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인 전 아세안 대사가 숙명여대 아태여성정보통신원(APWINC)에서 '디지털 외교: 한국과 아세안 여성의 디지털 및 경제적 포괄성 증진'이리는 특강을 했다.
한-아세안협력기금 사업의 일환으로 아태여성정보통신원에서 수행 중인 ‘아세안 여성 소상공인의 디지털 경제참여 향상 사업’(이하 IDEAS 사업)을 위한 2차 운영위 회의를 마친 서 대사는 35년간 외교관 생활의 경험과 통찰력으로 강의를 했다.
2차 운영위 회의에서 다루었던 IDEAS 사업의 진전과 도전, 사업 이행 계획 그리고 이해 관계자간 파트너십 강화에 대해 유익한 토의를 더해 깊이 있는 ' 아세안 디지털 경제의 잠재력과 과제'를 던졌다. <편집자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사 회장은 올해 3월 ‘인공지능 시대가 시작되었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인공지능이 마이크로프로세스, PC, 인터넷, 모바일 탄생 만큼이나 근본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하는 방식, 배우는 방식, 서로 소통하는 방식, 산업 전체가 인공지능 기술 활용 여부에 따라 차별화될 것임을 예고한 바 있다. 빌 게이츠는 AI 중심으로 얘기했지만, 그가 말하고 하는 것은 4차 혁명 시대의 디지털 경제 도래를 의미한다고 본다.
최근 이언 브레머(Ian Bremer)는 TED 강연에서 현재 3개의 국제 질서가 병존하고 있다고 얘기한 바 있다. 첫 번째 국제질서는 여전하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질서다. 두 번째 국제질서는 미국, 중국, EU, 인도, 일본 둥이 참여하는 다극 체제의 경제질서다.
마지막 세 번째 국제질서가 오늘 우리가 직면한 디지털 질서다. 안보질서와 경제질서가 정부 주도의 성격이라면, 디지털 질서는 기술 기업이 주도하는 질서라는 데 그 차이점이 있다. 그는 디지털 경제가 가져오는 기회뿐 아니라 사생활 침해, 가짜 뉴스 확산, 사이버 안전 위험 등 부정적 측면도 있음을 상기 시키고 있다. 단지 우리가 기술기업에게만 디지털 질서를 전적으로 위임해서는 안된다는 경종이기도 하다.
또한 미중은 2018년 트럼프 전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디카플링이라는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첨단기술울 두고 첨예한 경쟁을 하고 있다. 이러한 분절(decoupling)의 시대에서 한국과 아세안은 공히 미중 양쪽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에 있다.
■ 2030년 1조 달러 성장, 아세안 디지털 경제의 잠재력과 과제
아세안 디지털 경제는 현재 연 3000억 달러는 2030년 1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OTRA 2023년 동남아 대양주 진출 전략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아세안 디지털 산업 전망은 매우 밝다. 매년 12만 5,000명의 신규 인터넷 사용자가 증가한다. 2021년 인터넷 사용자는 동남아 전체인구의 66%인 4.4억 명에 달하고, 이중 80%인 3.5억명이 디지털 소비자다.
아세안 국별 및 지역 차원에서 동시에 디지털 경제 계획이 추진 중이다. 국별 차원에서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이 각각 별도의 디지털 경제계획을 갖고 있다.
아세안 차원에서도 올해 9월 자카르타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아세안 디지털기본협정(ASEAN Digital Framework Agreement) 교섭 개시를 승인했으며, 동 협정이 2025년 채택될 예정이다.
이러한 아세안 차원의 디지털 가버넌스 수립은 다음과 같은 3개 기존 협력 계획을 확대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첫째, 2025 아세안 연계성 마스트 플랜의 5개 중점 분야 중 하나 디지털 협력이 있다.
둘째, 2019년 6월 채택한 인도태평양에 관한 아세안 관점(AOIP) 4개 중점 분야(해양협력, 연계성, SDGs, 경제-기타) 중 경제-기타 분야 허에 디지털 경제 및 국경간 데이터 흐름 촉진 세부 항목이 있다.
셋째, 2018년 9월 제50차 아세안경제장관회의(AEM)에서 아세안디지털통합기본계획((DIF: Digital Integration Framework)를 채택하고, 2019.5월 AEM에서 AIFAP 2019-2025(IFAP: ASEAN Digital Integration Framework)를 채택한 바 있다.
이러한 아세안 디지털 가버넌스를 통해 아세안은 몇 가지 과제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펀딩(funding)과 탤런트(talent)인데 세부적으로 보자면 기술적 과제, 인적 역량 과제 그리고 제도적 과제라고 본다.
아세안은 지금 아날로그 경제 때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경제 진입에도 불구하고 3개 그룹으로 쪼개진 디지털 격차를 보이고 있다.
1그룹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이다. 2그룹은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브루나이)이다. 3그룹은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다.
이러한 국가간 디지털 격차외에도 국가내 도시와 농촌간, 남성과 여성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종사자간 디지털 격차도 있다.
이런 다중 레벨의 디지털 격차 중 대기업과 중소기업 종사자간과 남성과 여성간 격차 해소를 위해 IDEAS 사업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 한-아세안 현재와 미래: 한국의 2위 교역국 상호 중요한 파트너
현재 한국과 아세안은 상호 중요한 파트너다. 아세안은 한국의 2위 교역국, 건설 파트너이고, 한국은 아세안의 5위 교역국, 6위 투자국, 외국 방문객 2위이다.
지난 34년간 한아세안 관계의 괄목상대한 발전에도 불구하고 아세안 업무를 35년 천착해온 저로서는 한국과 아세안 협력의 잠재력에 비해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그 이유를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한아세안 교역이 2022년 연 2000억 달러를 기록했으나 아세안 전체 전체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6%가 채 되지 않습니다. 더 확대할 여지가 있다고 본다.
둘째, 한아세안 교역의 2/3가 중간재와 자본재 위주의 상품 중심이다. 한국의 소비재 기업들이 아세안에 더 많이 진출해 지산지소(현지 생산 후 현지 판매) 및 한국 역수출하면 한아세안 교역이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
셋째, 최근 상품의 서비스화 및 디지털 경제의 확대에 비추어 한국의 디지털 상용 기술과 아세안의 원부자재 및 인력을 활용해 서비스 산업 분야에서 더 많은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은 아세안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다. 이유를 3가지로 꼽고자 한다.
첫째, 향후 20~30년간 인구 보너스 효과다. 아세안은 현재 합계출산율 2.22%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중위연령 30세로 젊은 인구가 많아 소비자이자 생산 인구가 많다. 그들은 디지털 노마드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 합계출산율 0.78%를 기록해 인구절벽에 직면해 산업, 교육 등 제 분야에서 인구 파트너가 필요하다. 아세안이 우리의 최적 파트너다.
둘째, 빠른 도시화다. 아세안 인구 51%가 도시에 산다. 도시인구는 총인구 6.7억 명 중 3.5억명에 달한다. 2010년 대비 도시인구가 8000만 명이 늘었다.
셋째, 디지털 경제 규모가 커진다. 2030년 디지털 경제 규모가 1조 달러로 예상된다. 2025년 아세안디지털기본협정 체결을 통해 1조 달러 목표를 삼고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아세안이 아세안경제공동체(AEC)를 통해 단일 시장 및 단일 생산기지로 점진적으로 진전시키고 있는데 대해 주목하고 있다. 그래서 아세안 개별 경제협력과 더불어 아세안 전체를 보는 경제협력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과 아세안은 외교경제 다변화 차원에서 한아세안 교역 규모를 현재 연 2000억 달러에서 3000억 달러로 높여나가야 한다고 본다. 저는 양국간 협력의 잠재력으로 보아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이렇듯 한국과 아세안 미래를 밝다.
■ 한국의 대아세안 중시정책:한아세안 연대구상(KASI): IDEAS 사업도 부합
역대 한국정부는 대아세안 정책 명칭은 달랐지만 늘 아세안을 중시했다. 지난 정부는 신남방정책(NSP)을 추진해 한국과 아세안 관계를 주변 4강 외교 수준으로 격상시키려고 노력했다. 소정의 성과도 거두었다.
지난해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 또한 대아세안 중시정책 일환으로 한아세안연대구상(KASI)를 추진하고 있다.
2020년 11월 캄보디아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아세안 맞춤식 인도태평양전략(이하 인태전략)인 한-아세안연대구상(KASI)를 발표했다. 이어 외교부는 KASI를 구체화하여 2023년 4월 KASI 8개 중점 추진과제에 따라 36개 구체사업을 마련해 아세안 국가들과 공유했다.
8개 분야 중 7번째 분야인 ‘미래 번영을 이끄는 차세대 교류증진’은 미래인적자원 협력하에 장학생 초청사업, 차세대 교육사업, 여성역량강화사업, 직업교육훈련(TVET)을 제시한 바 있다. IDEAS 사업도 여성역량강화사업의 대표적 사업인 만큼 한국정부의 KASI와도 부합한다.
한국정부는 KASI 36개 사업에 계속해서 사업을 추가해 나갈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KASI 추진을 위해 2027년 임기 때까지 한-아세안협력 관련 3개 기금을 현재 규모에서 두 배로 증액해 총 2억 달러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한-아세안 협력기금은 현재 연 1600만 달러에서 3200만불, 한-메콩협력기금은 현재 연 5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 한-BIMF-EAGA 기금은 현재 연 300만 달러에서 600만 달러로 각각 증액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국 정부는 KASI를 통해 대아세안 외교를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으로 알고 있다. 특히 한국 정부는 한아세안 미래협력 분야의 하나로 디지털 산업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올해 9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한-아세안 정상회의 계기 부대행사에서 윤석열대통령은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추진키로 합의한 ‘한아세안 디지털혁신플래그십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임을 밝혔다. 이 플래그십 프로젝트는 한아세안협력기금을 통해 향후 5년간 다년도 사업으로 추진한다. 데이터 공동 생태계 조성, 디지털 역량강화, AI 기반 혁신서비스개발 등 3개 세부 분야로 구성될 예정이다. 현재 사업,제안서에 대해 한-아세안협력사업팀(AKPMT)이 검토 중에 있다.
IDEAS 사업이 한아세안디지털 플레그십 프로젝트가 승인, 시행되면 함께 협업하는 방안도 검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 IDEAS 사업을 통한 한아세안 디지털 협력: 여성은 소외없이 변화의 주역 기대
디지털 혁명은 일하는 방식과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페이스북, 트위트, 인스타그램 등 쇼셜 미디어 플랫폼은 여성과 청년들에게 인터넷상에서 목소리를 부여함으로써 힘을 실어주고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동남아 디지털 혁명이 실질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정책적 과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가 디지털 인프라 구축이고, 둘째가 디지털혁명으로 가장 취약한 마이크로중소기업(MSMEs)의 역량강화이고, 셋째가 아세안 각국간 상이한 인터넷 정책간 조화다.
이러한 3가지 과제 관련, IDEAS 사업은 아세안 각국의 MSMEs 인터넷 정책, MSMEs 여성기업인의 디지털 역량강화를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IDEAS 사업은 아세안 현지에서 직접 여성 소상공인 기업인을 교육하는 디지털 역량강화 트레이너를 양성(Training of Trainers, ToT)하는 여성중소기업인 맞춤식 사업인 현장밀착형 사업이므로 그 어느 사업보다 비교우위가 있다고 본다.
그런 측면에서 금번 2차 운영위 회의에 참석하는 ACCMSME 위원님들이 IDEAS 사업의 성공적 시행을 위해 여러분들의 디지털 국가 정책과 IDEAS 사업간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선도적역할을 다해 주시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아세안이 최근, 특히 코로나 이후 성평등 달성을 위한 노력을 확대해왔고, 이를 위해 경제 분야에서 여성의 참여 및 역량강화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IDEAS 사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크다고 본다.
앞으로도 디지털 경제에서 여성이 소외되지 않고 변화의 주역(agent of change)가 될 수 있도록 사업을 잘 이끌어주기를 바란다.
IDEAS 사업이 금번 다년도 사업을 넘어 중장기적으로 아세안여성중소기업이 디지털 경제를 이끌어가는데 씨앗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숙명여대 아태여성정보통신원이 이러한 긴 여정에서 여러분과 함께 할 것으로 확신한다. 다시 한번, IDEAS 사업을 위한 2차 운영위 회의가 소정의 성과를 거둔 것을 축하한다.
글쓴이=서정인 국립외교원 명예교수(전아세안 대사)
서정인 전 주아세안 대사는?
외교부 공보과장 및 동남아과장, 남아시아태평양국장, 역임했다. 이후 아세안 대사, 태국 공사참사관에서 최근 2019년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준비기획단장까지 20여년 이상 동남아 및 아세안 관련 업무를 했다.
<한-아세안 외교 30년을 말한다>(2019), <아세안의 시간>(2019) 단행본 공동 편집 및 특별기고를 했으며, 정기 간행물 외교지 기고 및 아시아 경제, 부산일보 고정 칼럼을 비롯해 매경, 한국 등 일간지에 동남아 및 아세안 관련 기고를 했다.
현재 서정인 대사는 고려대 아세안 센터 연구위원, 아세안-동아시아 경제연구소(ERIA) 이사, 아세안안보포럼 전문가 그룹(ARF EEPs) 일원이며 현재 방콕 소재 UNESCAP 시니어 컨설턴트이자 카카오스토리에 아세안 편지를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