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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피플] 이혁 사무총장 “한-아세안센터 임기 중 '아세안위크'가 가장 기억”

41년 만에 공직생활 마감 이제 자유...“한-아세안, 서로 존중으로 생산적 협력해나가야 ”

 

“한국인도 아세안이 된다. 아세안인은 한국인 되는 날이다. ‘위아더 원’”

 

이혁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은 41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공직 생활을 했다. 1980년 1월 외교부 공직생활을 시작해, 필리핀 대사를 거쳐 2018년 4월 15일 베트남 대사를 퇴임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16일부터 한-아세안 센터 사무총장으로 ‘공백없이’ 일을 시작했다. 그런 그가 며칠이면 스스로 말하는 “자유인”이 된다.

 

그가 3년간 센터 살림살이를 이끌면서 가장 잊을 수 있는 순간은 뭘까. 그는 2019년 6월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었던 '아세안위크'로 회고했다. 그때 축사를 부른 가수가 김준수와 더원과 소유였다.

 

 

더원 공연을 마치고 개회사를 하면서 그는 즉흥적으로 “위아더 원”을 외쳤다. 이제 한국인도 아세인이 된다. 오늘 아세인도 한국인이 되는 날이다. 위아더 원. 뿌듯했다. 뭉클했다.

 

아쉬운 것도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오랫동안 준비해온 한-아세안센터 10주년(2009년 설립)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어 안타까웠다.  퇴임을 며칠 앞둔 그를 센터 사무실에서 만났다. 

 

 

■ “임기 3년간 가장 기억나는 일은 아세안위크와 아세안트레인”

 

지구촌을 급격한 코로나19는 모든 분야에 영향력을 미쳤다. 이혁 사무총장도 3년 임기 중 1년 2개월이나 코로나19로 정상 활동을 못했다. 

 

그는 “한-아세안센터의 일은 아세안 10개국 간 사람 교류가 대부분이다. 교류를 제대로 못해 큰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는 것 같다. 물론 한-아세안 관계를 위해 투자-관광-학술교류 등에 대해 나름대로 노력했다. 그래서 더 가까워졌다. 신남방정책 등으로 한국민의 아세안 이해와 인식도 높아졌다. 센터가 그야말로 교류협력 중심으로 큰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이 임기 중 가장 기억나는 것으로 꼽은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아세안위크'이고 다른 하나는 '아세안트레인'이었다.

 

 

센터는 2019년 6월 한-아세안 대화관계수립 30주년 및 한-아세안센터 설립 10주년을 기념해 아세안위크(6월 14~16일)를 서울광장에서 열었다.

 

그는 "아세안의 패션-디자인-음식-관광-문화예술-특산품-전시-공연단 등이 등이 어우러져 종합적인 축제를 열었다. 연 인원 1만 7000여 명이 참가했다. 이 행사로 한국민은 '아세안'이라는 말을 제대로 알게 되었고, 깊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회고했다.

 

개막 공연에는 가수 김준수-더원-소유가 무대에 올라 좋은 반응을 얻었다. 더원이 노래한 이후  개막식이 시작되었다. 박원순 시장 부부가 참석했는데 이 총장에게 “먼저 인사해라”고 권했다. 이 사무총장은 더원의 공연을 보며 떠올렸다. '위아더 원'은 즉흥적으로 외친 말이었다.

 

한-아세안 트레인(열차)도 강렬한 추억을 아로새겼다.  열차는 아세안인 140명과 한국인 60명 총 200명을 태우고 1박 2일 경주-부산-순천-광주를 돌아 서울로 돌아왔다. 한국의 주요 도시를 열차로 방문하고 사람을 만나는 행사였다.

 

 

그는 “광주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청사초롱 등 조명전을 ‘아시아빛’ 이름으로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순천만 습지에서 태국 유학생이 바이올린으로 켜던 선율도 잊지 못한다. 화창한 날 연주가 모두를 사로잡았다. 한-아세안 우정도 선율을 따라 더 깊어졌다”고 회상했다.

 

■ “한국을 대표하는 사무총장이 아니라 10개국을 대표한다”

 

한국 대표로 필리핀-베트남 대사로 ‘외교’를 한 것과 한국정부 예산으로 운영하는 국제기구 사무총장의 다른 점은 뭘까?

 

그는 “한-아세안센터는 한국+아세안 10개국의 지역 국제 기구다. 한국 정부가 예산를 많이 지원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사무총장이 아니다. 반면 대사는 한국을 대표하고 활동한다. 한-아세안 센터는 한국과 아세안 10개국 대표하는 점에서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은 민간외교 수장으로 ‘외교’의 딱딱한 면보다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생산적으로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그는 “아세안 10개국은 인구와 경제, 문화와 정치체제 등 각각 다르다. 10개국 균형을 잡아 공평한 프로그램이나 개발해야 하는데 하다 보니 애로가 있다. 가령 작은 나라는 인력과 예산이 부족이 있어 잘 이뤄지지 않다. 통상무역 행사를 하면 작은 나라에는 한국 기업도 관심이 적다.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작은 나라를 위하는 행사 더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아세안 각 대사관에서 센터에 요구하는 것이 많다. 한-아세안센터는 소홀하지 않고 10개국 문화-관광-인식제고 등 골고루 다뤄야 하고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

 

“역시 최대 관심사는 경제 무역 투자다. 임기 중 가시적인 성과가 나는 프로젝트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그런데 센터는 실제 큰 조직은 아니다. 경제만을 다루는 조직은 아니다. 그래서 문화- 관광- 인식제고 등  골고루 다뤄야 한다. 덜 중요한 것이나 더 중요한 것은 없다.”

 

 

한-아세안 센터는 45명이다. 4개 부서에 1명씩 아세안 10개국 중 4개국에서 파견되는 공무원이 근무한다. 이 사무총장이 생각하는 한-아세안 센터의 장점은 역시 "10개국에서 파견된 탁월한 멤버들이 아우러지는 조화다. 교향악단 같은 하모니다".

 

그는 “센터 직원들은 아세안 10개국을 상대하니 국제적인 감각이 뛰어나다. 영어 능력과 외국에서 일한 사람, 학력 등 많은 분야에서 탁월하다. 학벌로만 보면 석사는 기본이다. 제가 가장 낮다( 웃음)”

 

아세안위크와 아세안 트레인, 포럼, 세미나 등 크고 작은 행사에서 센터 임직원들은 실수없이 잘 해주었다. 그는 그들에게도 감사하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우리 센터가 일-아세안센터, 중-아세안센터보다 맨파워가 좋다. 국제화되어 있고, 영어 구사도 앞서 있다. 모든 면에서 앞서 있다고 확신한다”고 다시 강조했다.

 

■ 한국과 아세안 관계, 경제가 가장 중요하지만 이익만은 취하기보다 이해-존중해야

 

아세안은 6억 5000만 명이라는 인구와 세계 5위 경제권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젊은 인구구조, 디지털 친화, 중산층 증가 등으로 코로나19가 진정되면 가장 빠르게 회복될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사무총장은 한 행사에서 “서로 이해가 깊어져야 좋아하게 되고, 서로 존중해야 신뢰가 생긴다. 그 바탕에서 성숙한 관계가 된다. 한-아세안센터는 10주년이 되었다. 이제 센터는 아세안에서 꼭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더 성숙한 관계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질문했다. 아세안 관계에서는 서로 이해하고 성숙한 단계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것이 성숙한 관계는?

 

 

“기본은 경제 문제다. 경제가 탄탄해야 한다. 한-아세안 무역-투자 왕성해야 한-아세안 관계 활성화의 토대가 된다. 우선 경제 관계가 발전해야 한다. 하지만 이익만은 취하기보다 장기적으로 ‘윈윈’, 기업진출-무역 관계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좋아해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경제문제만큼 서로 존중하고 좋아해야 하는 자세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인이 거친 면도 있다. 가난한 아세안 국가 국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존중해야 한다. 낮게 보는 생각보다 배우는 자세가 있어야 한국인도 존중받는다”고 강조했다.

 

술집이나 골프장, 심지어 식당 어디서나 그 나라 사람들을 존중하고, 최대 예의를 하고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한류 확산’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다. 하지만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텔레비전에서 보이는 이미지와 일상 생활에서 접하는 이미지 수준이 같아져야 한다. 잘못되면 이중적인 생각도 할 수 있다. 거칠고 못된다는 이미지 안된다”고 말했다.

 

■ 아세안 최고 꼽은 관광지 미얀마 ‘인레호수’ 다시 가고 싶은데...

 

후임 한-아세안센터 김해용(64) 전 뉴질랜드 대사에게 말하고 있는 것도 물었다.

 

“새 사무총장은 뉴질랜드-미얀마 대사 출신인 경제통상전문가다. 앞으로 센터 통상 투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는 지난해 아세안익스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세안에서 가장 가볼만한 장소로 베트남 ‘사파(SAPA)’와 미얀마 ‘인레호수(Inle Lake)’를 들었다.

 

하지만 그는 “코로나19로 백두산보다 높은 사파에도 내년 초에나 가볼 수 있을 것 같다. 미얀마 ‘인레호수’는 군부 쿠데타 사태가 격화해서 코로나19 끝나고 가기 어려울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3년간 한-아세안센터 10개국 협력이 활성화된 것이 큰 보람이고 기쁨이다. 앞으로 더 성숙한 관계로 도약 발전시켰으면 좋겠다는 이혁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

 

그는 “3년간 임기 중 지하철을 6번 정도 탔다. 이제 자유로운 신분이니 지하철과 택시도 타고 싶다. 외교 문제도 자유로운 입장에서 바라보고, 한-아세안 관계에서도 글도 기고해볼 생각”이라고 말하며 웃었다.

 

ASEAN(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은?

 

동남아국가연합이다. 회원국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브루나이,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캄보디아 등 10개국이다. 한-아세안센터는 2009년 한국과 아세안 10개국 정부가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설립한 국내 유일의 아세안 전담 국제기구다. 한국과 이들 국가의 무역·투자 증진과 문화·관광·인적교류 활성화를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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