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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여행 2] 비엔티안 새벽을 깨운 주홍색 승복차림 ‘탁발’

떡과 밥과 돈, 물과 과자 등 준비해 무릎을 꿇고 승려 기다려...개들도 동참 '눈길'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은 루앙프라방과 함께 뉴욕타임스 선정 ‘꼭 가봐야 할 곳’ 1위에 오른 적이 있다.

 

바다가 없는 내륙 국가 라오스는 왼쪽에는 베트남, 오른쪽에는 태국, 그리고 미얀마와 캄보디아와 중국 등 5개국에 둘러싸여 있다.

 

임주홍 전 라오스 대사는 아세안익스프레스와의 인터뷰에서 “메콩강을 닮아 온화한 성품을 지닌 50개의 민족들이 천혜의 자연 속에서 어울려 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에는 한국의 tvN 예능 프로그램인 ‘꽃보다 청춘’에서 방비엥-루앙프라방이 소개 동남아 여행의 판도를 바꾸는 일이 생겼다. 

 

라오스를 찾는 이들이 가장 행복해하는 순간들은 무엇일까? 아니 비엔티안에서는? 기자는 생애 첫 라오스 새벽에 일어나 탁발 현장을 따라가봤다. 

 

 

■ 라오스의 새벽 탁발, 관광이 아니라 일년내내 하루빠짐없이 치러지는 종교의식

 

외국에서 라오스를 찾아온 이들이 이 나라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새벽 6시에 일렬로 시작하는 100~200명이 하는 탁발(托鉢)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런 대규모 탁발 모습은 도시에 70여개의 사원이 있는 북부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다. 나는 루앙프라방이 아닌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다.

 

 

새벽 5시 30분에 어둠이 싸인 시내로 나갔다. 어슬렁거리는 개들이 눈에 띄었다. 인구 98만 명의 동남아에서 가장 조용한 도시 비엔티안은 탁발로 깨어나고 있었다. 저 멀리 교차로 건널목을 건너 주홍색 승복 차림의 승려들이 줄을 지어 나타났다. 마을 주민들은 탁발에 올릴 떡과 밥과 돈, 물과 과자 등을 준비해 무릎을 꿇고 그들을 기다렸다.

 

짧은 머리에 맨발인 탁발승들은 연장자인 대장 스님 이외 풋풋한(?) 소년들이었다. 기자는 먼 발치로 탁발을 지켜봤다. 마치 파노라마 사진을 보는 느낌이었다. 발우를 들고 오는 행렬에 두 세 마리의 개도 동참했다.

 

 

탁발승들이 무릎을 꿇고 있는 주민들이 기다리고 있는 집 앞에 멈췄다. 승려들이 멈추고 불경을 외웠다. 주민들은 탁발품을 발우에 넣어주었다. 재미 있는 것은 탁발품을 발우에 넣어준 주민들은 귀에 손을 펴서 댔다. 마치 움직이지 않고 불경을 듣는 모습이었다. 

 

탁발(싸이팟, Morning Alms)은 불교국가인 라오스에서 일년 365일 동안 비가 와도 매일 매일 이어지는 신성한 종교의식이다. 탁발은 출가승들의 12계율 중 하나로 걸식(乞食)으로 의식을 해결하는 수행법이다.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먹을 구하는 행위다. 출가승은 공양으로만 끼니를 해결한다. 발(鉢)은 음식을 담는 발우를 뜻한다. 바리때(공양 그릇)를 받쳐 들다는 뜻이다.

 

 

라오스 불교는 소승불교다. 한국 절처럼 방문객에게 공짜(?)로 대접하는 ‘절밥’ 같은 것은 없다. 사원 안에 취식이 불가하다. 그리고 승려는 결혼을 금지한다. 음란한 마음으로 여자의 몸이나 옷을 접촉하는 것을 금지한다. 주민들도 경건한 침묵과 어깨, 무릎, 가슴을 가리는 옷을 입어야 한다.

 

■ 주민들의 행복한 모습 “탁발 보시를 공덕을 쌓는 첫 보시”

 

라오스에서는 승려들의 새벽 탁발은 어디 도시에서나 항상 볼 수 있다. 물론 가장 유명한 곳은 라오스 북쪽의 루앙프라방이다. 매일 700여명의 승려들의 행렬은 대장관으로 매스컴을 통해 자주 소개된다. 라오스 제3 도시의 팍세에서도 와푸 축제에는 500명 승려가 참여하는 탁발 행사가 이뤄지기도 하다.(관련기사 https://aseanexpress.co.kr/news/article.html?no=3141)

 

 

비엔티안의 탁발은 절들이 소재들 별로 비슷한 시간에 1시에서 2시간 정도 이어졌다. 도시를 홀로 걸어보니 여러 군데서 탁발하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가게 앞에 만난 두 명의 여성, 그리고 혼자 탁발을 바치는 50대 남성, 또한 트럭을 멈추고 탁발품을 올리는 주민들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행복해보였다. 탁발 자체가 경외심이 담겼다.  불경을 하면서 포장도로 길을 맨발로 도는 탁발승들은 느리게 걸었지만 절제와 보이지 않은 품위가 있었다.

 

 

루앙프라방의 경우 외국인 관광객들도 주민들과 함께 무릎을 꿇고 탁발 행사에 참여하게 한다. 이 때문에 기념으로 찍는 사진기의 셔터소리가 지어진다. 하지만 라오스의 탁발은 결코 관광상품이 아니었다.

 

내가 보기에는 불교 국가의 종교의식의 한 부문이고 라오스인의 '보시행(布施行)'이다. 즉 보상을 바라지 않는 베푸는 일이다. 그렇다면 신도들과 승려간 공양받는 돈과 물품들을 어떻게 될까. 승려들이 필요한 것 이외는 다시 보시로 이어진다. 

 

현재 팍세에 거주하는 교민 장만준씨는 “라오스인들은 탁발 보시를 공덕을 쌓는 첫 보시라고 생각한다”며 “사원으로 돌아간 승려들은 보시 받은 음식을 봉투에 담으며 나눈다. 남은 음식은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준다”고 말했다.

 

 

불교국가로 알려진 라오스는 실제로는 불교를 국교로 정하지 않았다. 대신 종교 자유를 보장한다. 태국이나 캄보디아나 베트남도 그렇다. 대외적으로 불교를 국교로 밝힌 곳은 미얀마다. 라오스 신도수는 불교 69%, 토속신앙 28%, 기독교 1.5% 분포다.

 

 

내 생애 첫 라오스 새벽이었다. 그것도 수도 비엔티안의 주홍색 승복을 입은 탁발승의 행렬을 직접 봤다. 시선을 아랑곳없이 하나 둘씩 무릎을 꿇고 승려를 기다리는 주민들의 미소, 그것은 라오스의 또다른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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