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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베트남톡] 지금은 ‘베트남 Z세대’에 주목할 때다!

이지연 비자인캠퍼스 대표 특별기고...‘베트남 Z세대’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찐’ 분석

 

세계 시장은 지속적으로 흐르고 있다. 시간이 아니라 시장이 흐르다니, 이게 무슨 말일까? 거시적 관점에서 세계 트렌드를 움직이는 중심축이 계속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1980~90년대는 미국과 일본 베이비부머(1960년대 생이 20~30대가 된 시기)를 중심으로 젊은 트렌드가 형성됐다면, 1990~2000년대는 한국의 X세대(1970년대 생이 20~30대가 된 시기)가, 2000~2010년대는 중국의 빠링허우(1980년대 생이 20~30대가 된 시기)가, 그리고 2010~2020년대는 베트남의 찐엑스(1990년대 생이 20~30대가 된 시기)가 그 중심에 있다. 20년 넘게 글로벌 사업을 해오면서 이러한 변화를 읽게 되었다.

 

지금은 베트남 Z세대에 주목할 때다. 베트남 시장은 ‘넥스트 차이나’로 주목을 받고 있다. 빠링허우(1980년대에 태어난 중국 밀레니얼 세대)에 이어 찐엑스(1990년대에 태어난 베트남 Z세대)가 그 바통을 이어받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제조기지가 아닌 소비시장으로서 베트남을 주목해야 할 때다. 그리고 베트남 소비시장을 이끄는 주역이 바로 Z세대다.

 

 

베트남 Z세대는 과연 우리와 어떻게 다를까? 필자가 2005년 베트남에 뚜레쥬르를 런칭 시 시장조사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베트남 시장, 소비자, 문화를 연구하고 이해하는 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한국과 유사점보다 차이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온라인으로 정보가 쉽고 빠르게 연결된 세상이다. 국가별 특수성은 점점 옅어지고, 글로벌 보편성이 공유되면서, 베트남 Z세대를 이들을 이해하는 것은 과거보다 더 쉬워졌다.

 

베트남 Z세대의 특징을 분석한 수많은 자료를 보면, 한국 Z세대와 큰 차이가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의 주요 관심사는 지속가능성이다. 지구 환경보호에 대한 의식이 높고, 그린 라이프(Green Life)를 추구한다. 소유보다는 ‘경험’을 중시한다. 라이프스타일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소통하며, 대부분 온라인에서 이뤄진다. 비록 돈은 많지 않지만, 트렌드 리더로서 가족 내 소비의 의사결정권자 역할을 한다.

 

 

 

베트남 Z세대 중에서 인플루언서이자, 그린 라이프를 모토로 사업을 운영하는 CEO, 헬리 똥(Helly Tong)은 앞서가는 베트남 Z세대의 모습을 대변해 준다. 헬리가 베트남 Z세대로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그녀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베트남이 빠르게 도시화되면서 나무들이 베어진 후 그 자리에 메트로와 건물들이 들어서고, 차량 및 오토바이 증가로 대기오염이 심해지고 쓰레기가 넘쳐나는 모습을 보며 헬리는 사업을 시작했다.

 

“누가, 언제 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하고 걱정할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녀는 빈 용기를 가져오면 세제, 샴푸 등 내용물만 판매하는 유통업과 그린 라이프 컨설팅 및 교육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렇게 환경에 대한 의식 있는 메시지를 담아야 베트남 Z세대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특히 ‘자연주의’ 성향은 베트남 사람들의 본질에 가깝다.

 

베트남은 국가를 닷느억(đất nước)이라고 부른다. 닷(đất)은 땅, 느억(nước)은 물을 뜻한다. 건국 신화에도 땅의 공주와 바다의 왕자가 만나 100개의 알을 낳고, 땅에 남은 50개 알 중에서 가장 강하게 태어난 아들 훙(Hung)이 베트남 최초 부족국가인 반랑(Van Lang)국을 건국한다. 즉 자연에 뿌리를 둔 국가이며, 이러한 자연주의는 베트남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대나무는 베트남을 상징하는 소재이기도 하다. 2~3년 전부터 한국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활동도 베트남은 오래 전부터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던 소재이기도 하다. 이런 자연주의 본질은 세계적인 환경 이슈와 기후 변화에 따라 의식있는 소비자인 Z세대에게 더 강한 영향을 주고 있다.

 

 

 

베트남 Z세대의 또 다른 특징은 애국심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존재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결국 베트남이라는 국가 정체성에서 답을 찾는다. 이러한 정신에서 사업을 시작한 베트남 대표 스니커즈 브랜드, 못(Mot)의 창업자인 후인 꽝 응 옥한(Huynh Quang Ngoc Han)을 소개한다. 그녀는 미국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했으나, 늘 공허감을 느꼈다. 그리고 베트남과 연결된 일을 하기 위해 베트남으로 돌아온다.

 

 

베트남은 이미 좋은 기술력을 보유해, 글로벌 브랜드를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으로 생산해 주고 있음에도, 베트남 소비자들이 글로벌 브랜드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며, 더 이상 식민지도 아닌데, 세계화로 인해 베트남의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에서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다. 그녀는 과연 ‘현대 베트남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질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그녀는 베트남의 정체성을 ‘대조’로 정의하고 이를 반영한 단 하나(‘Mot’은 1을 뜻하는 베트남어)의 디자인을 만들어, 이를 브랜드화 했다.

 

베트남을 잘 이해한다면 ‘대조’라는 단어가 얼마나 베트남을 잘 이해한 것인지 알 수 있다. 복잡한 오토바이 무리와 경적 속에서도 ‘평온한 미소’를 머금은 베트남 사람들, 도심의 대로에서 조금만 안으로 들어간 골목 안의 평화,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인간 관계를 맺으며 감추는 듯 감추지 않는 베트남의 국민성 등을 이 한 단어로 표현한 것이다.

 


못의 디자인은 ‘대조’라는 가치를 반영하듯 모든 것을 역발상으로 만들었다.

 

첫째 디자인 자체가 브랜드가 되게 했다. 일반 브랜드들이 다양한 디자인을 만들고, 거기에 로고를 붙여 판매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못에는 로고가 없다. 하지만 베트남의 정체성을 담은 그 디자인 자체가 못이라는 브랜드를 말해준다.

 

둘째, 신발의 윗부분은 심플하지만, 바닥은 복잡하다. 일반 브랜드들이 신발의 윗부분을 신경쓰지만, 바닥 디자인을 고려하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못은 신발 커버에는 베트남 사람들의 정체성을 담았다. 멀리서 보면 아주 심플해서 아무 것도 없어 보이는 미니멀리즘을 담았지만, 가까이서 보면 신발끈이 있는 흔적을 남겨 놨다. 친해지면 자신들이 가진 것을 공유하는 베트남 사람들의 성격을 담은 것이다.

 

반면 신발 밑창에는 베트남의 해안선, 베트남의 집을 이루는 벽돌 무늬, 우기의 물결 모양을 담아 베트남을 지레 밟는 것을 상징했다.

 

셋째, 못은 타깃 고객을 선정하지 않았다. 이 역시 일반적인 마케팅 기법과 다르다. 못은 그렇게 하는 것을 고객을 차별하는 것이라 여겼다. 대신 하나의 신발로 어떤 상황과 복장에서도 다 어울리고, 남녀노소 누가 신어도 편안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못은 베트남을 대표하는 스니커즈가 됐고, 못의 철학에 동조하는 Z세대들에게 특히 사랑받는 브랜드가 됐다. 이러한 애국주의는 베트남 Z세대들이 크게 지지하고 있는 트렌드이기도 하다.

 

이상에서 설명한 ‘자연주의’와 ‘베트남 정체성’에 대한 Z세대의 의식 있는 소비로 인해 떠오르고 있는 또다른 베트남 브랜드를 소개한다.

 

바로 베트남 현지 원료를 사용한 화장품, 코쿤(the Coccon)이다. 코쿤은 2013년에 창업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에야 주목받고 있다. 자국산 원료와 ‘자연주의’를 배경으로 한 비건 컨셉으로 최근에 들어 화제가 되며 베트남을 대표하는 화장품 브랜드가 되었다.

 

 

떠오르고 있는 소비시장 베트남에서 주목해야 할 베트남 Z세대는 한국 Z세대와 보편적으로 공통되는 특성이 많다. 하지만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베트남 고유의 특수성을 기반으로 접근해야 한다.

 

가장 두드러진 특성은 환경과 베트남의 정체성에 대한 의식이다. 이들은 소비 단위인 가구에서 가장 정보력이 뛰어나 스마트한 소비 의사결정을 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소득은 낮지만 가구내 영향력이 크다. 이들은 부모, 조부모의 삶에 필요한 구매까지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베트남 소비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재 세계 트렌드를 움직이는 중심축인 베트남 Z세대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들을 공략해야 한다.


이지연 비자이너(비자인캠퍼스 대표) bizigner@bizigncampus.com

 

이지연 비자인캠퍼스 대표는?

 

서강대 MBA를 졸업했고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을 거쳐 CJ에서 뚜레쥬르, 투썸플레이스, 올리브영의 해외 사업을 비즈니스 디자인(비자인)했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베트남의 빠른 변화 과정을 모니터링하면서 베트남 시장에 대한 전문성을 키웠다.

 

현재는 베트남에 진출하는 K뷰티브랜드를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키기 위해 현지 소비자조사부터 주류 고객이 이용하는 유통망 연결, 그리고 지속성장 가능한 마케팅 지원까지 진출 단계별 기업에 최적화된 비즈니스 디자인을 하는 신(新)리테일 테크 플랫폼 ‘퍼플홀스’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 『베트남 비즈니스 수업』(2020)이 있으며 EBS EBR Plus의 ‘잘나가는 베트남 스타트업 비밀’ 출연, 휴넷 ‘베트남 비즈니스 인사이트’ 강연, DBR <베트남 시장의 소프트 파워와 진출 전략> 기고 등 주요 매체를 통해 베트남 비즈니스 현지화 방안을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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