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순천대 인근의 한 카페. 늦가을 기온만큼이나 묵직한 고민을 안고 지역 주민과 지역의원이 한자리에 모였다. 떠나는 상가, 줄어드는 유동인구, 공공행정과 생활현장의 간극…. 오랫동안 ‘원도심’이라는 이름 아래 덮여 있던 문제들이 테이블 위로 하나씩 올라왔다.
이날 모임에서 ‘순천원도심상생협의회’가 출범했다. 대표는 서선란 순천시의원, 회장으로는 위충성 휘트니스업 대표가 뽑혔다. 카페 사장, 자영업자, 주민자치 관계자 등 현장에서 생계를 책임지는 생활 주민 10여 명이 함께 자리했다.
주민들의 목소리는 생각보다 절실했다.
“세를 내놓고 떠나는 사람을 볼 때마다 가슴이 쓰립니다. 더 이상 생활이자 생존 터전을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2천억원 넘게 투자했다는데, 주민들이 체감하는 변화가 없습니다.”
“중앙시장 매입도 말만 오가다 흐지부지. 이제는 말보다 확실한 변화가 필요합니다.”
참석자들의 발언은 원도심 문제의 핵심이 예산이나 사업 계획이 아니라 주민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생활 변화’가 절실하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켰다.
협의회 대표를 맡게 된 서선란 의원은 주민들의 말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주민들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소통하면서, 현장 목소리가 정책이 되는 ‘생활형 정책 시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위충성 회장은 “행정이 바라보는 원도심과 생활하는 주민이 직접 느끼는 원도심은 다르다”며 “서 의원이 협의회와 주민의 가려운 부분을 확실히 긁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주민들이 제안한 아디디어는 추상적인 구호가 아닌, ‘당장 필요한 생활 인프라’였다. 빈 상가를 활용해 테마상가를 조성하자는 제안은 ‘사람이 오지 않으면 희망도 없다’는 절박함이 담겨있었다. 검찰청, 복지·문화센터 등 주변의 공공시설과 기업 주차장을 행사 기간에 개방하자는 의견에서는 도심 주차난 해소와 상권 접근성 개선을 위해 지역사회와 공공기관의 상시협조체계의 필요성을 일깨웠다. 옛 삼산중학교 부지를 활용해 족구장·게이트볼장·주차장 등 실질적 생활 인프라를 마련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순천은 게이트볼 클럽 수는 많은데 코트는 2개뿐”이라는 지적은 노년층 중심의 도심 생활체육 기반이 턱없이 부족함을 보여준다.
순천의 원도심 활성화 논의는 그간 ‘행정주도형’으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이번 협의회 출범은 그 흐름을 완전히 바꾸는 신호탄이다. 전국적으로도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주민 참여도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다.
이번 협의회는 원도심의 문제는 단번에 해결될 사안이 아니지만, 주민과 지역의원이 처음으로 공식 연대해 원도심 문제를 ‘생활인의 관점’에서 풀어가겠다고 선언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협의회는 앞으로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에 정례회를 열어 현장 실태, 민원, 정책 과제를 정리한 뒤 순천시에 제안하는 ‘정책 제안 플랫폼’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편, 서선란 의원은 전날에도 중앙동 한 식당에서 열리고 있는 주민모임을 찾아 원도심 활성화와 관련한 민원을 청취하고 의견을 나눴다. “현장은 매일 변한다. 오늘 들은 의견이 내일의 정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서 의원의 한결 같은 메시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