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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새 총리, 안와르 아닌 무히딘 "드라마 같은 대반전"

마하티르-안와르 권력 투쟁 와중에 압둘라 국왕 '제3인물' 새 수상 지명

 

새 총리는 마히티르도 안와르도 아닌 제3의 인물 ‘무히딘’이었다.

 

말레이시아 새 총리는 무히딘 야신(72) 말레이시아원주민연합당(PPBM) 총재이자 전 내무부 장관이었다. 무히딘 야신은 3월 1일 오전 10시 30분 취임했다.

 

압둘라 말레이시아 국왕은 지난달 29일 새 총리로 무히딘 야신을 지명했다. 말레이시아 헌법은 국왕이 다수 의원의 신임을 받는 사람을 총리로 지명한다.

 

이 같은 ‘충격적인 선택’은 세 번째 총리를 꿈꾼 마하티르 모하마드(94) 전 총리와 총리직 승계 예정자였던 안와르 이브라힘(72) 인민정의당(PKR) 총재의 권력투쟁의 결말이기도 했다.

 

■ 23일 시작된 마히티르-안와르 권력 투쟁 ‘대반전 드라마’ 대미

 

말레이시아 정계는 지난달 23일 마하티르 PPBM과 야당 지도자들의 비밀 회동으로 시작하면서 요동쳤다. 회동이 알려지자 마하티르는 24일 마하티르 총리의 사퇴와 내각 해산, 각 당의 이합집산으로 이어졌다.

 

안와르 측은 총리직 사퇴를 마하티르의 세 번째 총리 야심의 ‘위장 사퇴쇼’라고 주장하면서 지난 선거 시 약속이었던 2~3년 안에 수상직 이양 약속을 압박했다. 두 사람의 ‘동맹’이 끝나는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마하티르와 안와르는 2018년 총선에서 힘을 합쳐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1981~2003년 22년간 장기집권했던 마하티르는 15년 만에 총리로 복귀해 ‘세계 최고령 국가 정상’으로 자리매김했다.

 

문제는 마하티르가 2018년 세계 최고령 총리에 취임하면서 2~3년만 총리직을 수행한 뒤 안와르에게 권좌를 넘기겠다고 약속이었다.

 

2020년 들어 마하티르는 안와르로부터 이양 날짜를 정하라는 압력에 직면했다. 더욱이 23일 안와르는 “지난 주말 마하티르의 당과 안와르 소속 당내 반대파들이 새 연정을 위해 공개회동을 가졌다”고 주장해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안와르 측의 요구에 맞서 마하티르 총리는 24일 사퇴와 내각 해산을 하며 재집권을 노리는 ‘묘수’를 제시했다. 마하티르는 “여전히 지지를 받는다면 총리로 돌아오겠다”고 세 번째 총리 취임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안와르 또한 “이번에는 나의 차례”라며 과반 지지를 얻고자 사방으로 뛰었다.

 

 

그러다가 안와르는 무히딘이 급부상하자 ‘국익’을 위해 마하티르의 재취임을 지지하겠다고 선언을 했지만 압둘라 국왕의 선택은 제3인물인 무히딘이었다.

 

왕실은 ”국왕이 총리 임명 절차를 늦출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며 무히딘의 총리 지명을 발표하면서 ‘대반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 마하티르-안와르 애증, 총리직 이양 ‘위장 사퇴쇼’ 안와르 ‘토사구팽’

 

이번 수상 지명 과정에서 마하티르와 안와르의 '평생에 걸친 애증 관계'도 새삼 주목을 받았다. 마하티르가 통일말레이국민기구(UMNO) 소속으로 수상 시절이었던 1993년, 안와르는 마하티르의 성공을 위해 부총리가 되어 ‘오른팔’로 전심전력했다.

 

하지만 1998년 말레이시아의 아시아 금융위기 처리를 두고 마하티르와 갈등을 빚었다. 그리고 안와르의 축출로 끝났다. 누구나 안와르가 마하티르로 후계자로 알고 있어 충격적이었다.

 

안와르는 이후 마하티르-나집 정권으로부터 부패혐의와 동성애 혐의로 수감생활을 반복하면서 오랫동안 정치적 시련을 견뎌내야 했다.

 

마하티르는 2016~2017년 나집이 주정부 기금에서 수십억 달러의 부패 사건을 사임하도록 요청하면서 UMNO에서 떠났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선거를 맞아 극적인 화해를 했다.

 

 

마하티르는 나집과 UMNO정부에 이기기 위해 안와르에 대한 용서를 구했다. 그에게 선거를 이기고 집권 후 총리직을 이임하겠다고 약속했다. 

 

2018년 마하티르는 안와르의 야당연합과 5월 9일 총선에서 전례없는 승리로 이끌고 UMNO의 61년 통치를 끝냈다. 나집은 하원의석 222석 중 79석(35.6%)밖에 건지지 못했다.

 

하지만 마하티르는 정권 이양의 약속을 깨가면서 세 번째 총리를 꿈꾸었다. 안와르의 의심이었던 그의 사의 표명은 총리직 이양 약속을 무효로 하기 위한 ‘위장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와르는 ‘사냥하러 가서 토끼를 잡으면, 사냥하던 개는 쓸모가 없게 되어 삶아 먹는다’는 고사성어처럼 마하티르로부터 두 번째로 ‘토사구팽;兎死狗烹)’을 당했다.

 

마하티르는 ‘노욕’로 인해 말레이시아 중흥을 이끈 ’국부’이자 61년 장기통치를 끝낸 아시아 민주주의의 새 상징으로 역사에 기록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모양새가 되었다. 대신 무히딘 야신은 '어부지리'로 수상에 올랐다.

 

무히딘 야신은?

 

과거 마하티르가 22년간 수상으로 장기 집권했던 통일말레이국민기구(UMNO) 소속으로 다양한 장관을 거쳐 2000년 부총재가 됐다. 2009년 4월부터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맡았으나 2015년 7월 나집 라작 당시 총리의 비리 의혹 해명을 요구하다 경질됐다.

 

2016년 마하티르와 함께 UMNO에서 탈당한 뒤 PPBM을 만들었다. PPBM은 2018년 총선에서 안와르의 PKR과 손잡고 UMNO를 밀어내고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무히딘은 지난 주말까지 마하티르 내각의 내무부 장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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