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1일 런던에서 싱가포르로 향하는 싱가포르항공(SIA) SQ321편이 극심한 난기류를 만나 방콕 수완나품 공항에 비상착륙했다. 73세 영국 남성이 심장마비(추정)로 사망하고 최소 30명이 부상했으며 일부는 중상이다.
이번 사건의 원인은 난기류일 가능성이 크다. 난기류는 공기의 흐름, 즉 기류가 예측할 수 없이 불규칙한 난류 형태를 띠는 것을 말한다. 대기압, 뇌우, 또는 제트기류라 불리는 강한 기류에 의해 생성된다.
비행기가 난기류로 인해 흔들리거나 빠르게 고도를 잃을 수 있지만 이번 사고의 기종인 보잉777-300ER 크기의 항공기가 갑자기 급강하하는 것은 매우 비정상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비행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SQ321은 4분 이내에 1800미터나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비행기의 기상 레이더에 물 입자가 포함되어 있으면 난기류를 감지할 수 있다. CNA와 인터뷰한 샨타누 강가케드카르(Shantanu Gangakhedkar) 프로스트앤설리반 수석항공 컨설턴트는 “구름의 움직임으로 인해 난기류가 발생하면 조종사에게 경고를 보내 이를 피하거나 안전벨트를 착용하도록 알린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난기류는 눈에 보이는 징후 없이 나타나는 ‘청천난류(CAT, Clear Air Turbulence)’다. 청천난류는 구름이 없는 맑은 지역의 6~15킬로미터 상공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난류다. 이 고도는 비행기 운행에 최적의 고도이고 맑은 날씨이기 때문에 비행기에 예상치 못한 영향을 미친다.
청천난류를 만나면 승무원이 승객에게 안전벨트를 착용하도록 안내방송을 하거나 지시할 시간적 여유가 없어 부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청천난류를 감지할 수 있는 기술은 없다. 싱가포르항공 SQ321 역시 청천난류에 휘말려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행기가 승객이 안전벨트를 매지 않을 정도로 안전하게 운행하고 있는 상태에서 급작스럽게 발생했기 때문에 사고가 더 크게 났다.
사고기 탑승객인 다즈프란 아즈미르는 "사람들이 천장에 튀어 올랐다가 바닥으로 거꾸로 떨어지는 모습을 봤다. 머리에 큰 상처가 나거나 뇌진탕을 입었다."라고 말했다.
청천난류를 만나도 승객이 사고를 당하지 않으려면 안전벨트를 매는 수밖에 없다. 좌석에 앉아 있을 때는 안전벨트 표시등이 켜져 있든 없든 계속 매고 있는 게 현재로선 유일한 대책이다. 항공기는 기상 조건이 안 좋은 상황에서도 안전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에 기체의 문제로 생기는 사고는 극히 드물다.
우려되는 것은 지난 40년 동안 극심한 난기류가 55% 증가했으며,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경고다. 동남아시아는 폭풍 활동이 많기 때문에 더 많은 난기류를 만날 가능성이 높다. 싱가포르항공 SQ321도 미얀마의 이라와디 분지 상공에서 청천난류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