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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재 교수 “지도서 아시아 ‘부와 권력의 비밀’을 캡니다”

김이재 경인교대 교수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브리프서 지도력 강조 눈길

 

지도력(地圖力)은 지도를 읽고 활용하는 역량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세계사를 좌우해온 것은 지도력이었다. 당대 최강국은 모두 지도 강국이었다.

 

알렉산더 대왕을 비롯해 프랑스의 영웅 나폴레옹, 엘리자베스 1세 여왕,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토머스 제퍼슨 등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지도자들 중에는 지도광이 많았다.

 

또한 기업체를 성공적으로 일군 대기업 총수들 중에는 지금도 지도를 즐겨보는 이들이 많다. 백만장자의 첫 번째 직업으로 신문배달부가 많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실제로 토머스 에디슨, 샘 월튼, 워런 버핏, 스티브 잡스, 마이클 델뿐 아니라 대우 김우중 전 회장, 롯데 신격호 회장 역시 신문배달을 하며 지도력을 길렀다.

 

김이재 경인교대 교수는 어디서가든 ‘지도력’을 강조한다. “지도력은 국력’이고 지리학은 초등학교 때부터 필수로 가르쳐야 한다”고 역설하는 기업 총수들과 지도자들을 자주 만나다 보니 실감났다.

 

 

“지도력은 지도자의 필수 자질’이라는 소신은 확신이 되어 간다”는 김 교수는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브리프’를 통해 ‘지도력’에 대해 강조했다. 아세안익스프레스가 발간된 ‘브리프’의 내용을 소개한다.

 

■ “세계사를 돌아보면 당대 최강국은 모두 지도 강국”

 

김 교수는 “그리스, 로마 제국, 이슬람 및 몽골 제국, 포르투갈,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등 당대 최강국은 모두 최신 정보를 수집해 지도를 그릴 수 있었던 지리 강국이기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18~19세기 제국주의의 문을 연 첨병은 지도였다. 15세기 이후 유럽인들이 지구촌 곳곳을 누벼 만들어 낸 ‘지리상의 발견’과 ‘제국의 확장’ 과정에서 지도는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그는 삼성의 예도 ‘지역전문가 제도’가 글로벌 시장 석권의 출발이라고 봤다.

 

“삼성은 창업주 이병철 회장 때부터 해외 현지법인의 정보 수집을 강조해 왔다. 도쿄와 실리콘밸리에 정보센터를 설립하고 10년이 넘는 조사와 연구를 거쳐 반도체 사업 진출을 결정했다. 1984년 독자적으로 반도체 개발을 성공시킨 후 도입한 ‘지역전문가 제도’는 삼성을 세계적 기업으로 만든 주효한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찍이 ‘공간 마케팅’에 눈을 뜬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경우도 소개했다.

 

“직원들이 어떤 풍경을 보고 일하는지 세심하게 관찰한 그는 ‘인사이트 트립’이라는 제도를 도입했다. 1주일 동안 여행을 떠나 세상을 관찰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도록 직원들에게 기회를 주어 창의적 아이디어와 지도력 계발을 장려한 것이다.”

 

 

■ 구글이 세계적인 기업 급부상한 건 2005년 구글맵 개발 무렵

 

네비게이션이 발달해 더 이상 지도를 볼 필요가 없어졌다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지도의 형태만 바뀌었을 뿐 공간정보는 여전히 사업의 성패를 가름하는 핵심 변수다.

 

디지털 혁신의 기초가 되는 빅데이터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무기는 공간 빅데이터인데 자율주행 기술을 비롯한 4차 산업혁명의 기초가 된다.

 

김 교수는 “구글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급부상한 건 2005년 무렵 구글맵을 개발하면서이다. 야후, 넷스케이프 등 경쟁사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구글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검색어의 1/4이 지도, 공간정보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파한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디지털 지도를 개발해 무료로 사용하게 하는 확장 전략으로 경쟁사를 압도한다. 구글맵 혁명으로 우버, 에어비앤비, 증강현실 기술을 도입한 포켓몬 고 등이 연달아 탄생했고, 실리콘밸리의 창업과 혁신도 가속화되었다.

 

이스라엘 벤처투자그룹 요즈마를 이끌었던 이갈 에를리히 회장은 한국에서 스타트업 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이유를 경제‧기술적 측면이 아닌 문화적 요인으로 설명한다.

 

김 교수는 이갈 회장이 “사이월드 창업자가 지도를 펼치고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세계로 진출했다면 페이스북은 탄생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했다”고 소개했다.

 

■ 동남아‧남아시아에 정통한 전문가는 매우 희소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신남방 정책은 큰 방향에서는 옳았더라도 구체적인 각론에서 부족함이 많았기에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

 

인도-동남아와의 관계를 미‧일‧중‧러 4강 수준으로 격상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담대한 의지가 담긴 신남방 정책 추진에도 불구하고 한국 방송과 언론, 학계와 교육계의 뿌리깊은 서구중심주의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공영방송 KBS의 간판 국제 시사 프로그램인 ‘세계는 지금’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보도한 국가를 분석한 결과, 미국(20.9%), 유럽(17.6%), 중국(14.1%), 일본(7.5%) 편중이 여전했고, 신남방 국가에 대한 보도의 비중은 여전히 낮았다.

 

 

김 교수는 “현재 한국 초등학교 사회과 세계를 다루는 내용 165쪽 중 1쪽 분량만 동남아가 등장한다. 초·중등 사회과 교과서에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내용은 1%대에 불과하다. 1945년 해방 직후 교과서의 동남아 관련 내용이 총 136쪽 중 14쪽(10.3%) 차지한 것에 비해 크게 줄었다”며 더 늘려야 하다고 주장을 한 바 있다.

 

미국이 의욕만큼 동남아‧남아시아 지역에서 제대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은 한국에게는 오히려 주도적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펼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학계에서도 현지 언어와 문화에 정통한 해외 지역전문가가 부족한 가운데, 특히 문화‧종교적 변수가 크고 언어‧종족이 다양한 동남아‧남아시아에 정통한 전문가는 더욱 희소하다. 김 교수의 아래와 같은 지적은 날카롭다.

 

“‘왜 호주가 인도네시아에 신경을 쓰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전문가,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섬인 칼리만탄이 지도에서 어디 있는지 모르는 동남아 담당 외교관을 만난 적도 있다. 심지어 부국 싱가포르나 브루나이가 동남아(ASEAN)에 속하는지 모르거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인도를 국가명이라고 오해하는 사례도 빈번하니 외교 전략의 성공을 위한 대국민 지도력(地圖力) 업그레이드가 시급해 보인다.”

 

■ 커넥토그래피 혁명에 올라탄 방탄소년단의 성공 방정식

 

커넥토그래피(connectography)는 지리(geography)와 연결성(connect)을 합친 신조어다.

 

‘커넥토그래피 혁명’의 저자인 파라그 카나는 “지리가 운명인 시대를 지나 이제는 연결성이 운명이 시대이고, 경쟁력 있는 연결성을 확보한 자가 승자”라는 주장을 펼친다.

 

매켄지 글로벌연구소는 상품-서비스-금융-사람-데이터 분야의 모든 흐름을 수용하고 전달하는 연결성 높은 나라로 싱가포르(1위)-네덜란드(2위)-미국(3위)을 꼽았다.

 

전체 16위를 차지한 한국은 상품(8위)-서비스(12위) 분야에서는 앞서 있지만, 금융(28위)-데이터(44위)-사람(50위) 분야의 연결성은 낮다. 서울 역시 최상위 글로벌 중심지로 뉴욕·런던·홍콩·도쿄·싱가포르·두바이보다 글로벌 연계성이 많이 떨어진다. 반면 메카 성지 순례가 연중 계속되고 이민자를 적극 수용하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사람의 연결성 지수 2위 국가다.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고 이제는 비틀스를 뛰어넘는 전설적 그룹으로 성장한 BTS(방탄소년단)의 시작은 미약했다. 2012년 결성된 신인 그룹은 공중파 방송 무대에 출연할 기회를 얻기 어려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초창기부터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유튜브에 개설된 방탄 채널을 통해서 BTS는 공식 공연뿐 아니라 안무 연습 장면, 백 스테이지 영상 등을 실시간으로 계속 올려 글로벌 팬들에게 서비스했다.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매일 수많은 사진을 올리고 페이스북에 소소한 일상을 포스팅해온 BTS에게는 특히 전파 속도가 빠른 트위터가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BTS를 위한 온라인 투표를 장려하는 해시태그는 순식간에 51억 7200만 트윗을 만들어내 기네스 세계 신기록에 올랐는데 세계 인구의 70%에 달하는 트윗이 순식간에 이루어진 결과다.

 

‘디지털 원어민’으로 불리는 10대 초·중반의 소년-소녀가 중심이었던 BTS의 아미를 가장 많이 보유한 나라는 한국이나 미국이 아니다. 2018년 통계에 의하면 아미 1위 필리핀에 이어 3위에서 6위까지는 인도네시아·베트남·태국·말레이시아가 차지했다.
 

김 교수는 “동남아는 글로벌 스타로 우뚝 선 BTS에게 도약의 발판이자 핵심 전략 지역이었다. 콘텐츠-네트워크-플랫폼-디바이스가 결합된 완벽한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해 성공한 BTS의 성공 방정식은 커넥토그래피 혁명의 시대, 한국 정부와 기업이 나아갈 길을 제시해 준다”고 매조지했다.

 

 

김이재 교수는?

 

전) 런던대 교육연구대학원 연구원,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싱가포르국립대 아시아연구소(ARI) 연구원

현) 경인교육대학교 교수, 지리적상상력연구소장,

KBS 해볼만한 아침 <지도 읽어드립니다>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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