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10월 19일 저녁, 우리 일행은 사이공 시내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거리인 동커이 거리로 향했다. 전쟁의 흔적과 식민지 시대의 건축 그리고 막 열리기 시작한 개방의 기운이 뒤섞여 있던 그 거리 끝에 ‘맥심(Maxim)’이라 불리던 레스토랑이 있었다. 지금의 호찌민시 1군을 떠올리면 화려한 도시 이미지가 먼저 연상되지만, 당시만 해도 동커이는 아직 과거와 현재가 조심스럽게 겹치는 공간이었다. 그날 우리는 송용등(호주 교포, 로바나 대표) 씨를 따라 맥심으로 들어섰다. 그는 익숙한 걸음으로 앞장섰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 뒤를 따랐다. 그런데 입장하자마자 예상치 못한 장면이 펼쳐졌다. 무대 위에서 연주를 이끌던 밴드 마스터가 송용등 씨를 알아보더니, 지휘를 멈추고는 객석을 향해 몸을 굽혀 정중하게 인사를 한 것이다. 그것은 의례적인 서비스 차원의 인사가 아니었다. 분명히 ‘아는 사람’을 향한, 그리고 존중이 담긴 반응이었다. 이윽고 연주가 다시 시작되었다. 첫 곡은 ‘아리랑’이었다. 이국의 밤, 베트남의 심장부에서 울려 퍼진 아리랑의 선율은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이어서 당시 한국에서 유행하던 가요들이 연주되었다. 조용필의 노래가 흘러나왔
베트남을 소개하는 국제 홍보물이나 관광 안내서 또는 베트남을 배경으로 한 영상과 광고에서 연꽃은 거의 빠지지 않는 상징물이다. 그 때문에 많은 사람이 “베트남의 국화는 연꽃이다”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 통념은 사실과 다르다. 베트남 정부는 역사적으로 단 한 번도 특정 꽃을 ‘국화(國花)’로 법적-제도적으로 지정한 적이 없다. 즉, 연꽃은 ‘정부가 공표한 국화’가 아니라, 국민적 인식 속에서 형성된 문화적-정서적 국화이다. 오히려 베트남은 국화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진행한 적은 있으나, 최종 지정은 이루어지지 않은 유례가 있는 국가다. 그렇다면 왜 베트남 사람들은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연꽃을 “우리나라의 꽃”으로 여길 만큼 강한 애정을 보일까? 여기에는 역사-종교-문학-예술-생활 문화-국가 이미지 전략이 서로 맞물려 만들어낸 총체적 요인이 작동한다. 연꽃은 법적 국화가 아니지만, 베트남 사회의 상징 체계 안에서 이미 국화에 준하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 법률적 차원의 ‘부재’가 연꽃의 상징성을 약화하지 않은 이유 우선, 베트남 정부는 법률이나 결정문 등 어느 공식 문서에서도 특정 꽃을 국화로 지정한 적이 없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아세안(ASEAN)은 동남아 10개국을 가리키는 말이다. 구성원은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대륙의 5개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브루나이 등 해양국 5개국이다. 최근 한국과 관련에서 가장 큰 나라가 베트남이다. 삼성전자 등 한국 글로벌이 진출하고, 교민도 급속히 늘어나고, 한국 유학생 중 중국에 이어 가장 큰 나라가 베트남이다. 한국관광객이 가장 찾는 동남아 국가도 베트남이다. 이렇게 급속히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아세안익스프레스가 생활 속에서 찾아보는 베트남의 언어, 습속, 그리고 문화 등을 조명하는 연재를 시작한다. 부산외대 교수로서, 그리고 베트남 1호 한국유학생이자 1호 박사인 배양수 교수의 베트남 시공간 여행을 동반할 수 있다. [편집자] ■ “법적으로 높았던 여성의 지위”라는 통념 베트남 봉건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를 논할 때 자주 등장하는 문장은 “베트남 여성의 지위는 동아시아 유교 사회 중 비교적 높았다”라는 평가다. 이 주장의 근거는 주로 15세기 레 왕조(黎朝) 시기에 제정된 홍득법(洪德法), 공식 명칭은 국조형률(國朝刑律, Quốc triều hình luật)에 있다. 이 법전은 여성에게 상속권과 재산
아세안(ASEAN)은 동남아 10개국을 가리키는 말이다. 구성원은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대륙의 5개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브루나이 등 해양국 5개국이다. 최근 한국과 관련에서 가장 큰 나라가 베트남이다. 삼성전자 등 한국 글로벌이 진출하고, 교민도 급속히 늘어나고, 한국 유학생 중 중국에 이어 가장 큰 나라가 베트남이다. 한국관광객이 가장 찾는 동남아 국가도 베트남이다. 이렇게 급속히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아세안익스프레스가 생활 속에서 찾아보는 베트남의 언어, 습속, 그리고 문화 등을 조명하는 연재를 시작한다. 부산외대 교수로서, 그리고 베트남 1호 한국유학생이자 1호 박사인 배양수 교수의 베트남 시공간 여행을 동반할 수 있다. [편집자] --------------------------------- “베트남에는 아직 모계사회의 전통이 남아 있다.” 베트남을 소개하는 여행 책자나 교양서, 인터넷 칼럼에서 가끔 이런 문장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여기에 신화 속 ‘민족의 어머니’ 이야기, 중부고원 지역 소수 종족의 독특한 결혼 풍습, 가족 안에서 강한 어머니의 존재감 같은 이미지가 더해지면서, “베트남은 원래 모계
아세안(ASEAN)은 동남아 10개국을 가리키는 말이다. 구성원은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대륙의 5개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브루나이 등 해양국 5개국이다. 최근 한국과 관련에서 가장 큰 나라가 베트남이다. 삼성전자 등 한국 글로벌이 진출하고, 교민도 급속히 늘어나고, 한국 유학생 중 중국에 이어 가장 큰 나라가 베트남이다. 한국관광객이 가장 찾는 동남아 국가도 베트남이다. 이렇게 급속히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아세안익스프레스가 생활 속에서 찾아보는 베트남의 언어, 습속, 그리고 문화 등을 조명하는 연재를 시작한다. 부산외대 교수로서, 그리고 베트남 1호 한국유학생이자 1호 박사인 배양수 교수의 베트남 시공간 여행을 동반할 수 있다. [편집자] --------------------------------------------------------------------------------------- 1. 베트남어에는 법적 의미의 ‘표준어’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베트남어에는 ‘표준어’가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베트남 정부는 어느 지역의 억양도 국가 표준이라고 법적으로 규정한 적이 없다. 이는 단순한 행정상의 누
아세안(ASEAN)은 동남아 10개국을 가리키는 말이다. 구성원은 태국, 캄보디아,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대륙의 5개국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브루나이 등 해양국 5개국이다. 최근 한국과 관련에서 가장 큰 나라가 베트남이다. 삼성전자 등 한국 글로벌이 진출하고, 교민도 급속히 늘어나고, 한국 유학생 중 중국에 이어 가장 큰 나라가 베트남이다. 한국관광객이 가장 찾는 동남아 국가도 베트남이다. 이렇게 급속히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아세안익스프레스가 생활 속에서 찾아보는 베트남의 언어, 습속, 그리고 문화 등을 조명하는 연재를 시작한다. 부산외대 교수로서, 그리고 베트남 1호 한국유학생이자 1호 박사인 배양수 교수의 베트남 시공간 여행을 동반할 수 있다. [편집자] -------------------------------------------- 어떤 책에서 사이공은 한자로 서공(西貢)이며, ‘서쪽에서 조공을 바치는 곳’이라는 의미라고 쓴 글을 보았다. ‘이것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이공이라는 지명은 한자에서 온 말이 아닌데…. 그리고 서공은 중국 사람들이 사이공을 자기들의 문자로 소리를 적은 것에 불과한 것인데, 이것을 한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