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흔하지 않은 남편 사각턱, 슈퍼맨인 줄 알았다.”
한-아세안센터 아세안홀에서 ‘제21차 아세안 열린강좌 시리즈 – 아세안 토크’ 세 번째 강의가 23일 열렸다.
강의를 맡은 이자스민 한국문화다양성기구 이사장은 24년 전인 1995년 결혼했던 사진을 소개했다. 그는 “남편이 사각턱에 빨간 팬티를 입은 슈퍼맨이라고 생각했다. 한국에 와보니 사방에 사각턱이 많았다”고 웃었다.
■ 러브인아시아와 미수다의 차이, 손님과 결혼한 사람
그의 강연 주제는 ‘미디어를 통해 보는 대한민국의 다문화’였다. 가령 결혼 당시에는 명절이면 프랑스인 이다 도시와 미국인 로버트 할리가 TV특집 단골손님이었다.
“방송에서 한국어를 쓰는 외국어로 약간 놀랍고 웃기는 대상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KBS에서 ‘러브인아시아’를 제작했다. 10년 장수 프로그램이었다. 이후 ‘미녀들의 수다’가 등장했다. 차이가 있었다. 미수다는 문화비교 중심이었다. 손님 개념으로 ‘맞아’하며 박수를 받았다. ‘러브인아시아’는 결혼한 사람들이 대상이었다.”
이후 다문화 여성 아버지, 즉 사돈을 찾아가는 방송이 있었다. 그런데 6편으로 접었다. 동남아에는 출생등록이 없는 경우도 있고 여권이 안되는 것을 간과한 ‘실수’ 때문이었다. 호평을 받았지만 방송 제작이 지체되면서 접었다. 또한 드라마 ‘산넘어 남촌’에는 동남아 여성이 등장했다.
이자스민은 “저도 서경석과 ‘한글왕’을 진행하다 ‘완득이’ 영화가 만들어져 그만 두었다. 다문화 고부열전에는 시어머니와 문제, ‘아빠 찾아 삼만리’는 이주노동자의 고향 방문을 다뤘다. 4년 동안 가족을 볼 수 없는 환경을 반영했다”고 소개했다.
■ 영화 ‘완득이’가 포스터를 바꾼 이유와 ‘비정상회담’ 아세안국가 없어 아쉬워
외국인의 문화 차이를 다룬 ‘미녀들의 수다’ 남자편격인 ‘비정상회담’에는 한국어를 능통한 외국인들이 등장해 단순 문화비교가 아니라 사회-정치 이슈를 같이 이야기하는 수준으로 달라졌다.
그는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에서 아세안국가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 중에 80%다. 그들의 목소리가 없어 아쉬웠다”며 “이후 ‘나의 외사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한국인이 해외의 외국인 가족을 찾아보는 프로그램, 외국인이 서울에서 홈스테이하는 ‘서울메이트’ 등이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이자스민은 영화 ‘완득이’와 ‘의형제’에도 출연했다. ‘의형제’에서 장훈 감독은 모니터 시사회에서 “외국인이 크게 클로즈업은 부담스러워 원경 숏으로 처리했다”는 인터뷰가 나올 정도로 부담이 나올 때였다.
이자스민 이사장은 “당시 외국인 소재 ‘방가방가’ 영화가 나와 200만명의 흥행을 기록하면서 호평을 받았다. 제가 출연한 ‘완득이’는 530만명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어 “‘완득이’는 처음 김윤석-유아인 등 스타의 얼굴을 내세웠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이 ‘완득이는 재미있다’ ‘다문화가정을 다시 보는 영화’라는 평을 해주었다 두세번 중복 관람하는 이들도 나왔다. 이 같은 평 덕분에 포스터가 출연진들이 등장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완득이’가 스크린에 ‘다문화 열풍’을 몰고왔다. 동주나 이자스민의 관점에서 영화를 보면 그때마다 새롭다는 평이 기뻤다”며 “하지만 이후 다문화가족 소재로 뜬 영화가 없다. ‘덕구’ ‘마이리틀히어로’도 흥행에 부진했다”고 말했다.
■ “아세안 청년의 한-아세안 이슈에는 국제결혼이 없다. 대신 경제협력이 1위”
이스자민의 아들은 군대를 마치고 복학했다. 그는 사회에 나와서 어떤 문제를 겪을까를 많이 생각한다. 그렇다면 요즘 젊은이들의 아세안에 대한 의식은 어떨까.
한-아세안 센터는 한국청년의 인식과 아세안 청년들의 의식을 비교조사한 적이 있다.
그는 “한국 청년들은 아세안에 별 관심이 없다는 대답 비율이 가장 많다. 이미지도 휴양지, 더위, 개발도상국, 관광인 반면 아세안 청년들은 잘 안다는 항목이 가장 많았다. 경제, 발전, 기술, 선진, 문화 등 한국에 대한 이미지도 완전히 달랐다. 이를 봐도 더 소통과 이해를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국과 아세안 관계에서 현재 중요한 이슈를 봐도 소통이 절실하다. 한국청년들은 1위를 ‘국제결혼’(15.8%)으로 꼽았고 이어 경제협력(14%), 이주노동(12.9%), 관광(11.2%)였다. 아세안 청년들은 1위 경제협력(20.7%), 2위 관광(15,6%), 3위 이주노동(10.0%), 4위 유학(9.6%), 5위 해외투자(8.9%), 6위 대중문화(7.3%)였다.
그는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아세안 청년의 이슈에는 국제결혼이 없다. 대신 1위가 경제협력이다. 10년이 지나면 한국은 일본을 따라간다고 한다. 숙련 이민자들이 가고 싶은 곳 순위를 보면 꼴찌는 일본이다. 언어장벽과 외국인 발전 환경이 좋지 않고, 일하는 문화가 보수적이라서다. 그 다음이 한국이다. 별반 다르지 않다.”
가령 한국 대기업의 경우 과장과 차장 지급에서 다문화 외국인은 월급은 차장급이지만 외국인은 올라갈 기회가 없다.
■ 헌법에 국민, 이민자는 국민 아니다...한현민 등 미의 기준 변화 긍정적
국회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한 이자스민 이사장은 헌법에 이민자를 정의하는 조항이 꼭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현재 헌법에는 국민의 개념이 있다. 어디에도 이민국가를 정의하는 법이 없다. 부처마다 다르다. 가령 고용부는 이민자, 여가부도 이민자다. 법무부는 아니다. 임시 머무는 자다. 헌법이 바뀌어야 한다. 이것을 해결하지 않으면 정책을 할 때마다 조금씩 개념을 넣을 수밖에 없다.”
가령 일본의 경우 해외에 낳은 자식은 아버지만 인정해 국적을 준다. 어머니에 대한 정책이 없다. 가족으로 데려온다면 일본인이 될 수 있다.
그는 “일본은 지난해부터 가정에서 사는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기 시작했다. 한국도 머지 않다. 노령화시대가 되면 일본처럼 도우미가 가족이 되어 돌봐야 시대가 될 수도 있다.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국 사회에서도 조금씩 변화가 시작되었다. 나이지리아 아버지-한국 어머니 사이의 한현민이 영어도 못하지만 모델을 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다문화가정에 대한 이미지도 변화하고 있다.
‘고부열전’에는 한국의 시머니가 며느리를 아무것도 모른 장면이 많이 나온다. 그는 “통계를 보면 한국으로 시집온 동남아 여성이 남편보다 학력이 많다. 대졸도 많다. 시부모는 본국의 문화는 잘 안보고 전통방식만 강요해 갈등이 생긴다. 그런데 직접 며느리 집을 찾아가 보니 우애도 좋고 가족들이 단란해 감동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우선 한국인, 젊은이들이 아세안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아세안 10개국은 글로벌에서 크게 성장할 나라다. 관광으로 다녀오는 나라는 이미지에서 많은 기회가 있는 나라로 바뀌고 있다. 학생들도 아세안으로 가서 공부를 하면 한국의 자산이 될 것이다. 한국은 국가가 필요할 아세안 전문가를 더 많이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