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과 약소국의 의미는 물론이고 빈부의 격차와 지식의 유무조차도 불과 0.1μm(미크론) 크기의 ‘코로나 바이러스’ 앞에서는 속수무책했다. 전 세계가 그토록 자랑하던 과학문명의 이기들도 코로나19 창궐 앞에서는 한낱 무용지물에 불과했다. 기원전 히포크라테스 시대부터 인간이 행해 온 손 씻기와 마스크 쓰기가 유일한 감염방지 대처 수단이었다. 이런 원초적이지만 근원적인 해법마저 무시하고 방임했던 전 세계 최고 부강 국가의 지도자는 세계인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소위 ‘천조국(천조국(千兆國-국방예산이 천조원인 나라)' 혹은 '천자국(天子國-천자가 다스리는 나라)'으로 불리는 나라, 미국에서는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에서의 미군 전사자 수를 합한 것보다도 많은 16만 명이 넘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망자가 발생했다. 태국 인구는 6900만 명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약 5배가 넘은 3억 5000만 명이다. 코로나19 사망자만 비교하면 미국 16만명, 태국은 58명이다. 확진자 수는 태국이 3300여명, 미국은 500만명을 넘어 태국의 1500배에 달하고 있다. 미국은 생존률이 희박한 난치병과 희귀병조차도 재력있는 사람이면 구난받을 수 있다는 첨단의료 선진국이자 세계 제일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 1889~1961)는 일본에서 민예연구가, 종교철학자, 민예수집가로 다양한 분야에서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그의 이름에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그 부정적인 평가에 맨 오른편에 선 이로 글쓴이는 최하림(崔夏林, 1939~2010)을 든다. 그는 1974년 「解說/柳宗悅(야나기 무네요시)의 한국미술관에 대해」를 발표해 야나기에 대해 ‘별 수 없는 딜레탕트’, ‘사상이 결여한 호사가’, ‘일개 창백한 서생’ 등 자극적인 호칭을 붙여 비방한다. 최하림이 붙인 비방적 호칭을 걷어내고 보면 그의 비판은 야나기의 ‘비애의 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그 이전 시인 김지하(金芝河)가 1969년 “야나기 무네요시가 우리 미술의 본질을 선이라고 단정했다”면서 ‘비애의 미’를 비판한 것이 효시를 이룬다. 야나기가 1920년대 초반 쓴 일련의 글에서 “조선의 미를 비애의 미”라고 특징지은 것은 사실이다. ■ '비애의 미'라는 편파적 비평 넘어라...야나기는 "조선미는 의지의 미, 위엄의 미"도 강조 그는 선, 형태, 색을 기준으로 조선예술의 특질을 평가하면서 조선미술의 경우 선이 곡선을 그리며, 형태는 불안정한 모습이며, 색은 한결
‘부산’하면 떠오르는 것 3개만 말해보세요. 하나. 둘. 셋. 아마 독자 중 다수가 ‘영화’와 연관된 이야기를 했으리라 확신한다. 부산은 아시아 최초 유네스코 지정 영화 창의도시다. 매년 ‘부산국제영화제’를 개최하는 그야말로 영화의 도시인 셈이다. 이런 영화의 도시인 부산에서 대한민국, 아니 세계 영화를 이끌어가는 기관이 있다. 바로 ‘부산영상위원회(이하, 부영위)’다. “We are Certain, We FLY!”(우리는 날 수 있다고 확신해!)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한-아세안 차세대 영화인재 육성사업’을 주관하는 부영위는 부산이 영화제뿐만 아니라 아세안(ASEAN) ‘스타감독’의 산실로도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했다. 미얀마 자이 야 아응 감독, 필리핀 카를로 엔시소 카투 감독, 베트남 부이 레 낫 티엔 프로듀서 등이 한-아세안 국적의 차세대 영화 인재로 선발되어 진행된 영화제작 워크숍 출신이기 때문이다. ■ ‘아시아 영상위원회 네트워크’, 한-아세안 차세대 영화인재 육성 ‘특급도우미’ 부영위는 1999년 영화촬영지원기구로 시작되었다. 부산 국제영화제의 주요 개최 장소인 영화의 전당 옆에 위치한 부영위는 건물 자체도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개성이 넘친다. 부
방콕에서는 7월 23일 영화 '반도'가 개봉되자마자 '부산행'과 '기생충'의 흥행기록을 갈아치우며 태국 내 한국영화 오프닝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연일 박스오피스 1위 고공행진이다. '반도'가 방콕 극장가를 강타하는 와중에 태국에서 기하급수적으로 유료 시청자 수를 확보해 나가고 있는 넷플릭스(Netflix)의 드라마 인기순위에도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태원 클라스'와 '킹덤' 같은 한국드라마가 싹쓸이하더니 현재는 '사이코지만 괜찮아'가 각광받고 있다. 사실 코로나 사태로 대중 한류예술 해외 공연이 잇달아 중단되면서 한류 확산의 상향곡선이 꺾이고 변곡점을 가져오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단지 우려를 반영한 말로 여겨진다. 태국뿐만이 아니라 동남아에서 한류는 최고의 콘텐츠로 질적인 측면과 양적인 측면에서 공히 인정 받으며 건재하다. 아닌게 아니라 마약과 해외투자자 성접대 의혹을 둘러싼 ‘버닝썬 사태’가 세상을 어지럽히던 시점에 “5조 ‘K-POP산업’이 흔들리는데 한류 타격없나” 라는 제하의 일부 일간지 기사가 나오는 것을 보고 어리둥절했던 적이 있다. 한국 톱스타 연예인들의 해외공연이 주춤해지자 대중문화예술 한류 확산세가 주춤
아세안 10개 회원국의 인구 총합은 대략 6억 5000만 명으로, 전세계 인구의 약 9% 비중을 차지한다. 적지 않은 인구인데 동남아시아의 더 큰 특징은 국가경제의 거의 대부분이 수도에 밀집해 있다는 점이다. ■ 수도에 '몰빵'한 아세안 국가들 수도권 집중개발이 국가 전체에 가져다 주는 경제적 이익은 실로 대단하다. 그러나 아세안 대부분 국가에서 제1도시와 2도시의 차이는 너무나 큰 측면이 있다. 아세안의 성장과 발전에 제1의 도시를 집중해서 살펴봐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마닐라, 자카르타, 방콕, 쿠알라룸푸르 등 인구 1000만 내외의 대도시는 각 아세안 국가산업경제 발전의 발자취이자 미래성장의 견인차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아세안 국가에 핵심도시들이 갖는 지위와 경제중심지로서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다. 도시화율도 중요하다. 한 경제권의 구조를 파악할 때 중요한 부분은 도시의 성장과 과밀화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의 성장 와중에 도시화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 도시화에 어떻게 대응하는 지가 그 경제권의 흥망성쇠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실제 2020년 기준 매섭게 성장중인 아세안 국가들의 도시화율은 상당히 높은
아세안익스프레스는 7월 새로운 칼럼니스트로 부산시의회 입법정책담당관실에서 일하고 있는 김민수 정책관을 모십니다. 김 정책관은 어린 시절부터 인도네시아-싱가포르-베트남-두바이 등 동남아시아의 다양한 문화권의 도시에서 성장하며 이를 바탕으로 각 도시와 도시를 이루는 사람과 비즈니스를 연구하는 직업을 가져왔습니다. 런던대 바틀렛 도시건설경영학을 전공하고 여러 다국적 기업의 인프라사업 프로젝트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부산시 도시계획분야 정책연구위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아세안의 각 지역에서 진행이 되었거나 진행될 대형 건설사업을 중심으로 아세안 얘기를 펼칠 예정이니 독자들의 많은 기대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주] 3년 전 필자는 건설업 유관업계에 꽤나 잔뼈가 굵은 지인들과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도로공법에 관한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인 기억이 있다. 모두가 비겨야만 끝이 나는 대화 말미에 필자는 "마지막으로, 한국 1호 고속도로가 뭐였지?" 라는 단답형 질문으로 긴 토론 종결을 유도했다. 이에 업계 일류 건설사에서 특급인재로 불리던 한 현장전문가는 "경인 고속도로 아닐까?"라는 의문형 답변을 내놓았다. 이어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외곽순환선", "서울도시고속화도로
2020년 6월 25일, 94명의 로힝야(Rohingnya) 난민을 실은 한 척의 배가 수개월을 바다에서 떠돌다 인도네시아 아체 앞바다로 흘러들어왔다. 아체 해양경비대는 다른 동남아 국가들이 그러했듯 이들을 밀어내려고 했다. 이를 지켜본 아체 주민들이 격렬히 항의하고 난민들을 수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심지어 이들은 정부가 받아주지 않는다면 주민들이 나서서 구조하고 이들에게 잠자리와 먹을 것을 제공할 것이라고 외쳤다. ■ 로힝야, 세상에서 가장 버림받은 민족...역사, 종교, 인종, 사상 얽혀진 문제 결국, 중앙 정부의 허락을 받은 아체 해양경비대는 주민들과 함께 난민들을 구조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선박 전체를 감싸고 있을지도 모를 위험에도 불구하고 아체 주민들이 로힝야족 한 사람 한 사람의 손을 끌고 감싸 안으며 육지로 내리도록 도와주는 장면은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이들 이외 아직도 수천 명의 로힝야 난민들이 바다를 떠돌고 있고, 또 다른 수십만의 로힝야 난민들은 수용소에서 고통 속에 생활하고 있다. 왜 이들은 이렇게 버림받았으며 이들에게 평화와 안식은 영원히 찾아오지 않는 것일까? 그간 UN과 서구 국가들이 중심이 되어 미얀마 정부에 이 문제의
아세안익스프레스는 7월 동남아의 관문 국가 태국 방콕에서 생생한 현지소식을 전해줄 전창관 기자의 태국세설(泰國世說)을 담은 칼럼 '전창관의 태국이야기'를 연재합니다. 오랜 태국 학습을 통한 글쓰기에서 배어나오는 웅숭깊은 칼럼을 기대해주세요. [편집자 주] [방콕=아세안익스프레스] 태국은 인류사에 있어 가장 오래된 통치형태로 일컬어지는 군주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인간 존중을 기반으로 한 불교를 토대로 국회 제도라는 다수결 민주주의 원칙을 수용한 입헌군주제의 나라이기도 하다. 태국을 ‘태국으로 만들어내는’ 색깔은 누가 뭐래도 ‘국민=적색(赤), 불교=백색(白), 국왕=청색(靑)’이다. 태국 국기에 있는 ‘색’들이다. 정치 역사적 색채이기도 하다. 태국 국기에 반영된 색은 세 가지다. ‘붉은색’이 국민과 국가를, ‘흰색’은 불교, 그리고 ‘청색’은 국왕을 상징하고 있다. 한마디로 ‘국민을 하늘과 땅의 근간으로 삼아 불교적 정서를 신봉함과 동시에 국왕 수호’를 국체로 삼고 있다. 흔히 태국인들이 자존심이 강한 이유를 “수코타이 왕조 설립 이래 780여년 내내 독립을 잃고 식민지로 전락해 본 적이 없는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든다. 하지만 크게 설득력이 있는 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