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공천 과정의 구조적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순천시에 거주하는 A씨는 시의원에 출마하기 위해 지난 1월 초 예비후보자 자격심사를 신청했다. 온라인으로 운영되는 ‘공직선거후보자 공천관리시스템’에 회원가입을 하면서 후보자 정보 구분란에 ‘기초의원(시의원)’을 선택했고, 회원가입을 한 후 선거구를 선택하고 의정활동계획서 등 필요서류를 제출했다. 이후 2월 3일, 전남도당으로부터 예비후보자격심사 ‘적격’ 통보를 받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A씨는 공천관리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시의원이 아닌 도의원 출마로 방향을 바꿨다. 전남도당에 문의한 결과, 공관위 심사 전에 의정활동계획서를 수정·제출하면 직급(직렬) 변경이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도당 관계자는 “예비후보자 적격심사는 피선거권, 범죄경력, 허위기재 여부 등 최소한의 자격 요건만 확인하는 절차”라며 “공천심사에서 이후 시행세칙에 따라 평가하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같은 설명만으로는 시민들의 의문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의원 출마를 전제로 시스템에 등록해 적격심사를 통과한 뒤, 짧은 기간 안에 도의원 출마로 변경하는 행위 자체가 민주당이 강조해 온 ‘시스템 공천’의 취지와 어긋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공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며 온라인 공천관리시스템을 도입했고, 후보자들이 처음부터 동일한 기준과 조건에서 경쟁하도록 하겠다고 밝혀왔다. 후보 등록 단계에서 선거구와 직급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 역시 그 핵심 원칙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예비후보 등록을 선관위 예비후보 등록에 준하는 기준을 적용해야 절차적 공정성과 투명성이 확보된다고 말한다. 공직선거법은 예비후보자 등록을 ‘선거구별’로 제한해 직급 변경에 실질적인 제약을 두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 충북도당은 공천 혼선을 막기 위해 ‘청주시의원에서 청주시장 등 선거 변경은 불가하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기초의원으로 등록해 적격심사를 통과한 뒤 광역의원으로 이동할 수 있다면, 공천관리시스템은 ‘경로를 고정하는 규칙’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옮겨 탈 수 있는 통로’로 비칠 수밖에 없다. 공정 경쟁을 보장하겠다는 시스템 공천의 전제가 출발선부터 흔들리는 셈이다.
특히 처음부터 도의원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장기간 준비해 온 예비후보들 입장에서는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이런 사례가 반복될 경우 시민들에게 ‘눈치작전’이나 ‘꼼수 공천’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한 현직 의원은 “주위의 권유와 공천 가능성을 따져 유리한 쪽으로 이동하려는 유혹이 생긴다”며 “당규에 명확한 제재 규정이 없는 것이 구조적 허점”이라고 말했다.
한 민주당 권리당원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말만으로는 시민을 설득할 수 없다”며 “민주당 지지층은 합법성보다 공정성과 투명성을 더 중시하는데, 기준이 모호하면 공천 시스템 전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쟁점은 불법 여부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다. 민주당이 내세워온 ‘시스템 공천’이 공정성을 담보하는 장치가 아니라, 제도의 빈틈을 드러내는 약점으로 남을지는 보다 분명한 기준과 설명에 달려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