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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은의 아세안랩2] “내 꿈은 봉준호” 부영위는 아세안 명감독 산실

한-아세안 차세대 영화인재 육성...미얀마 아응-필리핀 카투 등 글로벌 스타 감독 배출

 

‘부산’하면 떠오르는 것 3개만 말해보세요. 하나. 둘. 셋. 아마 독자 중 다수가 ‘영화’와 연관된 이야기를 했으리라 확신한다.

 

부산은 아시아 최초 유네스코 지정 영화 창의도시다. 매년 ‘부산국제영화제’를 개최하는 그야말로 영화의 도시인 셈이다. 이런 영화의 도시인 부산에서 대한민국, 아니 세계 영화를 이끌어가는 기관이 있다.

 

바로 ‘부산영상위원회(이하, 부영위)’다. “We are Certain, We FLY!”(우리는 날 수 있다고 확신해!)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는 ‘한-아세안 차세대 영화인재 육성사업’을 주관하는 부영위는 부산이 영화제뿐만 아니라 아세안(ASEAN) ‘스타감독’의 산실로도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했다.

 

미얀마 자이 야 아응 감독, 필리핀 카를로 엔시소 카투 감독, 베트남 부이 레 낫 티엔 프로듀서 등이 한-아세안 국적의 차세대 영화 인재로 선발되어 진행된 영화제작 워크숍 출신이기 때문이다.

 

■ ‘아시아 영상위원회 네트워크’, 한-아세안 차세대 영화인재 육성 ‘특급도우미’

 

부영위는 1999년 영화촬영지원기구로 시작되었다. 부산 국제영화제의 주요 개최 장소인 영화의 전당 옆에 위치한 부영위는 건물 자체도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개성이 넘친다.

 

부영위는 영화촬영 지원뿐만 아니라 ‘영화 인재’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아시아 내 영화 산업 발전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아시아 최대 영화·영상관련 비영리 국제기구인 ‘아시아 영상위원회 네트워크’의 사무국 활동을 부영위에서 하고 있다.

 

2012년도부터는 한-아세안 협력기금 지원의 한-아세안 차세대 영화인재 육성사업을 시행해오고 있다. 영어로 하면 ASEAN-ROK Film Leaders Incubator다. 줄이면 FLI이지만 ‘FLY’로 약칭하고 앞서 소개한 “We are Certain, We FLY!”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상징성과 함께 차세대 영화 인재의 역동성을 잘 표현하고자 함이다.

 

FLY 사업은 매년 한-아세안 국적의 차세대 영화 인재를 각 국별 2명씩, 총 22명을 선발한다. 약 2주 동안 영화 제작 관련 강연, 단편영화 제작 등이 포함된 워크숍이 진행된다.

 

 

워크숍은 매년 국가를 순회하며 개최된다. 약 2주간의 워크숍이 시작되기 몇 개월 전부터 팀을 구성한다. 시나리오 작업 등 영화 제작에 필요한 준비 작업을 한다. 함께 모인 2주 동안에는 영화제작을 한다. 워크숍 자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시네마의 꿈 공장’이자 ‘특급도우미’인 셈이다.

 

필자는 아세안에서 개최되는 워크숍에는 한 번도 참관하지 못했다. 통상 11월에 개최되는 워크숍의 시기가 외교부 아세안협력과가 가장 바쁜 시기인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 기간과 겹쳐서다.

 

다행히도 2017년 한-아세안 문화교류의 해를 기념하여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부산에서 개최된 FLY 영화제에 아세안 기자들을 동행하면서 참관할 ‘행운’을 얻을 수 있었다.

 

 

■ 차세대 영화 인재양성 FLY! 한-아세안 영화관련 기구 네트워크 구축 날갯짓

 

그렇다면, 한-아세안 FLY 사업은 처음, 어떤 이유로 시작되었을까?

 

배주형 경영전략본부장은 “FLY 사업 이전인 2011년, 아시아영상정책포럼 역시 한-아세안 협력기금 지원으로 개최가 되었다. 이 포럼의 주요 결과 중 하나로 아세안 영화산업 발전을 위해 찾아가는 영화학교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인재양성과 함께 아세안 지역 인프라 활용이 가능해 한-아세안 영화관련 기구 네트워크 구축을 통하여 저변확대가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그 예상은 적중했다”고 소개했다.

 

배 본부장은 2001년 부영위에 입사했다. 2012년 사원의 위치로 FLY 사업에 참여했다. 2013년도부터는 사업의 책임자, 현재는 경영전략본부장으로까지 승승장구 중이다.

 

 

배 본부장이 현장에서 지켜본 가장 극적인 장면과 보람은 뭘까. 첫손으로 꼽은 것은 FLY가 가져온 미얀마 영화산업의 발전이었다.

 

그는 “미얀마는 자국의 영화산업 발전에 적극적이었다. 2014년 사업 유치를 먼저 제안해왔다. 도착하는 순간부터 너무 환대받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인프라 부족과 단편영화 제작에 대한 검열로 두 팀 중 한 팀의 영화 제작이 무산될 뻔한 위기도 있었다. 급하게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변경하여 찍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래도 미얀마 영화 관계자들의 순수한 열정만큼은 어떤 국가도 따라갈 수 없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고 회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미얀마 영화산업 발전에 FLY 사업이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얀마에서 가장 촉망받는 신진감독인 자이 야 아응(Zay Yar Aung) 감독이 FLY 사업의 1회 교육생 출신이다.

 

“FLY 사업은 미얀마 영화가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주었다고 자부한다. 아응 감독의 장편극영화 프로젝트 <어느 여름날>이 2017년 칸영화제 라 파브릭 데 시네마 뒤 몽드와 로카르노영화제 오픈도어스 프로그램에 초청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영화감독을 꿈꾸다가 부영위에 입사해 2016년부터 FLY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안지혜 팀장도 워크숍에서 ‘진주’를 발견하는 순간을 소개했다.

 

“FLY 워크숍을 진행할 때 유독 눈에 띄는 학생들이 있다. FLY 사업에 처음 참가할 때만 하여도 본인들의 진로에 대해 확신이 없던 친구들이 사업을 통해 본인의 영화에 대한 재능을 찾아간다. 그리고 또 확신을 가지는 모습을 볼 때면 내 꿈을 대신해 주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

 

 

■ 자이 야 아응 ‘칸’ 초대, 카를로 엔시소 카투 데뷔작 <왕과 나> 런던영화제 최우수신인감독상

 

그렇다면 미얀마 자이 야 아응(Zay Yar Aung) 감독 외에 또 두각을 나타내는 FLY 출신 영화인은 누가 있을까?

 

안지혜 팀장은 2016년 FLY 졸업생 출신인 필리핀의 카를로 엔시소 카투(Carlo Enciso Catu) 감독이 요즘 가장 ‘핫’하다고 소개했다.

 

“카를로 엔시소 카투 감독은 2017년도 FLY 영화제 개막작으로도 상영되었던 그의 데뷔작 <왕과 나>가 런던국제영화제 최우수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그 외에도 다수의 해외 영화제에서 영화상을 수상했다. 두 번째 영화 <황혼을 기다리며> 역시 필리핀 씨네말라야 독립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 등을 수상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2017년도 FLY 졸업생인 베트남 출신 부이 레 낫 티엔(Bui Le Nhat Tien)도 잊을 수 없는 스타 프로듀서다.

 

“부이 레 낫 티엔이 프로듀서로 제작에 참여한 장편영화 <롬>은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을 수상하며 3만 달러(약 36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롬>은 지난 7월 31일 베트남 전역에서 동시 개봉되기도 했는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친구다.”

 

 

■ “아세안 영화발전 위해 하고 싶은 일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배주형 본부장은 “한-아세안 협력기금 운영방식 전환에 따라 ‘한-아세안 영화공동체 프로그램’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FLY 워크숍 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구성하고 있다”며 비전을 소개했다.

 

구체적으로 “시나리오 단계의 프로젝트를 선정해 전문가 멘토링을 제공한다.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 기간에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해당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피칭 행사도 개최하는 FLY 필름랩 등이다”고 설명했다.

 

 

안지혜 팀장은 “아세안 영화발전을 위해 우리가 하고 싶은 일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 부영위 사업은 한-아세안 협력기금의 우수사업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그만큼 기금의 지속적인 협조로 졸업생들의 작품활동에 좋은 영향을 주고, 꿈을 가지고 있는 아세안 영화인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아세안의 영화산업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성과로 한-아세안 영화기구 설립이 구체화되고 있는 만큼 부산영상위원회 사업이 앞으로도 아세안 영화발전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희망한다.

 

김시은은?

 

미국 메릴랜드 주립대학교 형사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에서‘인권을 기반한 개발’을 논문 주제로 하여 국제개발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국제개발학 박사과정을 수료 후‘아세안 문화개발협력’ 관련 박사 논문을 준비 중이다.

 

2010년부터 2012년 초까지 외교부 부산 세계개발원조총회 준비기획단에서 근무하고,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외교부 아세안협력과 내에서 한-아세안 협력사업을 관리하는 전문관으로 근무하였다. 현재는 한-아세안 협력사업 컨설팅 및 아세안 관련 정보 제공을 주 업무로 하는 아세안랩(ASEAN LAB)을 창업하여 운영하며, 아세안 전문가로 성장하고 있다. 한편, 외교부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아세안 업무 매뉴얼을 담은 책 발간(8월8일)을 앞두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주 수잔리 하원의원 표창, 2012년 외교통상부 장관 표창, 2017년 외교부장관 표창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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