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정부가 무상할당한 온실가스 배출권, 기업들 8,500억 수익 올렸다.

발전사 배출권 구매비용 2조 원
전기료 상승으로 이어져

 

기업들이 정부가 무상할당한 ‘온실가스 배출권’을 팔아 8,500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온실가스 배출권 매각액 및 매수액 통계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시작된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산업 부문이 판매한 배출권은 3,800만t에 달했으며 배출권 가격으로 환산하면 대략 8,500억 원이다.

 

계획기간별로 제1차(2015~2017년) 평균 톤당 약 2만 원, 제2차(2018~2020년) 약 25,000원, 3차(2021~2025년) 약 23,000원을 적용해 구한 액수다. 기간별 배출권 평균가는 환경부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의 운영결과보고서 및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를 참고했다.

 

배출권 거래제에는 제조기업 중심의 산업 부문 외에도 전환(발전), 수송, 폐기물, 건물 등 여러 부문이 참여하지만 지난 7년간 배출권 판매수익이 구매비용을 상회한 건 산업 부문의 450여 개 기업이 유일하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할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쓰레기 종량제처럼, 온실가스를 배출권이라는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리도록 한 것으로 봉툿값이 비싸면 기업은 온실가스를 줄여 비용을 절감하게 되며 온실가스를 많이 감축한 덕분에 쓰레기봉투가 남는다면 이를 팔아 수익을 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산업 부문의 수익은 사실상 정부로부터 공짜로 받은 배출권을 판매한 결과다.

 

1차 계획기간에는 기업에 필요한 배출권을 100% 무상으로 할당했고, 2차와 3차는 무상 할당 비율이 각각 97%와 90%였다. 제도 시행으로 산업경쟁력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기업들 우려를 반영한 조치다.

 

하지만 이는 ‘쓰레기봉투’가 남아도는 상황을 초래한 것으로 포스코의 경우 2022년 받은 무상 배출권이 7,715만t으로 온실가스 배출량(7,019만t)을 넘어섰다.

 

포스코에서 무상 배출권 할당량이 실제 배출량을 넘어선 해는 2017년 이래 세 번이나 된다. 탄소 배출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다만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배출량 감소를 위해 저탄소 연원료 사용 증대, 에너지효율 개선, 혁신감축기술 개발 등에 연평균 4,000억 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고 해명한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제도의 온실가스 감축 유도 효과는 부족한 상황이다.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산업 부문 배출량은 제도가 시작된 이듬해인 2016년(5,350만t)부터 2021년(5,100만 t)까지 줄곧 큰 변화가 없었다.

 

2017년엔 5,650만t으로 증가했고 2015~2019년 온실가스 감축 실적 역시 배출권 사전 할당량의 0.5%를 넘지 못했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판매한 무상배출권은 어디로 갔을까? 이 부분은 대부분 발전공기업으로 흘러들어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전환 부문 배출권 매수량은 9,000만t, 매수 비용은 2조 900억 원이나 됐다. 한국전력 산하 5개 발전자회사가 2021년 한 해에만 쓴 구매 비용만 5,860억 원에 달하며 석탄화력발전으로 막대한 온실가스를 뿜은 뒤 배출권 부족분을 충당한 것이다.

 

문제는 배출권 구매 비용의 80%가량을 한전에서 정산받고 있다는 것으로 전기료 인상의 간접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배출권이 시장에 과잉 공급된 탓에 최근 배출권 가격은 헐값이 됐다.

 

지난 7월에는 톤당 7,020원으로 하락했는데 정부의 배출권 매각 수익으로 조성되는 기후대응기금에도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는 올해 기후대응기금 배출권 매각 수익 예산을 당초 7,300억 원에서 4,000억 원 규모로 축소해 시장 상황을 반영했다.

 

배출권 확보를 무상 할당에 의존하는 구조 탓에 정부의 기후위기 시스템 전체가 부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장혜영 의원은 “현행 배출권 거래제는 사실상 산업계의 쌈짓돈으로 전락했다”며 “배출권 유상 할당량을 대폭 늘려 기업에 온실가스 감축 시그널을 주고 배출권 가격을 정상화해 기후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포토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