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젝, 부칼라팍, 토코피디아, 그랩, OVO, 트랙스...
아세안에서 이른바 ‘유니콘’이 9개나 탄생하면서 스타트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유니콘은 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이다.
아세안은 총 인구 6억 5000만여 명, 평균 중위 연령 31.2세로 젊고 디지털 친화적인 인구구조를 갖고 있다. 스타트업들이 정착하기에 용이한 환경이다. 앞으로 스타트업들의 성장이 더욱 기대되고 있다.
한-아세안센터는 지난 몇 년간 급부상한 아세안의 유니콘 기업들을 조명하고, 한-아세안 협력 방안을 모색해보는 기획을 소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 고젝-토코피디아-OVO-부칼라팍-트래블로카,,, 인구 2억 6000만명 인도네시아 5개
미국 스타트업 정보 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2020년 7월 기준 아세안에서 탄생한 유니콘 기업 9개의 가치는 약 445억 달러에 이른다.
전세계 476개 유니콘 대비 작은 비율일지 모르나, 불과 6년전만 해도 유니콘 기업이 전무했던 아세안에서 무려 9개의 유니콘이 탄생했다는 점, 그리고 유니콘을 넘어 상장이 된 기업도 다수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아세안의 유니콘 기업 현황-2020.7월 기준]
기업명 기업가치(달러) 국가 유니콘 등재 연도 주력 분야
*고젝 100억 인도네시아 2016년 차량 호출
*토코피디아 70억 인도네시아 2018년 전자상거래
*OVO 29억 인도네시아 2019년 핀테크
*부칼라팍 25억 인도네시아 2017년 전자상거래
*트래블로카 20억 인도네시아 2017년 항공·숙박 예약
*레볼루션 프리크래프티드 10억 필리핀 2017년 기타(조립주택)
*그랩 143억 싱가포르 2014년 차량 호출
*햘루트 35억 싱가포르 2020년 모바일&통신
*트랙스 13억 싱가포르 2019년 인공지능
출처: CB인사이츠
국가별로는 인도네시아 5개, 필리핀 1개, 싱가포르 3개이다.
우선 아세안 전역의 생활방식을 바꾼 ‘고젝(Gojec)’이 탄생한 인도네시아의 경우, 아세안에서 가장 많은 유니콘을 탄생시켰다. 2억 6000만명의 인구가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디지털 경제와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와 의지가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1위 전자상거래 기업 ‘토코피디아(Tokopedia)’, 스마트 지불 서비스를 제공하는 ‘OVO’, ‘동남아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부칼라팍(Bukalapak) ’, 항공과 숙박 예약뿐 아니라 종합적인 여행 패키지 서비스로 확장한 ‘트래블로카(Traveloka)’ 등 인도네시아는 2016년 이래 매년 유니콘을 탄생시켰다.
인도네시아는 디지털 경제 육성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향후 5년간 5000개의 스타트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유니콘 기업 역시 4년 이내로 현재의 5개에서 8개로 늘리겠다는 계획 하에 워크숍, 해커톤 (hackathon) 그리고 인큐베이팅 등을 진행하고 있다.
■ 필리핀 ‘레볼루션 프리크래프티드’, 유명 건축가 고급주택 조립식 2년만에 유니콘
필리핀의 ‘레볼루션 프리크래프티드(Revolution Precrafted)’는 2015년 창업 후 2년만인 2017년 유니콘이 되었다. 무엇보다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한몫을 했다.
유명 건축가들의 고급 주택을 조립식 형태로 보다 저렴하게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바탕이 되었다. 필리핀 정부의 스타트업 정책 역시 한몫을 했다.
2020년까지 500개의 스타트업, 총 2억 달러(약 2408억 원) 규모의 투자금액 그리고 누적 기업 가치 20억 달러(약 2조 4080억 원)에 도달하겠다는 계획이 그것이다.
스타트업에 세제혜택을 주는 법안을 발효하고 스타트업 경진대회 및 부트캠프 진행 뿐 아니라 이노베이션 허브 설립 등의 노력을 해왔다.
2019년 2월에는 ‘혁신적인 스타트업법(Innovative Startup Act)’을 통과시키며 보다 적극적으로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환경을 마련해 나갔다.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 자금을 확보하고 세금 혜택 및 외국인 사업자들의 비자 절차를 완화하는 등의 변화가 생기게 되었다.
■ 그랩, 말레이시아 떠나 싱가포르에 본사 이전...이스라엘 ‘트랙스’도 싱가포르로
‘스타트업 허브’인 싱가포르 정부는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아세안에서 가장 먼저 유니콘이 된 ‘그랩(Grab)’은 '동남아시아의 우버’라고 불린다. 본래 말레이시아에 본사를 두었으나 싱가포르로 이전했다.
2019년 유니콘이 된 ‘트랙스(Trax)’ 역시 이스라엘에서 출발했으나 싱가포르에 정착하였다. ‘트랙스’는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재고 관리를 원활하게 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처럼 창업은 다른 국가에서 했음에도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기는 데에는 싱가포르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와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스타트업 분석기관인 ‘스타트업게놈(Startup Genome)’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14위로 2019년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 상위 20위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동남아 도시이다.
회사 지분의 33% 이상을 싱가포르인이 보유해야 한다는 조건 외에 싱가포르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데에는 거의 제약이 없다.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어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매력적인 창업도시가 된 것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이틀이면 법인을 설립할 수 있다. 창업 지원금으로 약 2만 달러(3만 싱가포르 달러)를 지원한다. 스타트업 본부나 기술특허를 싱가포르로 옮기면 추가 세제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싱가포르 기업청에서 운영하는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스타트업SG’는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창업자들에게는 컨설팅 및 펀딩 제공, 투자자들에게는 3000개에 가까운 스타트업의 사업모델과 기업 정보를 데이터화하여 제공하고 있다.
■ ‘넥스트 유니콘’ 발굴을 위한 한-아세안 협력
아세안 내 스타트업이 가장 활성화 되어 있는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외에도 베트남, 태국 등 여타 아세안 국가들 역시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필요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에 힘쓰고 있다.
2019년 11월 부산에서 개최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계기에 한국과 아세안은 11개국이 하나가 되어 스타트업 생태계의 연대를 선언하며 부대행사로 ‘한-아세안 스타트업 서밋’과 ‘한-아세안 스타트업 엑스포’를 개최한 바 있다.
‘한-아세안 스타트업 서밋’에는 11개국의 정상뿐 아니라 고젝 및 부칼라팍 등 아세안의 유니콘을 포함하여 글로벌 투자자, 엑셀러레이터, 스타트업 관련 정부·기관 관계자 등 한-아세안의 스타트업 관계자 4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어서 개최된 ‘한-아세안 스타트업 엑스포’에서는 유니콘 기업 및 관계자들이 연사로 출연해 경험과 모범사례를 공유하고, 한국과 아세안 21개사가 이틀에 걸쳐 피칭을 진행하였다.
한-아세안센터 역시 한-아세안 스타트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환경과 양측의 스타트업 공동 성장 토대 마련, 교류 촉진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8년부터 ‘한-아세안 스타트업 위크’를 개최해 왔다.
2019년엔 앞서 언급한 ‘한-아세안 스타트업 엑스포’에도 센터가 초청한 아세안 기업들이 참가해 피칭을 진행했을 뿐 아니라 판교 및 서울에서도 각기 다른 기업들이 피칭 기회를 얻어 기업 인지도를 높이고, 아세안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해 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올해 역시 유망한 아세안 스타트업을 초청하여 한국의 투자자 및 관계자들에게 그 잠재력과 가능성을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 9월에 진행될 제2회 ‘한-아세안 스케일업 세션’을 비롯하여 ‘한-아세안 스타트업 위크’ 등 앞으로 한국과 아세안 간 스타트업 분야 협력을 통해 양측이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함께 번영하는 관계로 이어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