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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 교수 “아시아 OTT 전쟁, 미-중 재편 속 무기는 한국드라마”

아세안미래포럼 30일 2차 포럼...한국드라마가 주류, 종교-지도 등 리스크 관리 필요

 

“코로나19 속 OTT 승자인 한국드라마, 미-중 갈등 속 ‘소프트한 반도체’가 될 수 있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조교수가 3월 30일 아세안미래포럼(2차 모임)의 웹비나에서 ‘아시아 OTT 전쟁: 이슈와 쟁점에 대한 고민들’이라는 주제를 발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극장 폐쇄로 관객몰이에 실패한 영화 산업은 ‘처참한 타격’을 입었다. 대신 언택트(비대면)가 일상화되면서 ‘판’을 흔든 것은 넷플릭스(Netflix)로 대표되는 OTT(Over The Top, 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이다.

 

 

이 교수는 “아시아 OTT 전쟁의 핵심은 미국과 중국 중심 ‘OTT 시장’ 재편이다. 아세안을 향한 무기는 한국드라마다. 한국 ‘반도체’처럼, K드라마도 미-중 사이에서 고민하는 ‘소프트한 반도체’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 한국드라마, 코로나19 속 한류스타 중심-넷플릭스 쌍끌이 OTT시장에 ‘큰 손’ 우뚝

 

한국드라마는 OTT시장에서 ‘이태원 클라쓰’ ‘스타트업’ ‘슬기로운 의사생활’ ‘사랑의 불시착’ ‘킹덤’ ‘청춘 기록’ 등 흥행과 콘텐츠 등에서 호평을 받으며 ‘큰 손’으로 우뚝 섰다.

 

기존의 한류스타 중심의 전통적 ‘한류’에다 넷플릭스라는 새 플랫폼 ‘쌍끌이’를 통해 '에픽'(epic, 서사)을 선보여 OTT시장에서 크게 사랑을 받았다. 무료가 아니라 유료, 프리미엄으로 넷플릭스를 시청하겠다는 지불의사를 밝히면서 말이다.

 

 

 

가령 240억원에 제작한 ‘승리호’의 경우, 코로나19로 극장 상영을 포기하고 넷플릭스를 선택했다. 약 80개국에서 ‘오늘의 Top 10’에 이름을 올리는 등 한국 영화의 인기와 흥행성을 증명했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세계 OTT 시장의 성장률은 20%이었다. 한국은 40% 이상 가파르게 성장했다. 아세안 국가들도 한국처럼 OTT 중심의 영상미디어 재편이 급속하게 이루어지며 성장세를 보였다. ‘판’이 바뀌었다.

 

이 교수는 “기존 방송-영화가 광고기반 제작-2차 VOD시장 확대는 구조였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창작과 광고가 막히고 티켓 흥행도 흔들렸다. 자연스레 OTT 중심의 영상미디어 재편이 급속하게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넷플릭스가 미국산 서비스이지만 아세안에서도 훅, 아이플릭스, 뷰도 있었다. 생존은 쉽지 않았다. 싱가포르 OTT ‘훅’은 2020년 3월 청산되어 한국 쿠팡에 인수되었다. 말레이시아의 아이플릭스도 2020년 6월 중국 텐센트로 인수되었고, 뷰만 살아남았다.

 

하지만 중국의 아이치이는 IP TV로 10년 성장을 과시하며 한국 시장에 진출하며 글로벌 진출을 타진했다.  넷플릭스와 아이플릭스-아이치이 등 미국과 중국의 '아시아 OTT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 80편 한국 콘텐츠를 넷플릭스 오리지널로...무기는 역시 한국드라마!

 

이성민 교수는 “OTT 플랫폼에서 한국 드라마와 영화는 미국산 넷플릭스의 최대 흥행 비밀병기가 되었다”고 진단했다.

 

지난 2월 넷플릭스는 한국 서비스 5주년을 맞아 올해 한국 콘텐츠에 55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그만큼 한국드라마와 영화에 대한 경쟁력을 인정했다.

 

 

넷플릭스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옥자’, ‘승리호’, ‘킹덤’, ‘인간수업’, ‘스위트홈’ 등 약 7700억 원 이상을 한국 콘텐츠에 투자해 80편 가량 넷플릭스 오리지널(직접 제작)로 전 세계에 소개해 고속성장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다.

 

지난해 전세계 넷플릭스 가입자는 2억 명으로 늘어났다. 한국은 280만 가구가 유료로 넷플릭스를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태 지역은 2549만 명이 늘어 1년 전에 비해 57%가 늘어났다. 이렇게 넷플릭스가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이유는 뭘까.

 

이 교수는 “권역 경쟁력 투자가 핵심이다. 미국의 넷플릭스는 아세안 시장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통해 시장을 공략했다. 뒤질세라 중국 아이치이도 넷플릭스를 벤치마킹했다. 가령 한국 드라마 ‘편의점 샛별이’를 활용해 아세안 시장을 파고들었는데 대성공했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권역별 투자의 성공 모델은 각국의 ‘방송’의 민족주의 성향과 '시장개방'에 대한 완고한 반대를 뚫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방송은 어느 나라에서든 해외 자본을 경계하고, 시장 개방에 소극적인 대표적인 미디어다.

 

넷플릭스는 코로나19 속 언택트(비대면) 트렌드와 결합해 이제 글로벌 유일하게 ‘스트리밍’으로 방송의 국경을 뛰어넘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넷플릭스의 권역별 제작 투자 방식도 시선을 끌었다. 일본은 애니메이션, 한국은 드라마로 권역강자에 집중했다. 특히 한국 드라마는 아시아 가입자 증가에 큰 도움이 되었다. OTT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넷플릭스는 서울 상암 스튜디오에 5500억원 투자를 하기로 했다. 

 

이 교수는 “넷플릭스뿐만이 아닌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 등 OTT 진출을 선언한 글로벌 강자들도 한국 드라마를 만든다. 특히 ‘디즈니’라는 지구촌 최강 IP를 보유한 디즈니가 한국 콘텐츠에 투자한 것은 예상밖이었다”라고 말했다.

 

■ 미국과 중국으로 재편되는 OTT 플랫폼, K드라마는 ‘소프트한 반도체’ 같은 존재

 

K드라마, 한국 드라마는 미국과 중국 대결 속의 잘나가는 ‘한국 반도체’를 연상시킨다. K드라마는 ‘에픽’하다. 미드(미국드라마)의 ‘왕좌의 게임’처럼 시청자들에게 장편 대서사시처럼 받아들이고있다는 것.

 

 

이 교수는 “통상 드라마는 방송에서 일일극이 맞다. 그런데 코로나19라는 비일상성이 강화되어 소위 ‘몰아보기’로 이어졌다. 5시간 연속으로 볼 수 있는 드라마 시리즈는 블록버스터밖에 없다. 원작, 역량이나 CG(컴퓨터 그래픽), 생태계 등 ‘자국 수요를 스스로 유지할 수 있다’는 나라는 중국과 미국 정도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드라마도 에픽 역량을 가지고 있는 나라 중 다섯손가락에 든다. 특히 사드를 놓고 ‘한한령’이 발동되면서 중국 안방에서 퇴출된 K드라마는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텔레비전’을 만났다”고 말했다.

 

글로벌 텔레비전에서 가장 통하는 것이 K드라마다. 소위 ‘소프트한 반도체’로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방송의 경계를 허물어뜨린 OTT의 대표 상품으로 우뚝 선 K드라마는 각 나라의 시청자로부터 사랑받는 콘텐츠가 되었다.

 

 

이 교수는 “최근 2화만 방영되면서 종료된 ‘조선구마사’처럼 리스크도 있다. 중국 상품 PPL, 역사왜곡에 대한 반중정서를 자극하는 감수성에 대한 점검도 필수다. 사드 이후 한한령로 누적된 반중감정이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주제 발표를 마치며 물었다. “중국-미국 사이에서 한국 드라마는 콘텐츠과 에픽 영상에서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중국과 미국 방식밖에 없는가, 다른 가능성은 없나, 그리고 ‘아세안류’는 유효한가.”

 

■ 지도 오류, 복장 고증 부족, 전통음식 몰이해와 종교묘사 등 ‘리스크 관리’ 중요

 

주제발표 이후 김창범 전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 사회로 토론도 이어졌다.

 

 

김 대사는 “‘아시아 OTT 전쟁’라는 주제가 신선한 충격이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아세안에서 K드라마가 시청률 상위를 휩쓸어 기쁘다. 하지만 ‘한-중 갈등 속 반도체'처럼 '콘텐츠형 반도체’ 같다. 미-중 경쟁구도에서 주의하고 경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사드 한한령 이후 5년간 ‘한한령이 풀리면 잘될 거야’라고 기다렸다. 그런데 넷플릭스 있어 OTT로 빨려들어가면서 생태계 재구축 효과를 내고 있다. 한국 드라마의 가장 큰 시장이었던 중국과 협력을 못하고, 미국 시장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 넷플릭스다”라고 답했다.

 

현재 한국 드라마를 제외하면 '내수가 탄탄한' 중국드라마가 OTT의 주류다. 한국이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중국 드라마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추격해 오고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분석이다.

 

앞으로 K드라마도 중국에 밀릴 수도 있고, 생태계가 다른 방식으로 바뀔 수도 있다. 중국 자본의 콘텐츠 투자가 한국 내 반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김 대사는 “정보 부족으로 아세안 소비자가 느낄 수 있는 지도 오류, 복장 고증, 전통음식. 종교묘사 등 문화-역사-종교의 훼손이 나오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다양한 문화에 대한 충분한 지식기반과 스토리를 뒷받침해야 한다. 리스크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들도 차별화를 위해서는 아세안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다양성 속의 통합(Unity in Diversity)” 이라는 기치를 이해하고 다양한 문화에 대한 상호존중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에 동감했다.

 

역사왜곡을 하고 동북공정을 받아들이는 듯한 내용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조선구마사’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를 대비할 필요하다는 것.

 

 

■ 쌍방향 협력이 중요...아세안 진출할 때 다른 포인트가 ‘정서’

 

조현명 한-아세안센터 부장은 “센터에서 4~5년간 아세안 국가들과 게임과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교류해왔다. 그런데 자칫 거대기업의 하청이라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쌍방향 협력이 중요하다”고 물었다.

 

이 교수는 “가령 웹툰이 중요하다. 영화이나 음악은 예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애니메이션과 게임은 컴퓨터 산업으로 접근 가능하다. 성장산업 투자, 제조업 뉘앙스가 느껴진다. 웹툰은 한국에서 탄생했고, 단위가 개인이라는 점에서 접근이 쉽다. 태국 웹툰작가가 네이버에 연재하기도 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박재아 인도네시아 관광창조경제부 한국지사장은 “진흥원과 같이 영화 등 같이 제작하고 현지 콘텐츠도 발굴하고 기관적 교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경환 전북대학교 동남아연구소 객원연구원은 “콘텐츠와 플랫폼의 경우 미국과 중국이 영향력이 크다. 가령 미얀마 군부쿠데타와 유혈진압 배후에 중국이 있다고 믿으면서 ‘반중정서’가 크게 일었다. 캄보디아도 중국 대규모 자본이 투자했지만, 훈센 정부가 ‘친중’이라고 생각하는 민중들의 반중 정서가 팽배하다. 아세안 진출할 때 ‘정서’가 다른 한 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방정환 Yteams 파트너는 “요즘 방영되고 있는 한국 드라마 ‘빈센조’에 인도네시아 커피 브랜드 '토피코' 커피사탕이 PPL로 나와 깜짝 놀랐다”며 “인도네시아 조코위 정부가 통신망이 깔아 1인당 5G를 사용하는데 1만원이면 무제한을 사용할 수 있다고 들었다. OTT 서비스 산업전망을 주의깊게 볼만하다”고 말했다.

 

 

방 파트너는 “인도네시아도 인도네시아 최대 미디어그룹 MNC 그룹 ‘아시아비전네트워크’ 비전플러스가 스스로 ‘인도네시아 넷플릭스’를 선언하며 나스닥 상장를 목표를 발표했다. OTT가 인기가 점점 높아지면서 로컬기업 투자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날 아세안미래포럼 참석자들은 한-아세안간 콘텐츠 협력을 위해서는 영화, 게임 및 애니메이션, 웹툰 등 분야별, 회원국별로 다른 접근 전략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모았다.

 

특히 10개 회원국간 콘텐츠 산업에 대한 발전의 현황과 발전이 다르다는 점을 인지하고 아세안 지역에서도 현지 로컬기업들의 자체 대응 전략도 면밀히 파악할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아세안미래포럼 30일 2차 포럼 참석자는 김창범 전 주인도네시아 대한민국대사(전략문화연구센터 고문),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조교수, 한-아세안센터 조현명 부장, Yteams 방정환 파트너, 박명기 아세안익스프레스 대표, 부경환 전북대학교 동남아연구소 객원연구원, 이재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동남아대양주팀 전문연구원, 박재아 인도네시아 관광창조경제부 한국지사장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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