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에도 ASEAN 정상회의가 의장국 필리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한국 대통령도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아세안 의장국은 매년 초, 그해 의장국으로서 중점적으로 추진할 우선 과제를 제시한다. 의장국의 문제의식과 언어는 한 해 동안 아세안을 바라보는 중요한 기준점이 된다. 지난 2월 6일, 필리핀 외교장관 마리아 테레사 P. 라자로는 싱가포르의 동남아연구소(ISEAS) 강연을 통해 2026년 아세안 의장국으로서의 구상을 공유했다. 전체적인 인상만 보면 새로울 것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연설은 올 한 해 아세안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하나의 나침반이라는 점에서 차분히 짚어볼 가치가 있다. 이 글에서는 필리핀 외교장관 연설의 핵심을 정리하고, 여기에 담긴 한국 외교에 대한 함의를 덧붙이고자 한다. 2026년 아세안 의장국을 맡는 필리핀은 결코 편안한 시기에 키를 잡지 않는다. 미·중 전략 경쟁의 장기화,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전쟁, 글로벌 공급망 재편, 기후 위기와 기술 혁명까지, 오늘의 국제 환경은 불확실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일상화된 상태다. 라자로 장관이 현 세계를 ‘3U—격변(Upheaval), 불확실성(Uncertainty), 예측 불가능성(Unp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과 아세안의 관계를 한층 더 발전시키기 위해 신남방정책을 선언했다. 신남방정책이 주로 아세안과의 관계발전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 개인의 관심과 열정에서 비롯된 만큼, 2022년 5월에 종료되는 그의 임기 이후에도 정책이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올해 한-아세안 협력관계 가속화를 위해 세워졌던 계획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부분 중단된 상태다. 설령 백신이 개발된다 해도, 전세계 사람들에게 제공할 만큼의 분량을 확보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전세계 수십억 명 분의 백신을 생산하고 배포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몇 개월 안에 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2022년까지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여러 제약을 감수하며 살아갈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코로나19의 세상에서 한-아세안 관계를 생각해 본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이 적절할 것이다. 과연 한국의 신남방정책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지속될 것인가? 물론 아세안의 입장에서는 신남방정책이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되기를 바란다. 아세안으로서는 대한민국의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었든, 코로나 19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를 막론하고 신남방정책이 유지되기를 바랄 것이다. 아세안은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