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어느 오후, 딜리의 한 식당. 옆자리 끝에 무심코 놓여 있던 작은 브로셔 하나가 필자의 시선을 잡았다. 표지에 박힌 글자는 단 한 줄이었다. “왜 쿠바의 의료서비스가 강한가?” 발행은 라오 하무툭(La'o Hamutuk). 테툼어로 ‘함께 걷는다’는 뜻을 가진 이 작은 싱크탱크는, 정부와 국제기구의 개발 사업을 가장 매섭게 감시하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런 NGO(비정부 기구, nongovernmental organization)가 ‘사회주의 섬나라의 의료를 왜 강한가’라고 묻고 있었다. 식당 천장 선풍기가 한 박자 늦게 도는 소리를 들으며, 표지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본 기억이 있다. 이 질문의 답을 만나려면, 딜리에서 차로 다섯 시간 떨어진 산 너머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이야기는 2003년 2월의 쿠알라룸푸르에서 시작된다. 비동맹정상회의(NAM)의 한 조용한 회담장에서 사나나 구스마오 대통령과 피델 카스트로의 사절이 마주 앉아 의료 협력의 큰 틀을 합의했다. 그 합의의 결과가 동티모르 산골 마을에 도착한 것은 이듬해 봄이었다. 2004년 4월, 에르메라의 한 마을. 가까운 보건소까지 걸어서 한나절이 걸리던 그곳에 흰 가운을 입은 낯선
소프트 파워(soft power)는 정보과학이나 문화-예술 등이 행사하는 영향력을 가리키는 말이다. 하버드대학교 케네디 스쿨의 조지프 나이(Joseph S. Nye)가 처음 썼다. 강제력보다는 매력을 통해, 명령이 아닌 자발적 동의에 의해 얻어지는 능력을 말한다. 군사력이나 경제제재 등 물리적으로 표현되는 힘인 하드 파워(hard power)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공공외교(Public Diplomacy)는 외국 국민들과의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한국의 역사, 전통, 문화, 예술, 가치, 정책, 비전 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하고 신뢰를 확보함으로써 외교관계를 증진시키는 일을 일컫는다. 4월 26일 줌(ZOOM)으로 열린 아세안미래포럼 세미나에서는 배기현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가 ‘소프트파워와 공공외교’에 대해 발표했다. 소프트파워는 공공외교에서 어떻게 영향력을 끼칠까? 새 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아세안 국가와의 관계 설정과 공공외교를 할 수 있는지, 한국의 국가이미지와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문제에 대해 주제를 다뤘다. ■ 정권교체시기 대 동남아 문화 외교 전략은? 배기현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는 “소프트파워는 힘의 부드러움 측면을 강조하면서 문화나 브랜드의 말랑말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