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최창원의 동티모르워치 14] 아따우로, 산호 삼각지대 낙원의 '황홀'

동티모르의 해녀-돌고래-피그미 블루웨일 등 숨겨진 낙원...다양성이 넘치는 바다

 

아따우로 섬 서쪽 해안, 아다라(Adara) 마을. 인구 100여 명의 이 작은 마을에는 ‘동티모르의 해녀’라 불리는 여성 잠수부들이 산다. 현지 방언으로 와와타 토푸(Wawata Topu), '물에 잠수하는 여자들'이라는 뜻이다. 손으로 깎은 나무 고글을 쓰고, 직접 만든 작살을 들고, 치마를 입은 채 바다에 뛰어드는 이 여성들이 가족을 먹여 살린다.

 

필자는 아다라 해녀와 함께 바다에 들어간 적이 있다.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담그는 순간, 산호 정원이 눈앞에 펼쳐졌다. 보랏빛, 주황빛, 형광 초록빛 산호 사이로 수백 종의 열대어가 헤엄쳐 다녔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었나. 그러나 그 황홀함은 곧 공포로 바뀌었다. 해저 바닥의 높낮이가 극단적이었다. 한 발짝 옆이 낭떠러지였다. 숨이 차서 발을 딛고 서야 할 순간, 내 키보다 훨씬 깊은 곳에 있었다. 바닥이 솟아오른 지점까지 간신히 헤엄쳐 가며, 심장이 쿵쿵거렸다.

 

이 바다는 아름답지만, 만만하지 않다. 이 바다를 매일 맨몸으로 드나들며 생계를 꾸려가는 와와타 토푸의 대단함을, 조금만 맛보고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산호 정원과 심연이 공존하는 이 바다가, 그녀들의 일터다.

 

사실 아다라에 도착하기 전, 이미 이 바다의 성격을 느꼈다. 딜리에서 아따우로로 향하는 배 위에서였다. 해안을 벗어나자 바다 색이 변했다. 옥빛이었던 수면이 어느 순간 짙은 남색으로 바뀌었다. 해저가 수천 미터로 급강하하는 지점이다. 섬에 가까워지자 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태평양에서 인도양으로 밀려가는 거대한 해류가 이 좁은 해협을 통과하며 만드는 힘이다. 수심 3,500m의 옴바이-웨타르 해협. 핵추진 잠수함이 잠항 상태로 두 대양 사이를 오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심해 통로로, 냉전기부터 세계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군사 해협으로 꼽혀 왔다.

 

한번은 아따우로에서 딜리로 돌아오는 길, 약 15명이 탄 작은 보트 위에서 멀리 수면 위로 솟구치는 무리를 보았다. 스피너 돌고래였다. 보트를 돌려 가까이 다가가자, 놀랍게도 돌고래들은 도망가지 않았다. 스무 마리쯤 되는 무리가 보트를 둘러싸고 유영하며, 간간이 공중으로 몸을 던져 회전했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거리. 함께 헤엄치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옆에 있던 사람이 말렸다. 순해 보여도 야생이다, 물에 들어가면 위험하다고. 그러나 그 순간의 황홀함은, 아다라의 산호 정원에서 느꼈던 것과는 또 다른 종류였다. 그 군사적 심해가, 동시에 돌고래의 놀이터였다. 이것이 옴바이-웨타르 해협이다.

 

산호 삼각지대(Coral Triangle). 필리핀,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 솔로몬 제도, 말레이시아, 동티모르 여섯 나라에 걸친 이 해역은 지구 해양의 1.5%에 불과한 면적에 세계 산호종의 76%가 집중된 곳이다. 동티모르는 그 남서쪽 경계에 위치한다. 하지만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옴바이-웨타르 해협의 심해 영양분이 얕은 산호초 바로 곁까지 밀려드는 아따우로 섬은, 생물다양성의 밀도만큼은 삼각지대 어느 곳과도 견줄 수 없는 진원지다.

 

내가 발밑을 잃었던 산호 정원 바로 옆의 칠흑 같은 심연이 이 바다의 비밀이었다. 수천 미터 심해에서 올라오는 영양분이 얕은 산호초 바로 곁까지 밀려든다. 세계 각지의 산호초를 1만 회 넘게 잠수해 온 해양생물학자들이 이 바다에 들어갔을 때, 그들도 말을 잃었다. 자신들이 세운 세계 기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지점당 평균 253종의 산호초 어류. 이전 세계 기록을 단번에 넘어섰다. 와와타 토푸가 매일 작살을 들고 들어가는 바로 그 바다에서.

 

매년 10월이 되면, 이 해협에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난다. 호주 남부에서 1만 km를 이동해 온 피그미 블루웨일이다. 와와타 토푸가 작살을 던지는 그 수면 위로, 지구상 가장 큰 동물이 유유히 지나간다. 해안에서 불과 수백 미터 거리. 딜리에서 서쪽으로 30분 거리인 리퀴사(Liquiçá) 해안에서는 배를 타지 않고도 육지에서 이 장면을 볼 수 있다. 향유고래는 연중 이 해협에서 관찰된다. 수백, 때로는 수천 마리의 돌고래가 네다섯 종이 뒤섞여 해협을 가로지르는 날도 있다. 동티모르 해역에서 확인된 고래와 돌고래만 최소 24종. 전 세계 고래류의 3분의 1 이상이 이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오간다.

 

블루웨일은 수만 년 전부터 이 해협을 지나갔을 것이다. 동티모르 동쪽 동굴에서 4만 2천 년 전 참치 뼈가 나왔다. 3만 8천 개 이상의 어골,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낚시바늘. 이 바다와 인간의 공존은, 그때부터였다.

 

와와타 토푸의 어머니들이 기억하는 바다와 지금의 바다는 같지 않다. 칸서베이션 인터내셔널(Conservation International) 조사팀은 아따우로 일부 산호초에서 폭발물 어로의 훼손 흔적을 확인했고, 상어를 비롯한 대형 포식어류가 예외적으로 드물다고 기록했다. 남획의 명백한 징후라고 했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산호 사이로 파고든다. 그러나 이 산호초는 아직 버티고 있다.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가 최근 7년간 네 차례나 대규모 백화를 겪는 동안, 이곳에서는 단 한 번도 보고되지 않았다. 심해에서 쉬지 않고 올라오는 영양분이, 이 바다를 아직 지키고 있다.

 

아다라 마을로 돌아가 보자. 와와타 토푸는 기후가 변하여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었을 때,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것이 그들의 적응이었고, 생존이었다. 나무 고글을 쓰고 치마 차림으로 수심 수십 미터의 바다에 뛰어드는 여성들. 산호 정원과 심연이 공존하고, 돌고래와 블루웨일이 오가는 그 바다에, 그녀들은 매일 들어간다.

 

4만 2천 년 전 누군가가 참치를 낚았던 바로 그 자리에서. 포르투갈 식민지 시대, 이 섬은 정치범의 유배지였다. 탈출 불가능한 바다가 감옥의 벽이었다. 내일 아침에도 와와타 토푸는 나무 고글을 쓰고 그 벽 안으로 뛰어들 것이다.

 

최창원 |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연구위원  hopeseller@gmail.com

 

 

최창원 프로필

 

현,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원 아세안센터 연구위원

현, 아시아비전포럼 선임연구원

현, 한국스피치웅변협회 동티모르 지부장

전,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 방문학자

전, 동티모르국립대 교수, 한국학센터장

전, UNDP 아름다운동티모르 만들기 프로젝트 자문관

한글 발전 및 한국어 세계화 공로로 대통령 표창(2025)

『테툼어–한국어 사전』, 『한국어–테툼어 사전』 동티모르 말모이팀 편찬자

관련기사

포토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