자연스럽게 모여 있는 드문 지역이다. 특히 광양항은 리튬·니켈과 같은 대량 원료를 안정적으로 들여올 수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거점이며, 인근 산업단지는 전력·용수·폐수처리 등 배터리 원료 산업에 필수적인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전남도는 이러한 지리적·산업적 조건을 바탕으로 광양만을 ‘원료–전
순천시의회 본회의장에서 벌어진 짧은 공방이 예상 밖의 진한 그림자를 남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선란 의원이 자유발언을 통해 ‘순천시 방문객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제안한 직후, 같은 당 김영진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하며 사실상 서 의원의 제안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 발단이었다. 자유발언은 원칙적으로 토론이나 즉석 검증의 대상이 아니지만, 김 의원의 발언은 그 경계를 흐렸다는 점에서 의회 안팎에서 논란을 불러왔다. 지난 11월 25일 열린 순천시의회 본회의에서 서선란 의원은 “도시가 살아나려면 걷고 머무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순천을 ‘차 없이 여행하는 도시’로 전환할 필요성을 역설했다. 독일의 9유로 티켓, 룩셈부르크의 무상교통, 경북 청송군의 전면 무료버스 등 국내외 사례를 거론하며, 이동비 부담을 낮추는 것이 원도심 활성화와 도시경쟁력을 높이는 데 실질적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청송군의 경우 무료예산 대비 10배를 이상의 경제효과가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데이터와 사례를 결합한 정책 수준의 제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의사진행발언을 넘어선 김영진 의원 서 의원의 자유발언이 끝나자마자 김영진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요청했다. 강형구 의장은
올해 순천만국가정원을 찾는 방문객은 5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순천은 아직도 “차 없이 돌아보기 어려운 도시”라는 인식이 강하다. 서선란 의원은 25일 순천시의회 본회의 자유발언에서 “순천이 선언한 대자보(대중교통,자전거,도보) 도시가 실제로 시민과 관광객이 걷고 머무를 수 있는 도시로 되려면, 결국 이동비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자보 도시가 완성되기 위해선 순천에서는 차 없이도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실제 경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순천을 찾는 방문객 수는 늘었지만 머무는 시간은 늘지 않고, 소비는 특정 구역에 한정됐다. 중앙동과 매곡동 같은 원도심 상권은 여전히 침체의 골짜기에 남아 있다. 도시의 흥행과 상권의 회복이 따로 노는 아이러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시 안에서의 ‘이동’이라는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서 의원의 진단이다. 서선란 의원이 제안한 정책은 단순하면서도 파격적이다. 순천을 찾는 관광객이라면 누구나 시내버스를 무료로 이용하고, 공영자전거 역시 자유롭게 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버스와 자전거가 연결되어 도시 안을 자연스럽게 순환하도록 만들고, 자동차 중심의 이동 패턴을 바꾸겠다는 시도다. 국가정
내년 6월 전남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주철현 의원(여수갑)이 제기한 ‘동부권 소외론’에 신정훈 의원(나주화순)이 “갈라치기 선동”이라며 강하게 반박하면서 지역 정치권을 흔들고 있다. 여수·순천·광양 등 동부권의 오랜 박탈감을 전면에 내세운 주철현 의원의 발언은, 전남 전역이 인구 감소와 산업 구조 변화라는 공통의 위기 상황 속에서 동부권 정서를 자극한 “새로운 지역주의”라는 역풍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논란의 본질은 단순히 ‘동부권 소외론’의 타당성에 있지 않다. 이 논쟁은 전남의 균형통합발전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방식으로 실현할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동부권 정서와 신정훈의 선택 “우리는 늘 뒷전이었다” “도정은 멀어졌고, 산업은 늙어갔다” 순천과 여수, 광양 시민들이 느껴온 정서다. 주철현 의원이 제기한 ‘동부권 소외론’은 바로 그 정서 위에 놓여 있다. 전남 도지사 선거를 앞두고 이 정서는 눈에 보이는 정치적 자산처럼 보였다. 주철현 의원은 9월 전남지사 출마 선언 직후 “24년째 서부권 도지사라서 동부권이 많이 침해되고 있다”고 말했다. 19일엔 "김영록 도지사의 서부권 중심의 정책 제안은 전남의
무안의 들녘을 오래전부터 지켜본 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버섯과 양파를 재배하던 농부였고, 식당과 리조트를 경영하는 사업가였으며, 지역 언론의 펜을 잡았던 글쓴이였다. 그리고 이제 그는 다시 한 번 무안의 미래를 설계하며 주민들 앞에 나선다. 오는 22일, 최옥수 전 무안군산림조합장은 무안승달예술회관에서 자신의 신간 『시작하면 답이 있다!』를 발표한다. 출판기념회이자, 동시에 2026년 지방선거 군수 재도전을 사실상 선언하는 무대다. 최옥수는 무안에서 태어나 단 한 번도 고향을 떠나지 않았다. 목포과학대 사회복지 전공, 호남대 관광경영 학위, 그리고 농장과 리조트를 운영한 다채로운 경험은 그가 말하는 “현장의 정치, 손으로 만지는 지역경제”의 배경이 됐다. 산림조합장 재직 시절 최옥수는 ‘복지조합’이라는 실험적 모델을 도입했다. 행정과 지역경제의 경계를 넘는 도전이었고, 지역사회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장애가 있는 가족을 돌보면서도 장애인협회 후원회 사무국장, 한국농수산대 교수, 민주당 무안혁신회의 상임대표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았다. 이 모든 경험이 그를 지역사회에서 “실행형 리더”, 혹은 주민들 표현대로 “변화를 설계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지난 13일, 순천대 인근의 한 카페. 늦가을 기온만큼이나 묵직한 고민을 안고 지역 주민과 지역의원이 한자리에 모였다. 떠나는 상가, 줄어드는 유동인구, 공공행정과 생활현장의 간극…. 오랫동안 ‘원도심’이라는 이름 아래 덮여 있던 문제들이 테이블 위로 하나씩 올라왔다. 이날 모임에서 ‘순천원도심상생협의회’가 출범했다. 대표는 서선란 순천시의원, 회장으로는 위충성 휘트니스업 대표가 뽑혔다. 카페 사장, 자영업자, 주민자치 관계자 등 현장에서 생계를 책임지는 생활 주민 10여 명이 함께 자리했다. 주민들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절실했다. “세를 내놓고 떠나는 사람을 볼 때마다 가슴이 쓰립니다. 더 이상 생활이자 생존 터전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2천억원 넘게 투자했다는데, 주민들이 체감하는 변화가 없습니다.” “중앙시장 매입도 말만 오가다 흐지부지. 이제는 말보다 확실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참석자들의 발언은 원도심 문제의 핵심이 예산이나 사업 계획이 아니라 주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생활 변화’가 절실하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켰다. 협의회 대표를 맡게 된 서선란 의원은 주민들의 말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주민들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소통하면서
순천만국가정원이 오는 11월 말부터 겨울 시즌 대표 프로그램인 ‘산타가든(Santa Garden)’을 선보인다. 호수정원, 낙우송길, 두다하우스, 시크릿어드벤처, 미국정원 등 주요 동선을 중심으로 대규모 조명과 크리스마스 오브제들이 배치되며, 정원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크리스마스 마을로 변신한다. 특히 올해는 기존처럼 일부 포토존에 연출을 집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국가정원 전역을 ‘겨울동화정원’으로 구현하는 것이 핵심 변화다. 자연의 지형과 숲길, 호수 풍경을 조명·트리·음악과 결합해 도심형 일루미네이션과 차별화된 ‘자연 기반 크리스마스 정원’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해외 주요 가든·파크들이 계절 콘텐츠로 브랜드화를 강화하는 흐름과도 닮아 있다.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인 순천만국가정원은 세계 12개국의 정원을 테마로 구성한 ‘세계정원’을 통해 각국의 문화·상징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확장해 왔다. 단순히 경관을 감상하는 공간을 넘어, 문화 체험형 정원의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10월에는 프랑스정원에서 ‘가든 투 테이블(Garden to Table)’을 열어 프랑스 식문화와 정원 체험을 결합했고, 멕시코정원에서
승주군이 순천시와 통합된 1995년 외서면의 인구는 2095명이었다. 올해 10월 현재 인구는 737명으로 57% 감소했다. 도농 통합으로 인구가 절반 이상 감소한 지역은 외서면과 승주읍, 황전면, 주암면, 송광면 등 11개 읍면 가운데 5개나 됐다. 이 중 2천명 이하로 인구가 감소한 지역은 외서면과 송광면(1329명), 월등면(1599명) 3곳이다. 해룡면과 서면을 제외한 순천시의 9개 읍면은 도농통합당시에 비해 인구가 47% 줄었지만 정부 지정 ‘인구감소지역’에 포함되지 않아 지방소멸기금을 받지 못했다. 지방소멸기금뿐 아니라 인구감소지역에 대한 각종 행정 특례인 특별교부세, 지역사랑상품권제도, 지방세 감면 차등화 혜택에서도 배제됐다. 정부는 내년부터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점차 인구소멸위험지역 전체로 확대할 예정이다. 시범사업에 선정된 군은 전남 신안군 등 7개 군이다. 선정된 군의 농어촌 주민에게는 2027년까지 2년간 월 15만원 상당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한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 열악한 여건하에서도 지역 지킴이 역할을 해온 지역 주민에 대한 보상이자, 소비지출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는 농어촌기본소득 시범사업
여론조사 시점을 SNS로 미리 알리고 지지층에게 자신을 선택해달라고 요청하는 행위는 ‘여론조사 왜곡’에 해당할까? 최근 순천의 한 지역 언론은 순천시장 예비후보 중 한 명이 KBC광주방송의 여론조사 실시 시점을 사전에 SNS를 통해 알리고, 자신을 선택해달라고 독려한 행위를 문제 삼으며 “여론조사 왜곡 및 혐의에 휘말렸다”고 보도했다. 핵심 쟁점은 예비후보의 행위가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조작했는지 여부다. 공직선거법 제96조 제1항은 “누구든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하여 공표 또는 보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여론조사 결과 왜곡·조작’이란 조사 결과를 인위적으로 변경하거나, 진행 중인 여론조사를 조작해 잘못된 결과를 만들어내는 행위라고 설명한다. 선관위 관계자는 “방송사 등 여론조사 기관이 조사를 실시하기 전에 예비후보자에게 전화해 직함 사용 여부를 묻는 과정에서 조사 시점을 알리는 경우도 있다”며 “예비후보자가 이를 알고 SNS를 통해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홍보하는 것은 법적으로 가능한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서류상 입주기업만 있고, 실제로는 불이 꺼져 있습니다. 시민 세금이 들어가는데 이렇게 관리하면 또 ‘먹튀’가 나옵니다.” 서선란 순천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향·매곡·삼산·저전·중앙)은 지난 10월 30일 시정질문에서 순천시의 애니메이션 클러스터 조성사업의 실태를 정조준했다. 서 의원은 “자료와 현장이 다르다”며 직접 촬영한 사진과 표를 제시하며, 시가 보고한 ‘입주 완료 기업’과 실제 가동률의 괴리를 구체적으로 드러냈다. 서 의원에 따르면, 순천시는 원도심의 공실을 리모델링해 21곳이 입주 완료됐다고 밝혔지만, 실제 가동 중인 곳은 14곳 안팎에 불과했다. 일부 건물은 1·2층이 모두 비어 있음에도 ‘입주 완료’로 처리됐다. 서 의원은 “1년에 3억 원이 넘는 임대료가 예산에서 지출되고 있다”며 “이런 식이면 시민이 체감하지 못하는 ‘서류 행정’에 그칠 뿐”이라고 비판했다. 논의는 순천만국가정원 습지센터 내 방송국 입주 문제로 이어졌다. 서 의원은 “국가정원은 시민 모두의 공간이다. 도시관리계획까지 바꿔가며 공원 부지에 스튜디오를 짓겠다는 건 1호 국가정원의 품격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근에는 유휴 부지도 많은데 왜 굳이 공원 안을 택했는지
순천시산림조합이 높은 부실채권비율과 당기순손실 급증, 부실대출 발생으로 경영 부실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아세안익스프레스가 순천시산림조합 2025년 상반기 경영자료를 분석한 결과, 고정이하여신은 지난해 12월 132억원에서 194억원으로 47%나 급증했다. 이로 따라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중요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도 10.02%에서 15.12%로 상승했고, 순고정이하여신비율도 12.26%에 달했다. 이는 전남·광주 22개 산림조합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로, 지역 평균치인 4.49%를 크게 웃돈다. 고정이하여신은 전체 대출 중 3개월 이상 연체되어 원금이나 이자를 받지 못한 부실채권을 말한다. 새마을금고의 경우 이 비율이 9%를 넘으면 최하위 등급인 5등급(위험)으로 분류되어 자산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본다. 순고정이하여신비율은 고정이하여신에서 대손충당금 등 손실흡수 가능 자산을 차감한 뒤 산출한 비율이다. 또 다른 자산건전성 지표인 연체대출비율도 8.03%로 전남·광주 평균 5.12%보다 높았다. 장흥, 해남, 나주, 광주에 이어 다섯째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지난 2월에는 31억원의 부실대출이 발생한 것으로 공시됐다. 대손충당금 역시 2023년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