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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정환 손 안의 아세안11] 인도네시아 진출 한국기업과 코로나19

한국 국민 입국시 건강확인서 제출 등 한국 기업-교민 타격, 빨리 종식되기를

 

지난 1월 20일 한국에서 최초 확진 환자가 보고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설 연휴 직후 급등한 확진자 숫자가 2월 중순 들어 주춤해지면서 한때 중국발 전염병 사태가 안정세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고개를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월 19일 신천지 교인인 31번 환자의 확진 판정과 함께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 급증세가 뚜렷해졌습니다. 이후 코로나19의 지역 사회 감염이 본격화됐고, 이미 7513명(사망자 54명, 3월 10일 0시 기준)에 육박할 만큼 전국적으로 확진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증가세가 주춤했지만 서울에서도 또 발병자들이 늘어나면서 안심할 상황이 아닙니다. 코로나19 사태가 한 달 넘게 지속되면서 주지하다시피 사회 곳곳에는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확산의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등을 포함한 기업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실정입니다. 이는 비단 국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외에 사업장을 운영하거나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인 한국 기업들 역시 예상하지 못한 악재에 전전긍긍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실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확진자가 발생한 한국발 입국을 금지-제한하는 나라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최근 이탈리아(사망자 631명, 확진자 1만 149명)-이란(사망자 291명 확진자 8042명)이 확진자수에서 한국을 추월하면서 '대유행' 양상으로 바뀌는 듯합니다.

 

일반화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르지만, 색안경을 끼고 공공연하게 한국인들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는 사례들 또한 외신을 통해 전해질 정도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인도네시아의 상황을 공유해 보려고 합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다소 진정 기미를 보이던 2월 중순의 주말 자카르타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출장길에 올랐습니다.

 

저를 포함한 외국인 일부를 제외하면 공항 입국장을 빠져나온 뒤 마스크를 쓴 현지인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도착한 일행들과 합류해 2시간 반 가량 버스를 타고 이동한 인도네시아 제3의 도시 반둥에서 목격한 마스크 인파도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물론 중국 수출용 물량 사재기 등 여파로 예전보다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워진 점 등이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청정 국가’의 자부심 덕분인지 별다른 어려움 없이 계획된 업무를 마치고 자카르타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비교적 평온했던(?) 분위기에 변화 조짐이 감지된 것은 2월 하순에 접어들면서입니다.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인도네시아 사회도 술렁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후 한국 기업들과 교민 사업장들이 타격을 입었다는 소식들이 속속 들려왔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 관계자들이 한국 기업인들의 방문을 꺼리면서 예정된 제품 설명회가 취소되는가 하면, 한 금융기관과 현지 시정부의 공동 프로젝트는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무기한 연기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한국 식당이나 상점을 찾는 현지인 손님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자카르타 시내의 한 대형 호텔이 한국인 투숙객들의 수영장 사용을 금지했다는 소문 등이 교민 사회에 나돌았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공식적으로 한국을 대상으로 입국 제한 조처를 내리지는 않았지만, 일반 시민들의 불안감이 확산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됩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 정부는 10일 한국 국민이 입국할 경우 한국 방문 여부에 상관없이 모두 건강확인서를 준비해달라고 주 인도네시아 대사관을 통해 공지했습니다. 앞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8일부터 대구-경북을 포함한 한국-이란-이탈리아의 10개 도시를 14일 이내에 방문한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시켰습니다.

 

이어 3월 2일 마침내 인도네시아에서도 두 명의 확진자가 처음 나타난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회 전반의 경계심은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10일 인도네시아 코로나19 확진자가 8명 추가돼 총 27명으로 늘었습니다. 수도 자카르타의 국제학교들은 잇따라 4월 초까지 휴교령을 내렸습니다.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코로나바이러스 자체보다 과도한 불안감, 공황, 두려움이 문제”라고 직접 손을 씻는 등 예방수칙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하며 사재기를 하지 말라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은 신남방정책의 핵심 국가인 인도네시아와 아세안 회원국들 중 유일하게 한국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실제 현대자동차와 포스코, 롯데케미칼 등 한국 대기업들이 앞다퉈 대규모 인도네시아 투자 계획을 밝혔고, 한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인도네시아인들 역시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는 한인 교민은 4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한국에 와 있는 인도네시아 국민도 5000명이 넘습니다.

 

나란히 독립 75주년을 맞는 2020년 두 나라의 관계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진출한 한국 기업들과 현지 교민 사업장들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코로나19 사태가 하루 빨리 잠잠해지길 기원해 봅니다.

 

글쓴이=방정환 YTeams 파트너 junghwanoppa@gmail.com

 

방정환은?

 

매일경제신문 기자 출신으로 아세안비즈니스센터 이사로 재직 중이다. 2013년 한국계 투자기업에서 근무를 시작한 이래로 인도네시아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인도네시아 입문 교양서 ‘왜 세계는 인도네시아에 주목하는가’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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