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인의 아세안ABC 14] ‘세계화’의 중심항로 ‘아세안’
세계화는 끝났는가. 미중 경쟁과 공급망 재편의 시대를 바라보며 흔히 던지는 질문이다. 그러나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수석이코노미스트였던 닐 시어링(Neil Shearing)이 그의 책 The ‘분열의 시대’(Fractured Age)에서 강조하듯, 지금의 변화는 세계화의 종말이 아니라 형태의 변화다. 세계화는 멈춘 적이 없다. 다만 방향과 구조가 달라질 뿐이다. 세계화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기원전 수메르와 인더스 문명 사이의 교역, 한나라 시대의 실크로드, 향신료를 따라 움직인 인도양 네트워크는 모두 초기 세계화였다. 상인과 승려, 병사와 질병이 함께 이동하며 기술과 사상, 종교가 퍼졌다. 동남아는 이 흐름의 중심이었다. 말라카 해협과 자바해, 메콩과 차오프라야 강을 따라 인도·중국·이슬람 문명이 교차하며 앙코르와 보로부두르 같은 혼종 문명을 낳았다. 근대의 세계화는 15세기 말 대항해시대 이후 본격화된다. 유럽과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를 잇는 삼각무역, 마닐라 갈레온 무역,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영국과 프랑스의 동남아 진출은 세계경제를 하나의 체계로 묶었다. 향신료와 은, 노예와 면직물의 이동은 동남아를 다시 세계 교역의 중심으로 만들었다. 현대 세계화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