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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원의 동티모르워치 18] 딜리의 붉은등: 상권 장악한 차이나머니

골목 상권부터 대형 건설까지 파고든 화교자본...현지인들의 불편한 시선

딜리(Dili)의 아우디안(Audian) 거리를 처음 걷는 사람은 잠시 헷갈린다. 간판의 한자, 처마에 매달린 붉은 등, 유리창에 덕지덕지 붙은 세일 스티커. 이것이 동티모르의 수도인지, 아니면 중국 남부 어느 소도시의 변두리 골목인지. 선반마다 플라스틱 생활용품이 빼곡히 쌓인 가게 안에서 중국어가 오간다. 주인은 손님에게 테툼어로 가격을 말하고, 돌아서면 동료에게 그들만의 언어인 객가어(중국 광동성 동부·복건성 서부·장시성 남부) 방언으로 속삭인다. 필자가 동티모르에 거주하는 기간내내 해가 갈수록 중국계 가게는 늘었다. 티모르 현지인들의 소규모 상점은 줄었다. 그러던 어느날, 필자가 살던 동네에서 멀지 않은 중국인 운영 상가 하나가 불에 탔다. 밤사이 연기가 피어올랐고, 다음날 새벽 검게 그을린 간판만 남아 있었다.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주변에서는 말이 많았다. 현지인과 관계가 나빠진 것이 화근이 됐다는 얘기가 설왕설래했다. 누가 불을 질렀다는 명확한 결론이 나온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화재는 내게 단순한 사고 이상의 무언가를 알려 주었다. 상권을 잠식해 가는 중국인을 바라보는 현지인들의 불편한 시선, 그 눈빛이 연기 속에 스며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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